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인 환경설정'은 하셨나요?

신년계획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

검토 완료

조성모(sungmocho)등록 2021.01.20 11:40
 

개인 환경설정 올해 신년계획 환경설정하기 ⓒ 조성모

 
4시간이 걸렸다. 오후 2시 40분부터 시작해서 6시 40분까지 꼬박 모니터에 코를 박고 했으니 4시간이 맞다.
"조선생님, 아까 통화할 때 제일 중요한 예기를 빼먹었어요, 우리 연구회에서 저번에 강사님 초대해서 온라인 연수한 동영상 있잖아요, 그거 번역을 좀 해야 하는데..."
"힉, 제가 다 해요?"
"아니, 아니 그건 아니고, 제가 7개로 짤랐어요. 그래서 20분 정도되요. 그 중에 한 개만 해 주십사하고... 부탁드려도 될까요?"
"에... 에... 조금 어려울꺼 같은데요"
"미리 영상 대사 추출 프로그램으로 텍스트는 다 다운 받아 놨어요"
"아, 그래요? 그럼, 그러죠, 뭐. 네, 알겠습니다"
"아유, 고마워요. 그럼 텍스트 파일이랑 영상 파일 보낼께요, 혹시 5시까지 해 줄 수 있을까요?" 
"그럼요, 바로 해서 보내드릴께요"
실수다. 영상 속 영어 발음이 듣기 힘들다. 대사 추출 프로그램으로 뽑은 텍스트는 영상과 대략 60% 정도만 맞는 것 같다. 더군다나 영상 속 남, 여 교육관계자 두분의 대화가 물 흐르듯이 정제된 것이 아니라 즉석의 생 날 것의 대화수준이다. 결국, 내 번역글을 다른 분이 보고 이해하려면 내가 먼저 완벽히 내용을 이해하고 영상 속 화자가 말하는 'it'(그것)을 찾아서 넣어줘야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할 시간이다. 컴퓨터를 새로 구입하면 자기에 맞도록 바탕화면, 아이콘, 마우스 포인터, 디스플레이, 작업 표시줄 등등 '개인 설정'을 한다. 한 번 개인 설정을 해 두면 누가 바꾸지 않는 이상 꾸준히 그 상태로 해 나갈 수 있다. 그렇게 내 생활 습관을 설정해 두는 것이다. 나조차도 바꿀 수 없도록 말이다.

나도 올해 1월 1일 첫날 '개인 환경설정'을 새롭게 설정했다. '환경설정'은 한마디로 '억지설정'이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하게끔 나 자신을 그런 환경에 넣는 것이다.

그 중에 하나가 '영어공부'이다. '1주일에 원서 1권 읽기'가 목표이다. 첫날 의욕차게 시작했다. 독서대도 가져다 놓고, 책갈피도 새로 준비했다. 3주째로 가고 있지만 현재 1권과 씨름중이다. 책장을 당겨서 안다리로 넘기려고 하는데 단어가 목이 메여 넘기지 못한다. 목표 수정이 필요할 때이다.

다른 '환경 설정' 중 하나는 '1일 1S/W(software)'이다. 온라인 교과 컨텐츠 만들기, 실시간 화상 플랫폼, 다양한 협업 프로그램을 배우고 적절하게 쓸 수 있어야 이 시대의 파도를 탈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잠수해야 한다. 나는 잠수 실력이 형편없어서 개헤엄이라도 쳐서 파도를 타려고 한다.

또 다른 하나는 '독서모임'이다. 선생님들로 구성된 독서모임들, 여러 직업군이 모인 모임에서 책을 같이 읽고 예기하는 것이다. 책에서 다섯 챕터마다 A4용지 한 장씩 발제문에 답하는 식으로 참가하게 된다. 그냥 책을 읽고 그치는 것에서 토의, 토론을 통하여 내면화하는 것이다. 이 모임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다른 관점으로 예기하시는 것을 듣고 내 시야를 넓힐 수 있어서 좋다. 또 나의 관점을 담은 예기로 다른 분들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책은 간접 경험의 최고봉이다. 하지만 배움은 단순히 경험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서 얻어진 성찰을 통하여 얻는다고 한다. 그래서 나 혼자면 포기해도 아무도 모르는 것을 '독서모임'으로 '환경 설정'을 한다.

번역한지 2시간이 지났다. 아직 반도 못했다. 영상을 보고 방금 본 것을 또 보고, 속도를 늦췄다 말았다한다. 영상 속 남자분은 말할 때마다 손을 화면 앞에서 연신 '잼잼'하는 통에 가뜩이나 머리가 더 지끈지끈하다. 

슬슬 영상 속 두 화자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요령이 생기면서 속도가 조금씩 붙는다. 그래도 사람이 말하는 것이라 중언부언 할 때마다 이게 무슨 소리인지 헷갈린다. 화자가 짧게 말하면 나도 짧게 번역하고 싶은 데, 이게 웬 노파심인지 꿈보다 해몽이라고 내용을 조금 덧붙여 번역한다. 그래서 번역은 제2의 창조라고 한 것 같다.

오후 6시 40분. 끝.났.다. 마침표가 이렇게 반가운 적이 없었다. 번역본 파일을 메신져로 보낸다. 영상 파일은 덩크슛으로 휴지통에 버린다.

나의 첫 번째 '환경 설정'인 영어공부는 얼추 했고 조금 있다가 8시에 '독서모임'을 해야 한다. 그 전에 오늘 '1일 1S/W'를 위해서 예전에 즐겨찾기만 해 두고 들어가지 못했던 사이트를 들어가본다. 오', 내가 좋다고 썼던 것들보다 훨씬 더 좋은 기능들이 수두룩하다. 진작 알아보고 써 보았으면 좋았을 것인데 아쉽다.

역시 '환경설정'하기를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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