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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숲에 바다까지... 이 풍경, 명품 중에 명품이네

해남 달마산 7부 능선 따라 걷는 달마고도 트레킹

등록 2020.09.26 16:55수정 2020.09.2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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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산의 중턱에 난 달마고도를 따라 걷다가 내려다 본 풍경. 비가 개고 구름이 산야를 덮고 있다. ⓒ 이돈삼


워크앤런, 걷거나 달리면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9월 12일, 해남 달마산에서 이 사람들을 만났다. 코로나19 탓에 올해는 가족 단위나 소규모 여행을 기획·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날도 10명 남짓 와서 일부는 걷고, 일부는 달리며 달마고도를 여행했다.

달마고도는 미황사에서 시작, 달마산의 산허리를 따라 돌아 다시 미황사로 돌아오는 트래킹 길이다. 거리가 18㎞ 남짓 된다. 이날 여행은 오전 6시에 시작됐다. 전날 종일 비가 내리고 그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서로 조금씩 거리를 두고 출발했다.

빠르게 걷거나 뛴 사람은 오전 9∼10시에 달마고도를 한 바퀴 돌았다. 한 참가자는 성에 차지 않는다며, 한 바퀴를 더 돌았다. 싸목싸목 걸은 참가자들은 오후 1∼2시에 마무리했다. 이른 시간에 시작하다 보니, 숲길에서 만나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산과 숲을 차분히 누릴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옛 암자 터를 연결하는 순례길 
  

해남 달마고도에서 만난 풍경. 너덜지대를 가로지르는데, 하얀 구름이 산야를 휘감고 있다. ⓒ 이돈삼

 

달마산 미황사가 품은 암자 도솔암. 바위 절벽 사이에 살포시 앉아 있다. ⓒ 이돈삼


달마고도는 한반도의 최남단, 해남땅끝에 자리하고 있다. 해발 489m의 달마산 중턱을 걷는 둘레길이다. 미황사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옛날 12개 암자 터를 연결하는 암자순례 길이다. 평균고도 200~350m로 달마산의 7부 능선을 따라간다. 기암괴석과 함께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섬들을 내려다보며 걷는다.

달마고도는 모두 4개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1구간은 미황사에서 큰바람재까지 2.7㎞에 이른다. 산중 습지와 너덜, 편백숲을 만난다. '민속의 보고'로 불리는 보배로운 섬 진도를 내려다보며 걷는다.

2구간은 큰바람재에서 노지랑골 사거리까지 4.4㎞에 이른다. 천제단과 문바우골, 금샘을 만난다. 땅끝바다와 완도대교도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옛날에 제주도를 오가던 포구인 남창, 제주도에서 뭍으로 보내는 말의 출입통제소 역할을 했던 이진 일대가 발아래로 펼쳐진다.

3구간은 노지랑골 사거리에서 몰고리재까지 5.6㎞로 비교적 길다. 노간주나무 고목이 많고, 편백숲이 넓다. 북평면 일대 넓은 들과 어우러진 바다경관도 멋스럽다. 아름다운 골짜기와 큰 너덜지대가 이어져 '명품' 달마고도에서도 명품 구간으로 통한다.

4구간은 몰고리재에서 출발지점이었던 미황사까지 5.3㎞에 이른다. 절벽 위의 암자 도솔암과 용담골, 삼나무숲, 부도밭을 만날 수 있는 코스다. 기암괴석과 너덜겅은 물론, 완도와 땅끝 앞바다의 다도해 풍광까지 볼 수 있다. 몸도, 마음도 행복하게 해주는 길이다.
  

