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어루만지는 가곡

[TV 리뷰]

검토 완료

윤소정(ddhani)등록 2021.01.03 13:02
가곡이라 하면, 왠지 고리타분한 구식 옛날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가수가 아닌 성악가가 부르는, 조금은 무겁고 딱딱한 느낌이랄까?

학교 음악수업 시간에 슈베르트를 '가곡의 왕'이라고 배웠었다.
음악책에 있던 <보리밭>으로 실기시험을 보았던 기억도 난다.
하지만 막상 가곡이 무엇인지, 가요와는 어떤 점에서 다른지 묻는다면 글쎄... 잘 모르겠다.

 

. ⓒ JTBC

 

2020년 12월31일 <JTBC - 차이나는 클라스>에서는 K가곡을 주제로 이화여대 김효근 교수가 강연을 했다.
가곡에 대해 강연을 하는 분이니 당연히 음대 전공자가 아닐까 추측했으나, 의외로 경제학을 전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 재학시절부터 음대 수업을 들을 정도로 음악에 관심이 많았고, 이후 가곡을 작곡하는 등 현재까지 음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가곡의 사전적 정의는 아래와 같다.
"시에 곡을 붙여 만든 서정적인 노래"

하지만 가요 중에도 시를 가사로 한 노래들이 있다.
그렇다면 가곡은 이런 가요와 무엇이 다를까?

가곡은 시의 내용과 정서에 맞게 곡을 붙인 작품으로, 음악의 내용(선율, 화성, 리듬)이 음표와 악보로 고정이 된 상태라고 그 차이를 설명한다. 이에 반해 가요는 좀 더 자유롭다. 선율과 가사만 확정된 채, 화성은 변형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곡이 작곡가 중심이라면, 가요는 연주자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 ⓒ JTBC

 
'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로 시작하는 김형준 작시, 홍난파 작곡의 <봉선화(1920년)>는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홍난파가 1920년 바이올린 연주곡으로 작곡을 하고 5년 후 이 곡에 성악가인 김형준이 시를 붙인 것으로, "시에 곡을 붙인 노래"라는 가곡의 정의로 엄격하게 따지자면 가곡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1922년 시와 곡이 함께 탄생한 <동무생각>이 최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은상 작시, 박태준 작곡의 이 가곡은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로 시작하는 유명한 가곡이다. 

이 밖에도 1920~1930년대에 만들어진 홍난파의 <고향의 봄>, 박태준의 <오빠생각>, 현제명의 <그집앞>, <고향생각> 등은 나에게도 익숙한 곡들이다.

 

. ⓒ JTBC

 

시인의 감성으로 시대를 노래한 가곡은 힘든 시기마다 국민에게 위로가 되어 주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아픔을 노래한 <봉선화>, 분단의 슬픔과 한이 녹아있는 <그리운 금강산>, 피난시절 가난으로 고통 받는 국민의 마음을 위로해주던 <보리밭>을 비롯한 가곡은 이렇게 우리와 함께해왔다.

특히 1980년대는 '대한가곡제'가 시작되었고, 한국 가곡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9시 뉴스 직전 가곡 뮤직비디오를 정기적으로 방영하고, 가곡을 노래하는 성악가들은 지금의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 ⓒ JTBC

 
하지만 인기에 자만한 나머지 더 이상 가곡의 변화를 꾀하지 않았고 그 사이 가요는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가곡은 점점 대중의 취향에서 멀어지며 1990년대 이후로 침체기에 들어선다.
가곡을 다시 부활시키려는 노력으로 1989년 성악가 박인수와 가수 이동원이 함께 부른 <향수>가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이때만 해도 가곡을 가수와 함께 불렀다는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후 2010년 새로운 창작가곡들이 발표되고 크로스오버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보게 된 것도 스페셜 게스트인 길병민과 유채훈의 노래를 듣고싶어서였다. 이들은 올해 초 방송된 <팬텀싱어3>에서 활약했던 성악가들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성악을 좋아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지만, 뭔가 발성이 답답하고, 발음도 명확치 않은 것 같고... 그냥 일반적인 대중가요가 훨씬 내 취향에 듣기 좋았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에서 가곡을 들었을 때 뭔가 마음이 찡하고 울리는 느낌이 있었다. 그렇게 자꾸 듣다보니, 성악과 가곡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서정적이고 순수한, 뭔가 어른을 위한 동요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 ⓒ JTBC

 

2020년은 한국가곡 100주년이라는 의미 깊은 한 해였다.
가곡은 생각보다 우리 옆에 가까이에 머물러 있었고, 위로와 희망을 주었다.

모두가 힘들고 위로받고 싶은 요즘이다.
가곡을 통해 마음을 힐링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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