옛 민주화 시절 '사회과학서점', 臺北에 등장?

‘코즈웨이베이북스’ 대만·홍콩의 민주화·독립 출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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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구(donkey9)등록 2020.08.13 11:25

우리나라 80년대 민주화 운동 당시 신촌과 신림동 등 대학가에서 이른바 '운동권 학생'들의 사랑방으로 여겨졌던 '사회과학 서점'과 유사한 곳이 대만에도 등장해 반중(反中) 대만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명소로 자리 잡아 화제다.
 
타이베이에 있는 '코즈웨이베이북스((Causeway Bay Books)'라는 서점이 바로 그곳이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자유사회의 등대로 빛나는 서점(A Bookstore That Shines as 'a Lighthouse of a Free Society)'이라는 제목으로 홍콩에서 망명한 서점 대표가 재단장을 해서 꾸민 곳이 이제 대만의 활기찬 민주주(vibrant democracy)의 상징이 됐다고 보도했다.
 
■ 타이베이에 '운동권 사랑방' 있다!
 
르포 형식의 이 기사는 "최근 어느 날 밤 타이베이 중심가에 있는 한 조용한 서점 안에서 주리웬씨는 '지금 당장 혁명을!(Revolution Now)!'라고 적힌 커다란 검은 현수막 아래에 서서 공중으로 주먹을 들어올렸다"로 시작됐다.
변호사인 주씨(26)는 홍콩에 가혹한 신규 '보안법(security laws)'을 적용하는 등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중국의 권위주의적 정책(authoritarian policies)에 대해 우려한다. 그녀는 홍콩과 타이완의 민주주의에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에 대해 비판적인 서적이 쌓여있는
'불온한 서점(an irreverent shop)'에 온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우리의 자유와 미래를 지키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했다.
 
칙칙한 사무실 빌딩(a drab office building) 10층, 비좁은 방을 차지하고 있는 이 서점은 최근 몇 주 동안 중국이 대만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중국에 반대하며, 자주적 민주주의(a self-ruling democracy) 대만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집결지가 됐다.
 
중국 지도자들이 홍콩에서 자유 발언과 반중 행동에 대한 전면적인 단속(a sweeping crackdown)을 주도하는 것을 봤을 때, 중국 정부가 대만도 더 적극적으로 통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서점에는 매주 수백 명의 사람들이 본토에서 금지된(forbidden in the mainland) 책을 제대로 읽어 보기 위해(to peruse) 찾는다. 그들은 중국 지도자들의 사생활 폭로(exposés on the private lives), 천안문 광장 대학살과 같은 사건들에 대한 역사적 설명(historical accounts of events), 조지 오웰의 '1984년'과 같은 디스토피아 소설 등을 찾는다. 강력한 중국 리더인 시진핑에 관한 한 책의 제목은 '나라를 지배하는 좀비'다.
 
홍콩 독립을 요구하는 현수막 아래 서서 방문객들은 가끔 '자유를 위해 싸우자!'라는 구호를 외친다. 현관 근처 벽에 붙어있는 색색의 스티커 메모지에는 중국에 대한 신랄한(withering) 비판이 적혀있다. '독재자(tyranny)는 죽어야만 한다'라는 내용과 같은.
 
그래서인지 이곳은 대만이 중국의 독재 체재의 대안(an alternative to China's authoritarian system)으로 자국을 선전하고자 하는 상황에서 대만의 활기찬 민주주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됐다. 최근 이곳을 차잉원 대만 총통이 방문했을 때, 중국에 비판적인 정부 인사, 학생, 평론가(commentators)들이 많이 모여든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 "중국과 중국 지도자들은 믿을 수 없다"
 
최근 어느 날 저녁 지난해 홍콩 반정부 시위(antigovernment protests)를 찍은 사진집을 구입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국영기업 직원 레오 홍(38)씨는 이 서점에 대해 "자유 사회의 등대 같다"고 말했다.
 
이 서점은 부부가 경영하는 부분과 토론을 벌이는 '정치 전쟁실'로 가로질러 나뉘어 있다 벽에는 섬세한 꽃무늬 벽지를 바탕으로 '홍콩을 자유롭게 하라(Free Hong Kong)!'는 엄중한(stark), 벽지와는 역설적인 현수막이 붙어 있다.

