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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파더스와 디지털교도소, 이렇게 달랐다

'법적 근거' 기반으로 사전 통보까지 거치는 배드파더스... 허위 제보 차단

등록 2020.09.16 18:36수정 2020.09.1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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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파더스는 양육비를 지급할 의무가 있는데도 지급하지 않은 사람들의 신상을 공개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자 만들어진 사이트다. ⓒ 배드파더스

 
성범죄자와 아동학대범 등의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인 '디지털 교도소'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근 디지털교도소를 통해 성범죄자로 지목된 한 대학생이 사망하고, 허위 정보 게시물이 올라와 확인된 두 명의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만들어진 디지털교도소는 '범죄자 응징'이라는 명목으로 신상공개 방식의 사적 제재를 해왔다. 그럼에도 성범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기반으로 큰 호응을 얻어왔으나,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지목해 인권을 침해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에 따른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경찰은 디지털 교도소 운영진들을 '명예훼손'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또한 수사를 맡고 있는 대구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경찰청을 통해 인터폴에 국제 수사 공조를 요청한 상황이다.

한편 디지털 교도소 측은 11일 공지를 올리고 "현재 디지털교도소 1기 운영진들이 경찰에 의해 모두 신원이 특정되었고, 인터폴 적색수배가 된 상황"이라며 현재 2대 운영자가 이어받았다고 밝혔다.

디지털 교도소가 논란이 되면서 '양육비 미지급' 부모를 신상 공개하는 사이트인 '배드파더스'도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 배드파더스는 이혼 뒤 고의로 자녀 양육비를 주지 않은 부모들의 이름, 얼굴, 나이, 직업 등을 공개하는 등 형식 자체는 디지털교도소와 비슷하다. 그러나 지난 1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은 배드파더스의 운영자 구본창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사법부로부터 공익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배드파더스는 디지털 교도소와 어떤 점에서 달랐기에 신상을 공개했음에도 처벌받지 않은 것일까. 15일 배드파더스 구본창(57) 대표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배드파더스는 단순히 신상공개를 하는 사이트가 아니라, 사회 운동의 측면이 있다"고 설명하며 배드파더스의 신상 공개 방식을 설명했다.

"법적으로 인정된 서류를 기준으로 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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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성범죄 등 강력범죄자 신상공개 사이트인 ‘디지털교도소’는 한때 접속이 중단됐다 지난 9월 11일부터 다시 운영을 시작했다. ⓒ 디지털교도소


구 대표는 "디지털 교도소는 운영자들의 개인적인 판단을 기준으로 하지만, 배드파더스 사이트는 법원의 판결문 혹은 공증 각서 등 법적으로 인정된 서류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현재 디지털 교도소는 제보에 대해서 어떤 방식으로 검증하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비속어나 주관적인 표현들을 정제하지 않고 올리는 등, 제보 받은 내용을 검증 없이 올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배드파더스는 법적 증거가 확보되어야만 신상 공개를 진행한다.

또한 구 대표는 제보자의 신분증도 받고 있다. 그는 "절대 허위가 되면 안되니까, 제보한 사람의 신원까지 반드시 확인한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배드파더스는 신상 공개를 하기 전 신상 공개가 예정된 당사자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배드파더스 사이트의 자원봉사자인 구본창입니다.  배드파더스 사이트는 아동의 생존권 보호라는 취지로, 양육비를 미지급한 분들에게 양육비의 지급을 촉구하기 위한 사이트입니다. 죄송스럽지만 ○○○님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셨다는 제보가 접수되었기에 사실관계의 확인을 위해 카톡을 보냈습니다.

○○○ 님께서 법원에서 결정된 내용대로 양육비 전액을 지급하셨다면 지급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저희에게 보내주시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전 배우자와 원만한 대화로 해결책을 의논해주시기 바랍니다.

만약 전액지급하지 않은 상태이고,  또 양육자와 해결을 위한 원만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신상공개가 불가피한 점에 대해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유쾌하지 않은 소식을 전하게 되어 죄송스럽고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메시지를 보낸 뒤 적게는 일주일에서 많게는 한 달까지 기다린다. 구 대표는 "최대한 서로 간의 타협이 이뤄지는 게 좋다고 생각해서, 타협 의사를 보이면 딱히 시간 제한을 두진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서도, 답장이 오지 않거나 양육비 지급을 거절할 경우에 비로소 사이트에 신상 공개가 이뤄진다고 한다.

