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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행 비행기 안, 기내식을 두고 고민에 빠진 이유

[중국에서 쓰는 격리일기] 배고픔이냐, 안전이냐... 14일 격리의 시작

등록 2020.09.10 08:02수정 2020.09.1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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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출발이던 일정이 오후 8시 너머로 바뀌면서 출발 준비가 한결 여유로워졌다. 8개월여 만에 중국으로 되돌아가는 동생이 안쓰러워서일까? 바쁜 일정을 제쳐놓고 형님이 직접 인천까지 공항 배웅을 해주셨다. 한의사인 동생은 꼭 챙겨가라며 각종 약을 한보따리 싸서 보내 왔다. 

5리를 가줘도 감지덕지인데 10리를 가주는 사람이 있다. 형님과 동생이 그런 사람이다. 더디 가더라도 다 같이, 조금 손해 보더라도 기꺼이 시간, 물질, 정성을 주변으로 흘려보낸다. 그런 형님과 동생을 볼 때면 늘 고맙고, 또 고맙다. 

8개월여 만에 가는 중국
 

띄엄띄엄?앉아서?가게?될?줄?알았는데 웬걸!?중국행?비행기는?초만원이었다. ⓒ Pixabay

정확히 표현하면 1년 중 90%를 중국에서 지내며 20년 넘게 살았다. 코로나19는 부족함 없었던 모든 상황과 처지를 마치 쓰나미처럼 삼켜버렸다. 공항 카운터에서 짐을 부치고, 여권 심사를 받고, 게이트 근처 어딘가에 앉으니 그제야 한국을 떠나는 것이 실감된다. 여기까지 오기까지 적지 않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말해 무엇하랴. 

기내로 들어섰다. 띄엄띄엄 앉아서 가게 될 줄 알았는데 웬걸! 중국행 비행기는 초만원이었다. 완전 만석으로 다닥다닥 붙어 앉은 비행기 안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무색할 뿐이다. 아마 가운데 자리에 앉아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눈을 감고 조용히 마음을 추스리며 지난 8개월을 돌아봤다. '이런 시간이 왜 내 인생에게 주어졌을까' 그리고 이 시간들을 한 마디로 정리해보니, 역시 '감사' 그 단어만 떠오른다. 귀한 얼굴들이 하나하나 떠올랐고, 마음으로 감사를 전하고 있는데 갑자기 큰 굉음소리와 함께 비행기가 달리기 시작한다. 

잠시 후, 의자 뒤로 몸이 쏠리며 공중으로 붕 뜨는 것이 느껴졌다. '그래, 바로 이 느낌이지' 놀이공원 열차를 탄 듯 내장이 살짝 울렁대는 이 느낌. 내가 비행기를 탄 게 맞긴 맞구나. 가는구나… 

한 시간쯤 지났을까? 내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기내식이 나왔다. '얼마만이냐, 너 기내식.' 그런데 눈 앞의 기내식을 바라보며 함께 앉은 세 사람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실은 저녁을 못 먹은 터라 시장도 했지만, 이걸 먹기 위해 마스크를 내릴 거냐, 그냥 꾹 참고 마스크를 쓰고 있을 거냐 하는 고민이었다. 안전이냐 배고픔이냐, 먹느냐 쓰느냐. 생각보다 진지하게 고민이 되는 거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잠시 후 왼쪽 여성분이 용감하게 기내식 박스를 열었다. '그래, 사람이 일단 먹어야지.' 나도 얼른 식사기도를 한 후 박스를 열었다. 불고기 덮밥을 한술 떠서 맛있게 우물거리고 있는데 오른쪽 남성분이 승무원을 부르더니 기내식을 돌려준다. 그러자 왼쪽 여성분도 잠시 머뭇거리더니 기내식 박스를 닫는다.

'뭐지?' 잠시였지만 그때 나는 코로나고 뭐고 먹는 것만 탐하는 식탐꾼이 되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화끈대는 얼굴을 무표정하게 유지하며 먹고 있는 나를, 양쪽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중국 공항에 나타난 우주복 부대
 

중국 코로나 방역대응 ⓒ 유승철


현지시각 오후 11시 21분. 비행기가 활주로에 내렸다. 기내 안으로 우주복 부대가 들어와 한바탕 검사를 진행한 후 공항 안으로 이동해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핸드폰에 어플을 깔고, 서류를 쓰는 와중에도 의료복을 입은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며 우리를 인도했다. 솔직히 놀랐다. 물 흐르듯 매끄럽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우리를 응대해 주는 것이다. 

