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퇴직한 내가 일하는 아내를 위한 반찬을 하려는 데....

여전히 일을 하는 아내를 위해서는 출퇴근 제공은 물론 반찬 마련 등 '외조형 내조'를 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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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jayjung1988)등록 2021.10.05 17:44
정년퇴직 후 며칠 이 흘렀다. 시간이 지리하게 흐를 것이란 생각과 달리 빨리 지나갔다. 아침먹고 아내를 태워 출근시킨 후 노견 푸들인 밍키와 산책하면 금방 점심떄가 되고 분리수거 좀 하고 증권방송 보거나 컴퓨터 하다보면 이내 아내 퇴근시간이 임박해 모시러가야한다. 두 아들은 각각 결혼과 독립 생활을 하는 지라 부부와 반려견이 사는 우리 집은 아내가 일을 하기 떄문에 낮에는 밍키와 나, 둘 뿐이다. 퇴직 직전 거창한 계획을 세우진 않았지만 두 가지는 실천하려했다. 수영을 배우고 김치를 직접 담그고 궁극적으로는 김장을 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김장을 해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수영강습은 여건이 잘 맞지 않았다. 집 근처 수영장은 시간대 맞추는 게 힘들었다. 아내는 허리둘레 36인치의 똥배를 드러내는 게 부끄럽지 않느냐며 뱃살을 좀 줄인 다음 수영을 하는게 어떠냐고 했다. 수영은 다른 수영장의 시간을 좀 알아보는 한편 아내 권유대로 걷기를 통해 배를 안정화시키는 작업을 병행한 후 재시도하려 한다. 김치는 당장 할 작정이다. 내일배움카드를 통해 요리학원 등록지원이 가능한 지 알아본 다음 그게 안되면 유투브를 레시피 삼으면 되지않겠나 싶다. 요리나 음식을 많이 해보지는 않았지만 싫어하지는 않기 때문에 퇴직 후에는 가능하면 내가 국이나 찌개, 밑반찬을 해서 아내를 대접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아내는 일을 하면서 나를 챙겼는데 이제 시간이 많은 내가 '외조형 내조'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김치 시도를 하기에 앞서 그저 께 우선 김치찌개를 끓였다. 아내가 특히 좋아하는 병어조림을 할까 했더니 그건 초보가 하기엔 양념만드는 게 쉽지않다고 만류하는 바람에 쉬운 메뉴를 선택했다. 유투브를 보니 백종원의 레시피가 가장 많아 그걸 바탕으로 만들었다. 아내는 잘 넣지않는 msg를 듬뿍 넣어서 그런지 국물 맛이 꽤 시원했다. 정확히 말하면 감칠 맛이 났다. 문제는 양을 조절하지 못한 점이었다. 수퍼 정육코너에서 사온 6400원어치 돼지고기에다 두부 한 모, 묵은지. 큰거 한 포기를 잘랐더니 큰 냄비가 차고 넘쳤다. 무우와 파도 많이 넣었는데다 레시피에도 없는 호박과 버섯까지 넣었더니 정작 국물은 별로 없고 건더기 뿐이었다. 결국 큰 냄비 하나에다가 작은 냄비까지 두 냄비에 나눠 끓일 수 밖에 없었다. 양보다 질이라고 생각했는 데 음식은 질 못지않게 양이 중요하다는 걸 절감했다. 부부가 무려 4끼를 먹고도 아직 남았다. 다음 번 김치를 시도할 때는 양과 질의 균형있는 조화에 신경을 더 써야겠다.
 오늘은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고용센터와 퇴직금 수령을 알아보려 kb 국민은행에 갔으나 두 건 모두 허탕쳤다. 여의도에서 점심약속이 있었던 터라 식사 후 양평동의 서울남부고용센터에 가서 문의했더니 거주지 관할 고용센터로 가라고 했다. 퇴직금 수령 관련해서는 회사에서 내 명의로 가입된 DC형 퇴직금을 내 개인 IRP로 이체를 해야 수령할 수 있는 데 아직 이체가 안됐다는 것이었다. 나는 퇴직했는 데 회사는 내 퇴직금 정산을 아직 하지 않았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은행창구 직원에게 연금소득에 대한 세금 문의를 하니 잘 모른다고 했다. 퇴직 관련 정보에 무지했고 퇴직 준비에 소홀한 내 탓 떄문이겠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무엇하나 쉽지않다는 걸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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