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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영 "성폭력을 입맛대로 소비... 큰 염증 느낀다"

시민단체 '활빈단'의 김종철 고발에 "원치도 않는 제3자의 고발 때문에 2차 가해 감당해야 하나"

등록 2021.01.26 21:09수정 2021.01.27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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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 앞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김종철 전 정의당 대표를 성추행 혐의로 고발한 시민단체를 향해 "저의 일상 복귀를 돕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하는 경솔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냈다. 

26일 '활빈단'은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김 전 대표를 철저히 수사해달라고 고발했고,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과로 넘어갔다. 피해자인 장 의원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었다. 성추행이 피해자가 직접 신고해야만 하는 친고죄도,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면 재판에 넘겨지지 않는 반의사 불벌죄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소식을 접한 장 의원은 페이스북글에서 "저의 의사를 무시한 채 가해자의 형사고발을 진행한 것에 아주 큰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피해당사자로서, 스스로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상을 회복하고자 발버둥치고 있는 제 의사와 무관하게 저를 끝없이 피해사건으로 옭아넣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며 "고소를 진행하지 않기로 한 것은 가해자가 아닌 저 자신을 위한 선택"이라고 했다.

또 "이미 부당한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는 제가 왜 원치도 않은 제3자의 고발로 다시금 피해를 지난하게 상기하고 설명하며, 그 과정에서 수반될 2차 가해를 감당해야 하냐"고 호소했다. 장 의원은 "성범죄가 친고죄에서 비친고죄로 개정된 취지는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권리를 확장하자는 것이지 피해자의 의사를 무시하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피해자 중심주의를 말하면서 실상은 성폭력 사건을 자기 입맛대로 소비하는 모든 행태에 큰 염증을 느낀다"고 밝혔다.

다음은 장혜영 의원의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

"발버둥치고 있는데... 또다른 '피해자다움' 강요"

"명확히 말씀드립니다. 성폭력 사건을 대응하는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일상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피해자와 연대한다는 것, 피해자 관점에서 접근한다는 것, '피해자다움'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방법론입니다. 문제를 제기하고, 풀어가고, 마무리 짓는 방식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존중한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의 의사에 반하여 가해자를 형사고발한 시민단체에 말씀드립니다.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우선한다는 성폭력 대응의 대원칙에 비추어, 피해당사자인 제가 공동체적 해결을 원한다는 의지를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저와의 그 어떤 의사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저의 의사를 무시한 채 가해자에 대한 형사고발을 진행한 것에 아주 큰 유감을 표합니다. 피해당사자로서 스스로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상을 회복하고자 발버둥치고 있는 저의 의사와 무관하게 저를 끝없이 피해 사건으로 옭아넣는 것은 매우 부당합니다.

사법체계를 통한 고소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가해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저 자신을 위한 선택입니다. 이미 가해자의 시인과 공당의 절차를 통해 제가 겪은 일이 성추행이라는 것이 소명되었습니다. 나아가 이에 대한 공동체적 책임, 나아가 사회적인 책임을 묻는 과정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만으로도 이미 입에 담을 수 없는 부당한 2차 가해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미 이렇게 부당한 2차가해에 시달리고 있는 제가 왜 원치도 않은 제3자의 고발을 통해 다시금 피해를 지난하게 상기하고 설명하며 그 과정에 필연적으로 수반될 2차 가해를 감당해야 합니까? 해당 시민단체의 행동은 저의 일상으로의 복귀를 돕기는커녕 오히려 방해하는 경솔한 처사입니다.

성범죄가 친고죄에서 비친고죄로 개정된 취지는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고 권리를 확장하자는 것이지 피해자의 의사를 무시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형사고소는 피해자가 권리를 찾는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사법처리를 마치 피해자의 의무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또다른 피해자다움의 강요일 뿐입니다.

입으로는 피해자 중심주의를 말하면서 실상은 피해자의 고통에는 조금도 공감하지 않은 채 성폭력 사건을 자기 입맛대로 소비하는 모든 행태에 큰 염증을 느낍니다. 

성폭력과의 싸움은 가해자와의 싸움이자, 가해자 중심주의와의 싸움이자, 발생한 성폭력을 공동체적 성찰의 계기로 삼는 대신 원색적인 뉴스거리로 소비하는 지긋지긋한 관행과의 싸움이기도 하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이 글을 적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저는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그 어떤 피해자다움에도 갇히지 않은 채 저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다음에 목소리를 낼 사람은 조금이라도 더 편안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많이 바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사회가 이것보다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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