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날, 마음을 어루만지는 가곡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TV 리뷰]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위로와 희망, K가곡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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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정(ddhani)등록 2021.01.06 16:35
음악을 즐겨듣지만, 가곡을 찾아 들은 경험은 없다. 가곡이라고 하면, 왠지 고리타분한 구식 옛날 노래 같다. 막상 가곡이 뭐냐고 묻는다면, 가요와의 다른 점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다.

만약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방송을 통해 가곡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2020년 12월 31일 <JTBC - 차이나는 클라스>에서는 K-가곡을 주제로 이화여대 김효근 교수의 강연이 있었다.

김효근 교수는 한국 가곡이 태어난 지 100년이 된 2020년의 마지막 날, 가곡이란 무엇인지, 한국 가곡이 지난 백년간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 그리고 그 오랜 기간 우리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먼저 가곡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시에 곡을 붙여 만든 서정적인 노래"이다.
하지만 가요 중에도 시를 가사로 한 노래들이 있다.
그렇다면 가곡은 이런 가요와 무엇이 다를까?

가곡은 시의 내용과 정서에 맞게 곡을 붙인 작품으로, 음악의 내용(선율, 화성, 리듬)이 음표와 악보로 고정된 상태이다. 이에 반해 가요는 좀 더 자유롭다. 선율과 가사만 확정된 채, 화성은 변형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곡이 작곡가 중심이라면, 가요는 연주자 중심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슈베르트(1797~1828년)를 '가곡의 왕'이라고 부른다. 약 600곡 이상의 가곡을 작곡한 그는 당시 유명한 시인인 괴테와 실러의 시에 곡을 붙였을 만큼 많은 가곡을 만들었다. 그 중 유명한 곡인 <마왕> 역시 1815년 괴테의 시를 보고 감명 받아 작곡한 가곡이다.
슈베르트 이전에도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음악가가 가곡을 작곡하기도 했다.

 

. ⓒ JTBC

 

그렇다면, 우리나라 가곡의 역사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울 밑에 선 봉선화야, 네 모양이 처량하다'로 시작하는 김형준 작시, 홍난파 작곡의 <봉선화(1920년)>는 우리나라 최초의 가곡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홍난파가 1920년 바이올린 연주곡으로 작곡을 하고 5년 후 이 곡에 성악가인 김형준이 시를 붙인 것으로, "시에 곡을 붙인 노래"라는 가곡의 정의로 엄격하게 따지자면 가곡이라고 할 수 없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1922년 시와 곡이 함께 탄생한 <동무생각>이 최초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은상 작시, 박태준 작곡의 이 가곡은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청라언덕 위에 백합 필 적에'로 시작하는 유명한 가곡이다. 

이 밖에도 1920~1930년대에 만들어진 홍난파의 <고향의 봄>, 박태준의 <오빠생각>, 현제명의 <그집앞>, <고향생각> 등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곡들이다.

시인의 감성으로 시대를 노래한 가곡은 힘든 시기마다 국민에게 위로가 되어 주기도 했다.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의 아픔을 노래한 <봉선화>, 피난시절 가난으로 고통 받는 국민의 마음을 위로해주던 <보리밭(1952년)>, 분단의 슬픔과 한이 녹아있는 <그리운 금강산(1961년)>을 비롯한 가곡은 지난 시간동안 우리와 함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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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1980년대는 '대학가곡제'가 시작되었고, 한국 가곡은 전성기를 맞이한다.
9시 뉴스 직전 가곡 뮤직비디오를 정기적으로 방영했고, 가곡을 노래하는 성악가들은 지금의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이 날 강연을 했던 김효근 교수는 1981년 열린 '제1회 대학가곡제'에서 <눈>이라는 가곡을 작곡하여 대상을 받았다고 한다. 가곡에 대해 강연을 하는 분이니 당연히 음대 전공자가 아닐까 추측했으나, 의외로 그는 경제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대학 재학시절부터 음대 수업을 들을 정도로 음악에 관심이 많았고, 이후 가곡을 작곡하는 등 현재까지 음악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 ⓒ JTBC

 

이렇듯 성악가와 대중 모두에게 사랑받던 가곡이지만, 인기에 자만한 나머지 더 이상의 변화를 꾀하지 않았고 그 사이 가요는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가곡은 점점 대중의 취향에서 멀어지며 1990년대 이후로 침체기에 들어선다.

가곡을 다시 부활시키려는 노력으로 1989년 성악가 박인수와 가수 이동원이 함께 부른 <향수>가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이때만 해도 가곡을 가수와 함께 불렀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후 2010년 새로운 창작가곡들이 발표되고 크로스오버도 활발히 이루어지는 등 가곡의 부흥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보게 된 것도 스페셜 게스트인 길병민과 유채훈의 노래를 듣고싶어서였다. 이들은 올해 초 방송된 <팬텀싱어3>에서 활약했던 성악가들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성악이나 가곡을 좋아하지 않았다. 조금은 무겁고 딱딱한 느낌이랄까? 일반적인 대중가요가 훨씬 내 취향에 듣기 좋았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에서 가곡을 들었을 때 뭔가 마음이 찡하고 울리는 느낌이 있었다. 그렇게 자꾸 듣다보니, 성악과 가곡의 매력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서정적이고 순수한, 뭔가 어른을 위한 동요 같았다.

이 방송이 끝나갈 무렵, 가곡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던 출연진들도 가곡을 들으며 감동받고 눈물짓기도 했다.

이처럼 가곡은 생각보다 우리 옆에 가까이에 머물러 있으면서, 위로와 희망이 되어 주었다.

 

. ⓒ JTBC

 

모두가 힘들고 위로받고 싶은 요즘이다.
가곡을 통해 마음을 힐링하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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