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환경파괴를 자초한 서구 문명

[내가 쓴 '내 인생의 책'] 28화 <서양보다 앞선 동양문화 91가지>

등록 2021.05.13 10:35수정 2021.05.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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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보다 천 년을 앞섰던 중국의 수학 수준

지금으로부터 2천 년 전인 기원 전 1세기의 고대 중국에서 만들어진 <구장산술(九章算術>이라는 수학 책에는 놀랍게도 이미 원의 부채꼴 부분의 면적을 구하는 법칙이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 때 우리들의 머리를 싸매게 했던 연립방정식을 비롯하여 제곱근과 세제곱근, 분수의 4칙 계산, 플러스와 마이너스 개념 그리고 복잡한 비례식 등 모두 246개에 이르는 수학 문제가 문제와 해답 그리고 그에 대한 풀이의 순서로 수록되어 있다.

'방정식(方程式)'이니 '기하학(幾何學)' 그리고 '분모(分母)', '평방(平方)', '입방(立方)' 등의 오늘날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수학 용어 중에서 상당수가 서양으로부터 전해온 말이 아니라 이미 중국에서 고대시대부터 사용되던 용어들이라는 사실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지 못하고 있다. 이를테면 '배열하다'는 의미를 지닌 '방(方)'의 식이 곧 '정(程)'이었고, 이들을 비교하여 계산한다는 뜻으로부터 '방정식'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또 "얼마일까?" 혹은 "몇 명이 필요할까?" 등의 질문은 모두 "기하(幾何)"로 표현되어 이로부터 '기하학'이라는 용어가 탄생되었다. 2세기에 중국에서 저술된 천문 수학서 『주비산경(周髀算經)』이라는 책에는 놀랍게도 "직각 삼각형의 빗변을 한 변으로 하는 정사각형의 면적은 두 변을 각각 한 변으로 하는 2개의 정사각형 면적의 합과 같다"는 피타고라스 정리의 증명을 다루고 있다.

원주율 π를 구하는 문제만 해도 중국이 서양보다 무려 천 년 이상이나 앞서 있었고, 마이너스(-) 개념에 있어서는 중국이 서양에 무려 1700년이나 앞섰다. 서양인들은 16세기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고차방정식에 관심조차 가지고 있지 못했다. 또한 13세기에 살았던 중국 수학자 주세걸(朱世傑)이 지은 <사원옥감(四元玉鑑)>에는 이미 14차 방정식의 해법까지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었다. 당나라 시기의 대학이었던 국자감에서는 수학을 공식 과목으로 가르치고 있었는데, 당시 가장 어려운 수학책은 바로 조충지라는 수학자가 지은 <철술(綴術)>로서 학생들이 이 책을 공부하는 데만도 4년이 꼬박 걸려야 했다.

화약, 나침반, 함선... 모두 동양이 앞섰지만

15세기 세계 최강의 함대는 명나라 영락제 때 정화(鄭和)가 이끌던 함대였다. 정화의 항해에는 거선 62척을 포함해 총 2백여 척에 총 2만 7800여 명이 승선하고 있었다. 배의 크기는 길이 151. 8m, 폭은 61. 6m로서 8천 톤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크기였다. 이에 비하여 바스코 다 가마(Vasco da Gama)가 케이프타운을 발견할 때 사용된 배는 고작 120톤이었고, 콜럼버스가 신대륙 탐험 때 88명이 승선했던 배는 250톤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항해는 오로지 다른 국가들과 우호적인 조공관계를 맺는 데 만족했을 뿐, 더 이상의 발전은 없었다.


한편 화약도 일찍이 11세기 중국 송나라에서 발명하였지만, 중국은 주로 불꽃놀이 등 연회나 축제용으로 사용했을 뿐 서양에서처럼 본격적인 전쟁 무기로 발전시키지 못하였다. 우리는 흔히 몽골군이 말만 타고 유럽을 휩쓴 것으로 알지만, 유럽 각국은 이미 당시에 몽골군이 퍼붓는 화약 무기에 혼비백산해야 했다. 하지만 결국 이 화약을 본격적인 전쟁무기로 발전시킨 것은 서양이었고, 이 화약으로 만든 서양의 대포 앞에서 중국은 무릎을 꿇어야 했다.

저명한 경제사가인 포이어워커(Albert. Feuerwerker)는 이렇게 말했다.

"1000~1500년까지 농업 생산성, 산업 기술, 상업의 복합성, 도시의 부(富) 또는 생활 수준(세련된 관료제나 문화적 수준을 포함하여) 등 모든 측면에서 유럽은 중국보다 뒤떨어졌다."

현재의 심각한 기후위기 등 환경파괴를 자초한 서구 문명과 과잉 개발

그렇다면 왜 그렇듯 앞서갔던 중국은 유럽에게 뒤지게 되었을까?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세계 근대화를 앞당긴 인쇄술, 화약 그리고 나침반은 모두 중국에서 발명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놀라운 발명들은 발명 그 자체에 머무르면서 생산과 결합한 확대 발전을 가져오지 못하였다.

반면 서구에서는 발명이 곧바로 생산과 연결되어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특히 산업혁명 과정과 병행되어 전개되었던 석탄 등 지하자원의 개발과 채굴은 생산력의 폭발적 증가라는 엄청난 결과를 낳았다. 중국은 이 지하자원이라는 존재에 대하여 전혀 눈을 돌리지 못했다. 그러나 과도한 지하자원 개발과 전면적 소비사회는 극심한 환경 파괴로 이어져 결국 이 지구상에 과잉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켰고, 인류는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라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서구 방식의 개발과 문명이 인류를 파멸의 위기로 몰아넣게 된 것이다. 

<서양보다 앞선 동양문화 91가지>, 이 책은 출간한 뒤 카톨릭TV 방송에서 필자가 생방송으로 책 소개 인터뷰를 했었다. 10분이 넘는 꽤 긴 인터뷰였고, 그것을 준비하느라 열심히 관련 수치를 외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책을 출판한 '산하' 출판사는 그 뒤 불황으로 사업을 접었다. 그러나 출판사 사장님은 정치에 뛰어들어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바로 소병훈 의원이다. 출판사는 망했지만, 정치의 꿈은 이룬 셈이다.
#서구문명 #동양문화 #중국 #소준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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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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