달마산의 하얀 바위와 너덜지대. 달마고도가 너덜지대를 가로질러 나 있다. ⓒ 이돈삼

 

중장비의 흔적이라곤 찾을 수 없는 달마고도. 사람이 삽과 괭이를 이용해 다듬었다. ⓒ 이돈삼


달마산의 하얀 바위도 신비롭다. 유리의 원료인 규암이 많이 들어있다. 달마산은 중생대 백악기, 1억4000만 년 전에서 6500만 년 전에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긴 산이라고 한다. 기기묘묘한 바위로 이뤄져 있고, 크고 작은 돌이 널브러진 비탈 너덜지대가 많다. 너덜지대가 20여 군데나 된다.

달마고도의 속살은 더욱 아름답다. 길을 만들면서 중장비 같은 기계가 한 대도 들어가지 않았다. 나무 데크 같은 인공시설물을 하나도 만들지 않았다. 사람이 삽과 괭이로 파고, 지게로 저 나르면서 길을 다졌다. 사람의 힘으로 옮기기 어려운 무거운 물건은 지렛대를 활용했다.

길을 걸어보면 금세 확인된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중장비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길의 경계를 돌로 쌓고, 경사가 급한 데는 돌을 메워 다졌다. 새로운 시설물이라곤 이정표를 세운 게 전부다. 그것도 통나무에다 화살표로 걷는 방향을 알려주기만 했다.

달마고도를 닦을 때 하루 평균 40여 명이 현장에 투입됐다. 9개월 동안 연인원 1만여 명이 동원됐다. 달마고도 조성사업비(14억 원)의 90%가 인건비로 지출됐다고 한다. 10%는 부대비용으로 썼단다.

대웅보전 해체되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미황사 
  

이른 아침 달마산 미황사 풍경.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절집이 평온해 보인다. ⓒ 이돈삼

 

미황사 대웅보전 주춧돌에 새겨진 거북이 석조물. 미황사 창건설화와 관련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 이돈삼


달마산이 품은 미황사도 근사하다. 한반도의 최남단에 자리하고, 땅끝과도 어우러져 더욱 각별하다. 절집의 분위기도 어디보다 소박하다. 기암괴석에 둘러싸인 전각과 요사채, 산사체험과 한문학당, 괘불제와 산사음악회, 자하루 미술관까지 문화에서도 앞서가는 명품 절집이다.

단청이 다 벗겨진 대웅보전은 고색창연한 멋을 뽐낸다. 보물 제947호로 지정돼 있다. 대웅보전은 조만간 전면 해체·복원이 예정돼 있다. 해체되기 전에 한번 만나보는 것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미황사의 창건설화도 독특하다. 불교의 바닷길(海路) 유입설과 관련된다. 땅끝의 바닷가로 배 한 척이 들어왔다. 배에는 경전과 불상, 검은 돌이 실려 있었다. 검은 돌이 갈라지면서 불상과 경전을 실은 검은 소 한 마리가 나왔다. 소가 쓰러진 자리에 세운 절집이 미황사라는 얘기다.
  

미황사 부도밭. 기암괴석의 달마산이 품고 있는 또 하나의 승탑들이다. ⓒ 이돈삼

 

부도밭에서 미황사로 이어지는 숲길. 달마고도는 바위산이 품은 숲길이지만,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 이돈삼


검은 소의 울음소리가 아름다웠다고 미(美), 배를 타고 온 사람의 색이 금빛으로 빛났다고 황(黃)을 써서 미황사라 이름 붙였다고 전해진다. 이 얘기와 엮이는 바다거북과 게, 물고기 등의 석조물이 대웅보전의 주춧돌과 부도에 새겨져 있다. 보고 있으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앙증맞고 해학적이다. 석조물을 하나씩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주문에 걸린 편액 '달마산 미황사'도 눈여겨 볼 만하다. 글자에 창건설화가 담겨 있다. 그림 글자다. 편액을 보고 있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산도, 절도, 길도 아름답고 정겨운 달마산이고, 미황사이고, 달마고도이다.
  

미황사 일주문에 걸린 '달마산미황사' 편액. 미황사의 창건설화를 버무린 글자여서 눈길을 끌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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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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