지난해 대만으로 도망쳐 망명한 홍콩 출신 서점 주인 겸 매니저인 람윙기씨를 보기 위해(to catch a glimpse)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 람씨는 지난 2015년 여당에 비판적인 책을 판 혐의로 중국 당국에 납치된(abducted) 홍콩의 서점 주인 5명 중 한 명이다. 납치된 그는 5개월 동안 독방(solitary confinement)에 감금되는(detained)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이곳을 자주 찾는 라디오 진행자 첸차잉씨(55)씨는 "람씨는 중국 공산당이 어떤 정권인지 대만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어 한다"면서 "중국의 권위주의 역사에 대해 램 씨를 비롯 여럿 고객들과 자주 상의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첸씨는 "그는 사람들에게 중국 공산당과 이러한 문화적 전통의 배후에 권력을 쥐고 있는 인사들을 믿을 수 없다(unreliable)고 말하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람씨는 홍콩에 있던 자신의 옛 가게 이름을 되살려 지난 4월 타이베이에 이 서점을 열었다. 매일 정오부터 밤 9시까지 그는 손님들에게 가게의 곳곳에서 고객들에게 책을 추천하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발코니로 나와 담배를 피우곤 한다. 서점은 그의 집이자 가게다. 일이 끝난 다음 계산대 뒤에 있는 2층 침대에서 잠을 잔다.
 
람씨는 "이곳이 타이완 국민들이 타이완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중국의 노력과 같은, 대만이 직면하고 있는 도전을 되돌아볼 수 있는(reflect on) 자리를 갖기를 바란다"면서 "대만은 지금 불안하고(unstable),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중국이 이같은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했다.
 
이 서점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일부 사람들은 책의 선정(selection)에 있어서 너무 부정적인 내용에 초점을 맞추면서 현대 중국의 일그러진 초상화(a skewed portrait)를 제공한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 홍콩·대만 독립·민주화의 출발점
 
최근 이 서점은 대만이 람씨와 같은 정치적 난민(political refugees)을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에 불을 붙였다(ignited). 차이 총통과 여당인 민진당은 홍콩의 더 많은 활동가들이 대만에 은신처를 찾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반면 야당인 국민당 일부 의원들은 이같은 조치가 중국 정부의 보복(retaliation by Beijing) 탓에 위험하다고 믿는다.
 
이 서점을 열기 직전 람씨는 가벼운 테러의 목표가 됐다. 그가 아침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가는 길에 두 명의 사람이 붉은색 페인트로 공격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후 경찰에 체포됐다.
 
중국 본토와 긴장이 고조되면서 서점을 찾는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일종의 동지애(a sense of camaraderie)를 느낀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오랫동안 완강히 자행해 온 군사정책 등 움직임과 대만 독립을 모색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벌이면서다.

일부 사람들은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계속 악화될 경우 대만이 중간에 끼게 되고, 그로 인해 벌어질 군사적 충돌 가능성(the possibility of a military conflict)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6월 중국 정부가 홍콩에 국가보안법을 전면 시행(to impose sweeping national security laws)하기로 결정한 것은 홍콩 당국이 다양한 정치범죄를 엄중 단속할 수 있는(to crack down)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면서 많은 대만인들이 목소리를 내도록 충격을 줬다,(galvanized)

공공여론조사 업체에 파트 타임직으로 일하는 첸웨이눙(36)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대만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a glimpse into)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이 서점 입구 근처에 진열된 스티커 메모들은 작년 홍콩에서 시위참여자들이 만든 것과 비슷하게 모방했다. 시진핑 주석이 왕관을 쓰고 있는 모습과 미국 영화 '캡틴 아메리카'의 말을 인용한 낙서(doodles)도 있다. 대만 지도자인 차이 총통은 이곳을 방문 했을 때, "자유 대만은 홍콩의 자유를 지지한다"고 적힌 메모를 남겼다.
 
주 변호사는 최근 이 서점을 찾아 중국의 인터넷 통제와 홍콩시위의 역사와 관련되 책을 샀다. 그녀는 떠나기 전에 스티커 메모지를 벽에 남기기 위해 메시지를 썼다. '영원한 자유(Freedom forever)'와 '대만을 위한 자유(Freedom for Taiwan)'라는 글을 남겼다.
 


 
 
덧붙이는 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언론을 지향한다는 인터넷언론 '사이드뷰'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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