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기도'에 '왕'으로 화답한 윤석열

조용기 원로목사 장례식장에서이 안수기도 해프닝, 예수믿으라는 목사들의 바람에 무속신앙 담긴 '왕'으로 응대한 야권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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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jayjung1988)등록 2021.10.05 08:47
지난 달 한국교회에는 큰 별이 하나 졌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가 지병 끝에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죽음 앞에서 삶의 공과는 늘 논란거리다. 조 목사 역시 마찬가지다. 양면성이 있지만 한국교회에서 조목사가 갖는 위상과 영향력은 가히 최고급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기에 장례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 개신교계에서는 이른바 '천국환송예배'라고도 하는 장례식은 현재 사실상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이 중심이 돼 한국교회장으로 진행됐다. 기라성같은 큰 목사들이 장례를 주도해 유족들과 함께 빈소를 지켰다. 몇 달전 부인 김성혜 전 한세대총장이 별세한 까닭에 조씨 일가로서는 창졸간에 슬픔을 겪은 셈이었다. 
 사달은 장례 3일째 발생했다.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가 빈소를 찾은 후 여의도순복음교회 마당으로 나와 돌아가려는 순간 몇 몇 목사가 그를 에워쌌다. 그 와중에 극동방송 김장환 목사가 대전새로남교회 오정호 목사에게 안수기도를 해 줄 것을 요청했고, 오목사는 그의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를 했다. 주변에는 오정현 사랑의 교회 목사 등 몇 몇 목회자가 더 있었다. 동영상을 살펴보면 김 목사는 윤 후보에게 "예수 믿어야 돼"라고 큰소리로 말하기도 했다. 졸지에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목사들에게 합동안수기도를 받고 윤 후보는 자리를 떴다. 이 일이 알려지자 비판여론이 들끓었다. 한국교회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안수기도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목회자의 권능으로 어린 양에게 성령의 불씨를 안기고 죄사함을 고백케하는 것은 중요한 개신교의 전례 중 하나다. 이런 일이 일어난 장소와 대상, 환경, 여파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점이 문제였다. 무엇보다 안수기도는 집례자의 자세 못지않게 기도를 받고자 하는 자의 간절한 신심이 전제돼야 한다. 기독교인이 아닌 윤 후보가 장례식장을 찾은 것은 오직 하나 보수기독교인의 표를 의식했을 뿐 안수기도를 행해질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 뻔하다. 
 김 목사의 권고대로 예수를 영접했는 지는 알 수 없으나. 윤 후보는 수 일이 지나 국민의 힘 대선예비후보 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왕'자를 쓰고 나옴으로써 안수기도는 무용지물이었음을 확인시켰다. 그가 개신교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일종의 무속성 행태를 전 국민들 앞에 드러낸 것이다. 나는 그렇다고 해서 윤석열에게 갈 보수기독교인의 표가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이들 기독교인들은 설혹 윤석열이 왕이 된다해도 표심은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왜, 합리적인 이유에서라기 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문재인을 싫어하는 마당에 윤석열 이마에 왕이 있다해도 애정은 바꾸지 않을 것으로 나는 전망한다. 그러니 윤 예비후보측은 보수 기독교의 표가 떨어질 까 걱정하지 마시라. 
 윤석열 후보에 대한 돌연한 안수기도는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비감한 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한때 대선후보가 유력했고, 대권 쟁취가 눈 앞에 있었던 것 같은 세속의 정치권력자에게 교회가 과도하게 의탁하는 웃픈 장면이 연출됐다. 정치문외한이지만 지형을 보건대 윤석열의 국민의 히 대권 후보는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 설혹 후보가 되더라도 당선 가능성은 정치판에 뛰어든 초기에 비해서 크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 현실적 성공 또한 낮아 보인다. 만약 여권의 이재명, 또는 야권의 홍준표 후보가 맞붙어서 둘 중의 하나가 당선되면 한국교회는 어때야 하나. 당선자에게 안수기도를 하고 예수믿으라고 해야되는 것인 지, 아니면 비록 떨어졌지만 이미 윤석열를 위해 다시한번 침묵의 기도를 해야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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