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농부들이 미래 세대인 어린 아이들에게 전하는 편지 글

<살자편지>는 손 잡고 같이 살자고 권유한다.

검토 완료

전희식(nongju)등록 2021.12.07 13:35
몸이 쓰는 말 기록소. 이 출판사의 표제다. '니은기억'이라는 출판사 이름도 흥미로운데 몸으로 쓰는 말을 기록한단다. 책 내용도 흥미롭다. 부제가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어린 사람들에게 작은 농부들'이 들려주는 편지글이다.
 

책 표지 ⓒ 니은기억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사람 중에서 '어린 사람들'을 설정한 것도 그렇고, 부농도 아니고 대농도 아닌 작은 농부들의 편지. 아무래도 몸으로 농사짓는 사람들일 게다. 기계와 스마트폰이 아니고 손과 발로 우직하게 농사짓는.

10여 년 일하던 잡지사를 그만두고 손으로 일하고 싶어서 목화 농사를 지으며 친환경이면서 품질 좋은 옷을 만드는 최기영. "수확한 솜 속에는 씨앗이 어마어마하게 들었어. 목화 농부들이 사라졌으니 씨앗 빼는 기계도 사라졌고 우리는 겨우내 모여서 하나하나 손으로 씨를 뺏어. 행복한 수다시간이었어."(183쪽)를 읽을 '어린 사람들'은 조근조근 정겨움을 만나고 국어사전을 들춰가면서 옛날 사람들도 만날 수도 있을 듯싶다. 책의 제2장인 '손에게'에 있는 글이다.

1장인 '가슴에게'에 있는 정청라의 글을 보자.
"저는 열두 살, 여덟 살, 다섯 살, 이렇게 1녀 2남을 뒀는데요. 아이들에게 기후위기라는 어려운 이야기를 어떻게 전할까 고민이 많아요. 지난겨울에 있었던 이야기 하나 들려 드릴게요."라고 시작한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29쪽을 보면 된다. 몸은 좀 불편해도 마음 편한 삶이 좋다는 자칭 '아줌마'다.

홍성에 살면서 '지구학교'라는 자연농부교실을 하는 최성현의 글도 있다. '돌아오지 않는 것들이 자꾸 늘어나는 봄에'라는 글 제목이 가슴을 서늘하게 하지만 한 줄 한 줄에는 사람과 자연과 농사를 사랑하는 마음이 절절하다.

책은 모두 9통의 편지글로 구성된다. 편지를 쓴 공동저자들은 사는 곳도, 하는 (농사)일도, 글의 주제도 골고루 다뤘다. 편지글 하나하나가 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진솔함이 진하게 배어 있다. 생태적인 부엌살림 전문가. 발효 빵 굽는 사람. 예술 하는 사람. 산에 사는 사람 등 30대에서 60대에 걸쳐서 정직한 몸 말을 하는 사람들이다.

지속 가능한 지구 생활은 종 다양성을 만나는 일이라고 얘기하는 배이슬의 글에도 잘 나와 있다. "가을볕이 좋다는 옛말이 있지만 요즘은 가을 햇볕에도 곰팡이가 피기 일쑤지요. 함께 농사짓는 할머니가 '음력 8월에 서리라니...'하고 혀를 찼어요. 팔십 평생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했어요."

혼자 잘 살면 무슨 맛이냐며 함께 살자고 손을 내밀고 있는 책이다. 이웃과 만물 만생과 함께 살자고. 그런데 같이 살아가려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지금처럼 계속 편하게 살려면 지구가 몇 개 더 필요하니까,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능력도 잃게 되니까 불편함을 즐거이 감수하자고 한다. 소비하는 데서 만족을 구하지만 말고 몸을 더 많이 쓰고 손과 발을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생태 감수성을 벼려 나가자고.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내일 <한국농어민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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