실은 앞서 중국에 들어간 분들이 곧 중국에 들어오는 내게 연락을 많이 주셨다. 중국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면 신앙심이 더 깊어질테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들을 농담처럼 해주셨다. 왜냐고 물으니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참고로, 한국은 한 쪽 콧구멍에만 면봉을 넣어 검사하지만, 중국은 양쪽 콧구멍과 입으로 목젖까지 세 군데를 차례대로 찔러넣는다).

번지점프대에 서는 기분으로 코로나 검사장에 들어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옥구경은 못했다. 나를 검사해준 의료진은 참 공손하셨고, 검사도 조심조심 주의하며 하는 것이 금세 느껴졌다. 혹시 구역질이 나면 사용하라고 티슈까지 전해주었고, 검사 후엔 되려 내게 수고하셨다고 인사까지 해준다. 이런 호의를 받을 때면 나는 늘 그래왔듯이 큰 미소와 두 손 엄지척으로 응대해줬다.    
 

중국 코로나 방역 대응 ⓒ 유승철

 
공항에서 한 시간여를 달려 격리시설에 도착하니 여기도 준전시 상황이다. 실은 공항 도착 후부터 작성할 서류들이 계속 생겼다. 격리 시설도 마찬가지다. 놀라운 것은 어딜 가도 한국어로 통역하는 한족 중국인들이 많다는 거다. 소통에 아무 무리가 없는 수준의 한족 중국인들이 피곤에 지친 한국인들에게 친절하게 작성법을 가르쳐줬다.

로비에서 다시 두 시간여, 드디어 앞으로 14일을 보내게 될 나만의 공간에 들어왔다. 현지시각 새벽 5시. 한국은 6시다. 네 시간 반을 날아 중국에 왔고, 다시 다섯 시간반 동안 검사 수속을 한 셈이다. 독방은 대충 보기에 3~4성급의, 지어진 지 좀 된 듯한 호텔이다. 짐 정리도 해야 하는데 너무 피곤하다. 눈을 안 감으려 해도 아래 눈꺼풀이 위로 올라붙었다.

샤워 후 한숨 자고 일어나 보니 멀리는 산이, 앞에는 작은 정원과 연못이 보인다. 꽉 막힌 벽이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절로 감사가 됐다. 마침 문 쪽에 인기척이 있어 열어보니 우주복 직원이 인사하며 방 앞에 도시락을 두고 갔다. 누군가는 이 식사를 보며 불평할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또 하나의 감사 거리일 뿐이다. 싹싹 비우고, 깨끗이 정리해서 밖에 내놨다.

'민간인 외교관'이란 마음으로 14일 살기
 

중국 코로나 격리시설 전망 ⓒ 유승철

 
한국에는 여전히 수고하고 애쓰는 아내와 두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다. 8개월간의 공백으로 회사, 집 등등 정리하고 새로 알아볼 것들도 많다. 하지만 적어도 이 격리 기간 동안 하나의 의미를 부여하며 살고자 한다. 

격리되는 14일 동안, 중국인들은 한국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할 것이다. 특히 이 호텔은 앞으로 두고두고 한국인들의 생활태도, 투숙문화를 얘기하게 될 것이 뻔하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지난 8개월간 한국에서 난민처럼 살다가 일개 민간인으로 돌아왔지만, 이번 14일의 격리기간 동안 나는 민간인 외교관이란 마음으로 살려고 한다. 한국의 배려깊은 문화, 한국인의 예의와 에티켓을 말이다. 이방 땅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의 자존심이다.

아무쪼록 하루빨리, 질병의 전염과 공포가 종식되고, 우리와 우리 다음 세대들이 서로의 얼굴을 가리지 않고 살아가는 세상이 되길 간절히 소망하며 중국 격리 생활 첫 일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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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생활 이십오년째. 이방인과 나그네로,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이의 가장으로 오늘도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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