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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뼈에 세 번 구멍 뚫리도록 저술

[[김삼웅의 인물열전] 다시 찾는 다산 정약용 평전 / 61회]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삼근(三勤)의 가르침을 내리시면서

등록 2020.10.30 17:00수정 2020.10.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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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 초상화

 
과골삼천(踝骨三穿).

요즘 세상에는 쓰이지 않는, 쓰임새가 거의 없는 고어이다.

복사뼈에 세 번씩 구멍이 뚫렸다는 이 말은 정약용의 강진초당 시절 제자 황상에 의해 전해졌다. 세월이 흘러, 열 다섯 살에 그의 제자가 되어 평생을 스승으로 모셨던 황상이 일흔여섯이 되어 계속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보다 못해 제자들이 이를 말렸다.

자네들! 거기 앉게. 날 위하는 말인 줄이야 왜 모르겠나만, 그런 말은 나를 알아주는 것이 아닐세. 내 스승이신 다산 선생님께서는 이곳 강진에 귀양 오셔서 스무 해를 계셨네. 그 긴 세월에 날마다 저술에만 몰두하시느라, 바닥에 닿은 복사뼈에 세 번이나 구멍이 났지.

열 다섯 살 난 내게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삼근(三勤)의 가르침을 내리시면서 늘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네. 

"나도 부지런히 노력해서 이를 얻었느니라. 너도 이렇게 하거라." 

몸으로 가르치시고, 말씀으로 이르시던 그 가르침이 6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어제 일처럼 눈에 또렷하고 귓가에 쟁쟁하다네. 관 뚜껑을 덮기 전에야 어찌 이 지성스럽고 뼈에 사무치는 가르침을 저버릴 수 있겠는가? 공부를 하지 않는다면 그날로 나는 죽은 목숨일세. 자네들 다시는 그런 말 말게. (주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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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이 18년 강진 유배생활 가운데 10년을 거처했던 다산초당. 훗날 다산유적보존회에서 기와집으로 지어놓았다. 초당 앞 넓은 바위가 차 부뚜막인 ‘다조'다. ⓒ 이돈삼

 
붓을 잡는 오른쪽 어깨 복사뼈에 세 번씩이나 구멍이 뚫릴 정도로 많은 글을 썼다. 엉덩이가 곪아서 앉을 수가 없어 벽에 선반을 만들어 놓고 서서 글을 썼는데, 이번에는 복사뼈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그렇게 쓴 500권의 책을 여기서 일일이 다 소개할 수 없어서 연대별로 주요 책의 목록을 전한다. 1801년 경상도 장기현의 유배부터 1818년 해배될 때까지, 주로 강진유배 시기에 쓴 책이다.

1801년 40세, 『이아술(爾雅術)』 6권과 『기해방례변(己亥邦禮辨)』.
1802년 41세, 『단궁잠오(檀弓箴誤)』, 『조전고(弔奠考)』, 『예전상의광(禮箋喪儀匡)』 
1804년 43세, 『아학편훈의(兒學編訓義)』.
1805년 44세, 『정체전중변(正體傳重辨)』 3권, 『승암문답僧庵問答)』.
1807년 46세, 『상구정(喪具訂)』.
1808년 47세, 『다산문답(茶山問答)』, 『다산제생증언(茶山諸生贈言)』, 『제례고정(祭禮考定)』, 『주역심전(周易心箋)』.
1809년 48세, 『상복상(喪服商)』.
1810년 49세, 『시경강의보(詩經講義補)』 12권, 『관례작의(冠禮酌儀)』, 『가례작의(嘉禮酌儀)』, 『매씨서평(梅氏書評)』, 『소학주관(小學珠串)』. 
1811년 50세, 『아방강역고』, 『상서지원록(尙書知遠錄)』 등 50권.
1812년 51세, 『민의보』, 『춘추고징(春秋考徵)』.
1813년 52세, 『논어고금주(論語古今注)』 50권.
1814년 53세, 『맹자요의(孟子要義)』, 『대학공의(大學公議)』, 『중용자잠(中庸自箴)』, 『대동수경(大東水經)』.
1815년 54세, 『심경밀험(心經密驗)』, 『소학지언(小學枝言)』.
1816년 55세, 「손암선생 묘지명」, 『악서고존(樂書孤存)』.
1817년 56세, 『상의절요(喪儀節要)』, 『경세유표』,
1818년 57세, 『목민심서』, 『국조전례고(國祖典禮考)』.

가히 초인적인 저술이었다. 일일이 붓으로 직접 썼다. 『논어고금주』를 펴냈을 적에는 문인 이강회와 윤동의 도움이, 『대동수경』은 제자 이청이 주석을 모아주었다. 또 기록에는 남아있지 않지만 유배 말기에는 제자들의 여러 가지 도움이 있었을 것이다.


주석
1> 정민, 『삶을 바꾼 만남』, 13쪽, 문학동네, 2012.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다시 찾는 다산 정약용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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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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