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분야에서 유리천장을 깬 여성들

[책과 도서관으로 만나는 세상] 한국 최초 여성 도서관장부터 국가도서관 최초 여성 관장까지

등록 2021.07.30 14:42수정 2021.07.3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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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도서관협회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이 탄생했다. 2021년 7월 1일 자로 임명된 이재선 사무총장 이야기다(관련 기사 : 95년 만에 탄생한 한국도서관협회 여성 사무총장).

이 대목에서 한 가지가 궁금하다. 한국 최초의 '여성 도서관장'은 누구일까?

'전무후무'한 여성 도서관인
 

이봉순 1940년 경성제국대학 부속도서관 고원으로 도서관에 처음 발을 디뎠다. 도서관 분야 유리천장을 깬 여성 도서관인일 뿐 아니라, 한국 도서관 분야에 큰 발자취를 남긴 선구적인 인물이다. ⓒ 백창민

 
한국 최초의 '여성 도서관장'은, 1955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 도서관장을 지낸 이봉순이다. 이봉순보다 더 빨리 '도서관장' 자리에 오른 여성의 기록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대한민국 최초일 뿐 아니라, 이 땅 최초의 여성 도서관장일 가능성이 높다.

이봉순은 최초의 여성 도서관장이자, 여성 최초로 대학도서관장 자리에 오른 사람이다. 1959년 한국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도서관학과(지금의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된 사람이기도 하다.

시인을 꿈꿨던 이봉순은, 이화여전 졸업 후 1940년 4월 10일부터 경성제국대학 부속도서관에서 일했다. 이봉순은 1951년부터 2년 동안 미국 인디애나대학에서 도서관학을 공부하며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봉순은 신재숙과 함께, 미국에서 도서관학을 전공한 초창기 유학생이다. 일본이 이식한 대학도서관(경성제대 부속도서관)에서 일을 시작한 그녀는, 미국식 도서관학을 공부하고 이 땅에 전파한 1세대 유학파였다. 귀국한 그녀는 1955년부터 이화여자대학교 도서관에서 일했다.

이봉순은 1955년 4월부터 1985년 2월까지 이화여대 도서관장을 지냈다. 관장 서리 기간을 포함하여, 무려 30년 가까이 '이대 도서관장'으로 일했다. 29년 11개월에 걸친 그녀의 도서관장 재임 기록은, 해방 후 공공과 대학도서관을 통틀어 '최장기 도서관장' 기록일 가능성이 높다.

이봉순은 1981년부터 1983년까지 한국도서관협회(도협)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전무후무'(前無後無)는 바로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이봉순 이전에도 없었고, 그 이후에도 도협 회장 자리에 오른 여성은 없다. 현 국립중앙도서관장인 서혜란 관장이 도협 회장 자리에 도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노정희 대법관을 거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수장이 된 노정희 위원장. 판사로 사법부에서 오랫동안 일한 그녀는, 대한민국 국가도서관 역사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겼다. 그녀는 도서관 분야에서 선구적인 업적을 남긴 이봉순과 대학 동문이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혜란이 두 번째 여성 도협 회장이 되는 데는 '실패'했지만, 2019년 9월 국립중앙도서관 최초의 여성 관장이 되는 데는 '성공'했다. 1945년 국립도서관 개관 때부터 꼽으면 74년, 1925년 문을 연 조선총독부도서관 때부터 헤아리면 94년 만에 탄생한 여성 관장이다. 서혜란 관장 이전에 40명의 국립중앙도서관장이 있었으나, 모두 남성이다.

국립중앙도서관 41대 관장인 서혜란은, 초대 이재욱 관장에 이어 두 번째 '사서(司書) 출신 도서관장'이다. 사서 자격증을 발급한 1966년 이후, 10만 명 가까운 사서가 배출되었다. 그 많은 사서 중에 이 나라 국가 중앙도서관을 이끌 인재가 단 한 명도 없었을까? 이 점에서 서혜란 관장의 취임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국립중앙도서관 최초의 여성 관장인 서혜란 관장이 '최초의 여성 국가도서관장'일까? 아니다. 서혜란 관장에 앞서, 여성 국가도서관장 자리에 오른 이가 있다. 법원도서관 노정희 관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국에는 3개의 국가도서관이 있다.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법원도서관이다.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에 각각 한 개씩 국가도서관이 있다.

1989년 9월 1일 개관한 법원도서관은 국가도서관 중 가장 늦게 문을 열었지만, 여성 도서관장의 선임은 가장 빨랐다. 2018년 2월 취임한 노정희 법원도서관장은, 우리 국가도서관 역사상 최초의 여성 관장이다. 노정희 관장이 서혜란 관장보다 19개월 먼저 '최초의 여성 국가도서관장'이 되었다.

법원도서관장에 이어 대법관을 지낸 노정희 씨는, 2020년 11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 취임했다. 이 과정에서 최초의 여성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 주목받은 바 있으나, 사실 그녀는 최초의 여성 국가도서관장 자리에 먼저 올랐다.

대한민국 국가도서관 중 여성 관장을 배출하지 않은, 유일한 곳은 국회도서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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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해서 책사냥꾼으로 지내다가, 종이책 출판사부터 전자책 회사까지 책동네를 기웃거리며 살았습니다. 책방과 도서관 여행을 좋아합니다. <도서관 그 사소한 역사>에 이어 <세상과 도서관이 잊은 사람들>, <책과 도서관으로 만나는 세상>을 쓰고 있습니다. bookhunter72@gmail.com

사람 사이에 조용히 부는 따스한 봄바람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사춘기 딸과 고양이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합니다. 도서관 사서로 일 하다 지금은 새로운 길을 걷고 있습니다. <도서관 그 사소한 역사>에 이어 <세상과 도서관이 잊은 사람들>을 쓰고 있습니다. sugi95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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