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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수업' '자사고'... MB가 수치스러웠던 전직 선생

[대한민국 대통령 이야기 (72)] 제17대 대통령 이명박 ①

등록 2020.09.14 17:41수정 2020.09.14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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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대, 18대 대통령 이명박과 박근혜 ⓒ 자료사진

  
MB 이야기를 쓰려니 손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올해 연초부터 '대한민국 대통령 이야기'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71회 원고까지 초대 이승만 대통령서부터 16대 노무현 대통령까지 죽 이어왔다. 의욕이 넘쳐 연재기사 게재일보다 한 달 또는 최소한 일주일 전에는 집필을 마친 뒤 계속 가다듬어 매주 월·목요일 또는 전날 <오마이뉴스>에 송고했다. 

이제 연재 순서는 17대 이명박 대통령, 그 다음은 18대 박근혜 대통령이다. 막바지에 이른 셈이다. 그런데 이전과 달리 기사가 잘 써지지 않고 일주일 남짓 허송세월하고 있다.

그 까닭을 내 나름대로 곰곰 생각해 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머지 두 대통령에 대해서는 정말 쓰고 싶지가 않다. 게다가 두 분 중 한 분(이명박 대통령)은 구속집행 정지 상태요, 또 다른 한 분은 2017년 3월에 구속이 된 뒤 재판이 끝나지 않은 채 복역 중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형을 받고 있는 아직도 재판 중인 사람에 대해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비신사적일 듯하다. 그래서 애초 계획대로 두 전직 대통령 이야기를 연재는 하되 내가 잘 아는 교육 분야나, 산골 작가로서 소회를 간략하게 서술할 것임을 미리 밝힌다.
  

제17대 이명박 대통령 취임 선서 ⓒ 자료사진

 
이명박 대통령 유감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이 참 많았다. 그 가운데 인터넷에 가장 많이 올랐던 말은 전과 '몇 범'이라는 말과 'BBK는 누구의 것이냐' 하는 진위여부를 묻는 말 등이었다.

이런 분이 대통령 후보로 나온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사실 여부는 하나하나 확인해 보지 않아서 뭐라고 단정해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구설수에 오르는 자체로도 대통령 후보로 자격이 없을 뿐더러 나라의 수치라는 생각만큼은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유권자의 다수 득표로 대통령에 취임한 이상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순 없다.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 시절인 어느 날 저녁 인터넷을 열자 "인수위, '전 과목 영어로 수업' 추진"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떴다.

나는 전직 국어 교사이었기에 교육, 특히 언어교육 문제에는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섬뜩한 충격으로 제목을 클릭해 내용을 자세히 살펴봤다. 
  

제17대 대통령 인수위 현판식(오른쪽 이경숙 인수위원장, 왼쪽 이명박 대통령) ⓒ 자료사진

 
일반과목도 영어로 수업하는 방안 검토
 
기자 :  이경숙 인수위원장은 새 정부에서는 영어 교육을 국가적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학교 교육만 받더라도 영어 하나 만은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면 사교육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경숙/대통령직 인수위원장 : 영어교육 하나만 제대로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다면 상당 부분이 줄어들지 않겠냐는 데 합의를 하는 것 같습니다.그래서 이 부분만은 정말 국가적인 과제로 삼고.]

기자 :이 위원장은 초등학교 고학년부터는 영어 이외의 일반과목도 영어로 수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위해 영어로 수업할 수 있는 교사 자격제도를 마련해 영어 전담교사를 양성하고, 외국인 교사 충원을 위해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영어는 이제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가 됐다면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 인수위, '전과목 영어로 수업' 추진…논란 빗발, SBS뉴스, 2008년 1월 22일 보도
 
순간, 이제 우리 교육이 막다른 곳으로 치닫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불을 끄고 잠을 청해도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행히 빗발 같은 여론에 영어 몰입교육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출발부터 싹이 노랗게 보였다.

나라 지도자, 곧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도덕성과 정체성인데, 이 두 가지에 큰 흠결을 가진 이명박 대통령은 출범부터 강원 산골의 서생까지 염장을 질렀다. 정말 100여 년전 깊은 산골에서 서생들이 창의했듯 뾰쪽한 죽창을 깎아들고 서울 광화문으로 달려가 나라의 정체성을 좀먹은 무리들을 혼내준 뒤 감옥에 가서 옥사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율형 사립고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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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27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 권우성

 
나는 중등학교 교사로 30여 년을 보냈다. 그 기간에는 중고교 평준화 정책이 확고하게 시행돼 참으로 다행하게 교사생활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치적 가운데 가장 좋았던 정책을 꼽으라면 서슴없이 중고교 평준화 정책을 꼽는다. 지금도 변함이 없다. 평준화 이전, 대한민국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초등학교 학생들이었고, 다음은 중학생이었다고 할 만큼 그때의 입시 피해와 그 부작용은 말할 수 없었다.

초등학교 저학생부터 과외가 극성을 부렸고, 중고교에는 부정입시로 이 나라 학생들은 출발부터 불공정 사회에 살아야 했다. 내가 구미중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의 고교에 진학을 하려고 상경하자 단지 타교 출신이라는 이유로 불공정 입시를 겪었다. 나중에 입학한 뒤 교실에 가보니 60명 정원인데 80명의 학생이 몰려 있었다. 20명은 보결생으로, 그 보결생 입학 후원금은 교주나 교사들의 검은 돈으로 배를 불렸다.

이후 내가 서울 시내에서 교사가 된 다음 목격담이다. 옛날 교단을 지키던 선배 교사들은 지난 시절의 보결생을 받으면서 검은 돈 챙기던 그 맛을 잊지 못한 채 평준화 정책을 깨트리고자 별별 로비와 발버둥을 쳤다. 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 교육'이란 허울 좋은 이름으로 자율형 사립고를 허가해 고교 평준화 정책을 그대로 무너뜨려 버렸다.

더욱이 자율형 사립고는 과거의 명문고와는 달리 더 비싼 등록금을 받아 일반 시민들의 위화감을 조성케 함은 물론이었다. 결국 부의 대물림으로, 금수저 자식은 명문고, 명문대학 진학을 용이케 하는 제도로 개천에서 용이 나는 기회는 더욱 어려워진 오늘의 현실이다.

그래도 지난 시절 고입 연합고사, 대입 예비고사나 학력고사제의 입시는 그런대로 나름의 공정성이란 게 있었다. 그런데 이즈음은 여러 편법들이 난무해 뜻 있는 시민들로부터 교육 불공정의 원성을 사고 있다. 교육의 불공정은 국기를 흔드는 일로 부정 부패의 출발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게다.

나는 전직 국어교사로서 이명박 정권의 도덕성과 우리 말과 글에까지도 훼손하려는 그 정체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 그 시절에 산 게 지금도 수치스럽다. 그 누구를 탓하기 전에 이명박 후보의 '747 공약'(7% 경제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7대 경제대국 진입)에 현혹돼 표를 몰아준 유권자에게 그 책임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는 나 지신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 나라 지도자는 그 나라 시민들의 의식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새삼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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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교사생활 후 원주에서 지내고 있다. 장편소설 <허형식 장군> <약속> <용서>, 역사다큐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사진집<지울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 Ⅱ>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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