반면 디지털 교도소는 사전 통보 등의 과정이나 타협의 가능성을 두지 않고 있다. 구 대표는 "배드 파더스는 '응징'이 목적이 아니라 '양육비 촉구'가 목적이다"라며 "디지털 교도소는 30년을 박제해놓겠다고 하지만, 배드파더스는 양육비를 낸 것이 확인되면 바로 신상을 내린다"고 강조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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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오른쪽 네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2019.5.7 ⓒ 연합뉴스


이렇듯 배드파더스는 단순한 신상공개 사이트가 아니라는 것이 구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까지 배드파더스를 통해 양육미 미지급 해결이 된 건수만 2년간 560건에 달한다. 또한 배드파더스는 '양육비해결총연합회'와 함께 양육비 관련 법안을 바꾸기 위한 운동을 진행 중이다.

신상이 공개된 부모 다섯 명의 고소로 구 대표는 지난 1월 15일 '명예훼손' 혐의로 국민참여재판을 받았다. 그러나 사법부는 배드 파더스의 개설 취지를 반영해 무죄를 선고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이창열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활동을 하면서 대가를 받거나 이익을 취한 적이 없고, 대상자를 비하하거나 악의적으로 공격한 사정이 없다"라며 "피고인은 양육비를 받지 못한 다수의 양육자가 고통받는 상황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 있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1심 판결에 대해 검찰이 항소했고, 오는 17일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구 대표는 "이전에는 신상공개할 예정이라고 통보하면 바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고 협박이 들어왔다. 그런데 무죄 판결이 나니까 '신상을 공개한다'는 사전 통보만으로도 효과를 얻었다. 390건을 사전 통보 과정에서 해결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디지털 교도소나 배드파더스나 운영자들이 숨어 있는 것은 동일하다"라며 "하지만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신상에 대한 확인은 물론 이의제기 등을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2015년에 만든 '코피노 아빠 찾기' 사이트(코피노파더)는 자신이 운영하던 사이트였지만, 현재 배드파더스의 경우 운영진에서는 빠져있고 외부 소통을 위해서 대표직을 맡고 있다고 한다. 그는 "18건의 고소와 더불어 수많은 협박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디지털교도소의 근본적인 취지 자체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무고한 피해자를 100% 방지할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취지는 비슷했지만 길은 달라

배드파더스 변호인단 대표를 맡고 있는 양소영 변호사(법무법인 숭인)은 "2심에서도 공익성이 인정될 거라고 생각한다"라며 "실제로 양육비 관련 입법이 진행되고 있으며, (논란이 되는) 디지털교도소에 대비되는 지점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 변호사는 배드파더스는 디지털 교도소와 다르게 ▲사실 검증 과정에서 '객관적 기준이 명시'되어 있는 점 ▲ 배드파더스는 '신상정보'를 나열할 뿐이지만, 디지털 교도소는 욕설이나 익명 댓글창, 검색 기능 등이 있다는 점 ▲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 법률은 있지만, 양육비 미지급에 따른 신상공개 법규정은 없다는 점을 들며 배드파더스의 공익성을 강조했다.

장희진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는 "가해자들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을 해결하려고 나섰다는 점에서, 배드파더스와 디지털교도소의 취지는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라며 "그러나 디지털 교도소는 (허위의) 제보 내용을 거르지 못하면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말했다.

디지털교도소 측은 "(2기 운영진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자료로 성범죄 산싱공개를 진행하겠다"고 지난 11일 공지한 바 있다. 하지만 장 변호사는 "사법적 절차도 밟지 않아 당사자가 무슨 일을 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무차별적인 신상 공개가 이뤄져 오지 않았냐"라며 "민간에서 피의 사실을 정확하게 공표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드파더스에 대해서 장 변호사는 "논쟁은 있지만 최소한 법원의 판결에 근거하는 형태"라며 "30% 정도밖에 양육비 이행이 안 되는 현실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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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박정훈 기자입니다. stargazer@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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