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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총장의 위기, 자업자득이다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초유의 직무 정지 사태를 이해하는 세 키워드

등록 2020.11.26 07:34수정 2020.11.26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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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24일 저녁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징계 청구 및 직무 배제 브리핑이 끝난 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2020.11.24 ⓒ 연합뉴스

  
자업자득이었다. 지난해 8월 이후 "조직에 충성한다"던 '검찰주의자' 윤석열 총장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사모펀드 의혹으로 출발한 조국 일가족 수사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처음엔 손쉽게 끝나리라 예상했을지도 모른다.

검찰 개혁의 불쏘시개를 자임하던,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쳐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여권의 향후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던 조 전 장관이 사퇴하면 간단히 끝날 일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검찰이 팔순 노모부터 아내와 자녀들은 물론 동생의 부인까지 탈탈 털었지만 조 전 장관은 끝끝내 버텼다.

자업자득

그러자 인사청문회 당일 정 전 교수를 소환 조사 없이 기소했고 이후 구속까지 일사천리였다.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가 이어졌고, 검찰의 칼끝은 이듬해 총선을 의식한 듯 민정수석 조국을 고리로 청와대를 겨냥했다. 검찰 기자단과 보수 언론, 보수 야당을 등에 업은 윤석열 검찰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권력보다 무서운 무소불위의 권력이었다.

허나 '검찰의 시간'이 끝나면서 '법원의 시간'이 찾아왔다. 검찰의 무리한 기소가 이어진 가운데 향후 재판 결과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고, 일부 재판 결과가 실제 그랬다. 조 전 장관 5촌 조카 1심 재판에서 사모펀드 의혹에 대해 권력형 범죄는 없었다는 결론이 나왔다. 조 전 장관 동생 조아무개씨 1심 역시 시종일관 본인이 혐의를 인정한 채용비리 관련 유죄 외에 애초 언론의 포화를 맞았던 웅동학원 관련 비리는 드러나지 않았고, 핵심 쟁점이던 배임 혐의도 무죄가 선고됐다.

윤 총장이 자신만만하게 '결과를 지켜봐달라'던 조국 일가족 수사의 재판 결과는 이렇게 검찰의 무리수가 증명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오는 12월 23일로 예정된 정경심 교수(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 등)의 판결이 또하나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법무부의 감찰 결과 중 검찰의 판사 불법 사찰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떻게든 울산 사건과 조국 전 장관 관련 사건 등의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자 하는 윤석열 총장의 절박함 말이다. 대검 내 정보통으로 꼽히는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왜 해당 사건 재판부 판사들의 정보를 취합해야 했을까.


사필귀정

사필귀정이었다. 조 전 장관 가족을 탈탈 털었던 윤 총장은 이제 본인의 가족이 수사를 받는 상황에 부닥쳤다. 이 역시 윤석열 검찰의 무소불위의 강제 수사를 목도한 일부 피해자나 관련자들이 묻혀있던 사건을 끄집어내고, 국민이 이를 소환하면서 가능했던 결과라 할 수 있다.

윤 총장 장모 최아무개씨의 과거 통장 위조 사건을 동양대 표창장 사건처럼 수사하라는 여론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윤 총장 부인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은 또 어떠한가. 정 전 교수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만으로 '조국은 자격 없다', '조국 가족은 범죄자 가족'으로 몰아갔던 윤 총장 본인 역시 동일한 법적, 사회적 기준을 적용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조 전 장관은 33일 만에 퇴임했다. 악화일로였던 여론을 의식한 결과였다. 뒤이어 문 대통령이 추미애 장관을 임명했다. 조 전 장관과 달리 임명 과정에서 강제수사도, 언론과 보수야당의 맹폭도 없었다. 추 장관은 여당 대표 출신 5선 의원이었다.

그렇게 임명된 추 장관은 현 정권이 천명한 '검찰개혁'의 기치를 굽히기는커녕 전임자가 걸음마를 뗐던 제도적·절차적 개혁을 이어갔고, 아들 병역 문제를 포함해 보수 야당과 보수 언론의 공격도 1년여 동안 버텨냈다. 그 결과가 결국 이번 직무배제 등으로 갈무리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요지부동

그럼에도 요지부동이다. 윤석열 총장만의 '법과 원칙' 말이다. 이번 법무부 감사 결과에 잘 드러난다. 법무부는 윤 총장이 최측근을 지키기 위해, 또 검사 비리를 지켜내기 위해 권한을 남용하고, 정보를 언론에 유출했으며, 감찰을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그 최측근 중 한 명은 윤 총장이 연수원 기수 상 한참 아래인데도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강력히 추천했다던 한동훈 검사였다(지난 국감장에서 김진애 열린민주당 원내대표가 이에 대해 묻자 윤 총장도 에둘러 시인한 바 있다). 정작 본인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사건과 관련된 언론사 사주와 부적절한 접촉을 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국정감사장에서 이들을 비호하는 듯한 언행을 보이기도 했다.

조국 일가족 강제 수사 이후 윤석열 검찰의 든든한 뒷배였던 일부 언론들도 요지부동이긴 마찬가지였다. '추미애 때리기'에 이어 '윤석열 대망론'으로 올 한 해 여론을 뒤흔들었다.

물론 요지부동인 이는 또 있다. 감찰 결과를 읽어내려가며 "본인 역시 충격을 받았다"던 추미애 장관 말이다.

자업자득과 사필귀정과 요지부동 사이 검찰개혁의 1등 공신이 윤석열 총장이란 결과론이 설득력을 얻는 중이다. 결국 본인이 휘두른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무소불위의 칼에 본인이 베일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25일, '불법 사찰' 보고서가 애초 존재하지 않았다거나 일반 정보 수집 활동이었다는 대검이나 전직 검사들의 항변이 나왔다. 반면 법무부는 문건에 개인정보도 포함돼 있었고,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도 불법사찰 소명의 일환이라 맞섰다. 지켜볼 일이다.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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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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