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어야 배우신 분이라고요?

코로나 시대의 식사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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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정(ddhani)등록 2020.12.31 16:47
어릴 때는 '어른보다 먼저 수저를 들지 마라.', '국은 오른쪽, 밥은 왼쪽에 놓아야 한다.' 같은 여러 가지 다양한 식사예절을 배웠다.

특히 유교문화가 남아있던 우리나라에서는 식사시간에 말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였다. 어른이 묻는 말에는 대답하되, 그 이외에 음식 앞에서 말을 많이 하는 것은 예의에 벗어난다고까지 생각했다. 근엄한 아버지 앞에서는 더욱 조심해야 했다. 문득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였던 '대화가 필요해'가 떠오른다. 무뚝뚝한 경상도 아버지는 늘 "밥 묵자" 라며 대화를 끊는다. 

하지만 세계 여러 나라의 식사문화를 접하면서 가족, 친구들과 대화하며 식사하는 것이 오히려 좋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꼭 우리 것은 구식이며 뒤떨어졌고, 외국의 것이 좋아 보인다는 것은 아니다. 굳이 윗사람 아래사람을 구분하지 않고 누구와도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그로 인해 더욱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는 장점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에는 식사예절 중 일부 규범들은 다소 완화되고 자유로워진 듯하다. 예전에 비해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점점 옅어진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 ⓒ Free-Photo, Pixabay

 

언젠가부터 먹방이 유행이다.
예전에도 많이 먹고, 잘 먹는 모습을 보면 "복스럽다, 보기 좋네. " 라고 칭찬했다.

그런데 요즘은 새로운 표현이 생겼다. 
"역시, 뭘 아네. 배우신 분" 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운다.

음식의 조합을 기가 막히게 맛있게 먹는다거나, 함께 먹는 사람이 놀랄 정도로 잘 먹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 
입맛이 별로 없던 사람에게 식욕을 북돋아주기도 한다.  


진정으로 배우신 분이란?

몇 달 전 일을 하면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 식사 자리를 가졌다.
모두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었고, 점심시간도 빠듯해 식사를 서두르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이 중간에 놓인 해물찜을 개인 젓가락으로 끊임없이 덜어먹었다. 젓가락으로 집은 음식은 바로 입속으로 직행했으니, 덜어먹는다고도 할 수 없다. 

그런데 그 분의 일행 중 한 명이 그분이 엄청난 미식가라며, "역시 맛있는 것을 잘 안다. 배우신 분"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그 분도 "제가 좀 음식을 맛있게 먹 는 편입니다"라며 어깨를 으쓱 올렸다. 

같이 먹는 음식을 자신의 수저로 휘젓는다거나, 지나치게 소리를 내서 쩝쩝거리거나, 입안에 음식이 가득한 채 말을 많이 하는 것들은 식사를 함께하는 사람에 대한 배려의 문제다. 

이런 기본은 지키지 않으면서 잘 먹는다, 맛있게 먹는다는 이유로 "배우신 분"이라 평가받는 것은 조금 이상하다.

코로나로 인해 함께 밥 먹는 것도 조심스러운 요즘이다.
식당에는 "식사할 때를 제외하고 대화를 나눌 때는 마스크를 써주세요" 라는 문구가 심심치 않게 붙어있다.

하지만 막상 그런 모습을 찾기는 힘들다. 옆 테이블이 가까워도 아랑곳하지 않고, 큰 소리로 웃고 이야기한다. 
식사를 마친 후라던가, 식사 중간에 대화할 때 다시 마스크를 쓰려고 하면 "유난떤다. 혼자만 살려고, 코로나 안 걸리겠다고 오버한다. "고 핀잔을 주기도 한다. 

백신이 나왔다지만,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언제 끝날지 요원하다.
평상시라면 '혼자 깔끔한 척 한다, 유난스럽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던 행동이 오히려 나뿐 아니라, 모두를 위한 배려와 예의이기도 한 요즘이다. 

잘 먹는 모습은 같이 먹는 사람으로 하여금 흐뭇함을 준다.
하지만 "진짜 배우신 분"이라면 기본적인 위생과 식사예절부터 지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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