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령을 아시나요? 육십령 시인의 탄생을 알립니다.

<살으리랏다>의 박일만 시인은 천상 '촌놈'이다.

검토 완료

전희식(nongju)등록 2021.12.07 13:40
<살어리랏다>는 자연스럽게 그 앞에 '청산에', '농촌에'를 덧붙여 읽게 만든다. 저자 박일만은 덕유산 남쪽에 있는 육십령 아랫마을이 고향이다. 일찍 고향을 떠났다. 다시 돌아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두세 가구만 남은 그 마을에, 사람은 적고 꽃들만 지천인 그곳에 뼈만이라도 묻고 싶다. 
 

책 표지 책 표지 ⓒ 달아실

 
"바위 하나 짐승 한 마리도/제 몸 묻을 자리를 기억하는 여기에,/돌아온 까닭을 묻지도 않는 옛집에/불빛이 들고 육십령에 달무리 피면/참숯처럼 검붉게 눕고 싶다/인생 작파하고 살다가 죽고 싶다."(89쪽 '품' 부분)

이 고개를 넘으려면 60명이 모여야 산적 떼나 산짐승을 피할 수 있다기도 하고 굽이 굽이가 60개나 된다고도 하는 734미터의 육십령. 전북 장수군과 경남 함양군이 맞닿은 육십령을 시인은 60편의 시로 빚어 놓았다. "삶이라는 것이/가파른 고갯길을 수없이 오가는 거라며/인간들의 태생을 넌지시 일러준다."는 ('육십령 1')는 시인.

새벽이슬 같은 시어들 속에는 우리 산천의 어제와 오늘이 그리움으로 채워져 있다. '아버지가 생시에 심었던 나무만이 꼿꼿할 뿐 짱짱했던 허리가 활처럼 휜' ('부뚜막' 재구성) 어머니가 지키는 고향. 이처럼 우리 농촌의 비유가 더없이 생생하다. 박일만의 시로 육십령은 환생한다.

모악산 시인, 지리산 시인, 섬진강 시인처럼 산이나 강을 하나씩 차지한 이들을 보며 함양에서 태어나 장수 덕유산 자락에 16년째 사는 내가 육십령은 내 몫인가 했는데 시인이 선수를 쳤다. 밥 한 끼 사라고 할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내일 <한국농어민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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