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트롯 가수를 어떻게 봐야 할까

어린이 트롯 가수를 보는 것이 불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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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영(nhy88)등록 2021.02.27 13:51
'홍시 맛이 나서 홍시 맛이 난다고 하였는데, 어찌 홍시 맛을 알았느냐고 물으시면...(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절대 미각을 가진 어린 장금은 아무도 몰랐던 홍시 맛을 혼자서 잡아내고, 어찌 홍시 맛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요즘 트롯 신동들이 화제다. 10살 남짓의 어린이들이 성인 가요 특유의 한과 아픔을 그려내는 모습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어떻게 저런 정서를 가지고 있을까, 뭘 알고 감정을 저렇게 표현할까 의아하지만 그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장금이처럼 대답할거다. '슬프게 불러야 할 거 같아서 슬프게 불렀는데, 한이 뭐냐고 물으시면....(뭐라고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경험이 없어도, 음악에서 표현해야 하는 느낌을 알고, 기가 막히게 표현하는 아이들이 있다. 매우 섬세한 예술적 감수성에 기술까지 더해졌다. 재능이 기가 막히게 훌륭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어린이가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부르며 '여보'를 외치는 것이 감동적이진 않다. 게다가 어린이들끼리 경합을 붙여 울고 불고 하는 모습까지 연출되었다니 극적인 재미를 위해 어린이들의 감정까지 혹사시킨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가운데에 노래 부른 어린이들이 들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트롯은 성인 가요이기 때문에 음악과 어린 가수 간의 괴리감이 주는 불편함이 다른 대중문화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아이돌 음악의 경우 주요 소비자가 청소년이고, 그렇다 보니 그들의 취향에 맞는 또래들이 아이돌 그룹으로 상품화된다. 어린이 시절부터 연습생을 거쳐 청소년기에 데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 과정에도 많은 문제가 내포돼 있다. 트롯만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돌 음악의 경우에는 청소년 문화의 한 단면으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트롯은 주요 소비자가 성인이다. 트롯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서 역시 성인 취향이다. 가사나 리듬이나 창법이 어린이들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까지 성인 대상의 대중문화 상품으로 무대에 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디션 프로그램의 무대는 친구들 앞에서 장기 자랑하거나 친척들 앞에서 재롱 잔치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어린이가 직업을 가진 가수가 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가수가 되는 순간, 그들은 기획사에 소속되어 스케줄 대로 움직이는 상품이 된다. 재능이 클수록 혹사당할 가능성도 높고, 일상적인 사회화 과정에서 벗어나며 결핍을 가져올 수도 있다. 또래의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다양한 지식을 학습하는 것이 별 거 아닌 일 같지만 자아정체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데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으니 상관없다고? 돈을 관리할 능력이 안 되면 돈도 내 것이 되기 힘들다. 

세상 쓸데없는게 연예인 걱정이라지만, 요즘 너무 어린 나이에 연예인을 하겠다고 나선 어린이들을 보고 있자니 그런 쓸데없는 걱정이 된다. 훌륭한 재능을 일찍 발견하여 계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하는지만 알아도 인생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어린이의 재능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데에는 사회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보호받으며 한창 놀고, 배우며, 성장해야 할 나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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