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살펴본 교실 속 변화

민주주의가 꽃 핀 교실

검토 완료

우진아(charm10)등록 2022.02.21 17:07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본 트랩가의 가장 본 트랩 대령은 초반 매우 엄격하고 경직된 인물로 나온다. 아내와 사별 후의 상처로 이해해야 할지 원래 성격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그런 모습은 마리아 수녀가 가정교사로 방문한 후 아이들을 소개할 때 드러난다. 마리아 앞에서 자녀들을 호루라기 신호로 부르며 아이들은 아버지의 호루라기 소리를 듣고 군대에서 제군들 행진하듯이 각진 모습으로 차례차례 부름에 응답한다. 영상에서나 보던 북한의 일사불란한 행렬을 보는 듯하다. 또는 일제 강점기 군사교육을 떠올리게 하거나.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서 문득 한국의 교육이 떠오른 건 왜일까? 지금은 예전과 비교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학교 교육이 수직적인 사제지간과 군대식 교육을 답습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특히 나의 지난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그 폐해가 심각한데 두발제한으로 갑자기 가위로 머리를 싹둑 잘리는가 하면 아무리 환경보호가 중요하다지만 공책 뒷장을 찢었단 이유로 한 명씩 칠판 앞에 나와 회초리로 맞기도 했다. 모든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에 선생님한테 뺨을 맞는 학생도 여럿 있었고 아수라장이 된 교실로 단체로 책상 위에 올라가 벌을 서기도 했다. 물론 체벌금지와 아동학대 논란으로 지금은 예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학교 분위기가 민주적으로 변했다. 다만 여기서 좀 더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견습 수녀인 마리아는 가정교사로 방문한 트랩 가에서 몰라보게 빠른 속도로 아이들과 친밀해진다. 그 키워드는 다름 아닌 노래였는데 아이들에게 합창을 가르치고 진심으로 마음에 귀 기울여주며 아이들을 무장해제시킨다. 첫째 딸이 남자친구와 데이트하고 돌아왔을 때 알면서도 아버지에게 일러바치지 않고 숨겨주는 행위는 다소 융통성이 부족한 본 트랩 대령과 달리 사춘기 여자아이의 수줍은 첫사랑을 이해해주는 교감 능력을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저녁 식사자리에서 아이들이 이전 가정교사에게 그랬듯이 마리아에게 장난쳤을 때도 마리아는 본 트랩에게 일러바치지 않고 숨겨주는 지혜를 발휘한다. 그러면서 점차 아이들의 마음을 훔쳐올 수 있었다.

 아름다운 노래와 따스한 공감 능력, 순수한 배려심은 결국 본 트랩 대령의 마음까지도 무너뜨리고 사랑을 고백한 본 트랩과 둘은 결혼하게 된다. 본 트랩 대령이 물질주의와 사치, 권모술수로 대변되는 약혼자와 파혼하고 말이다. 보석같이 빛나는 미덕의 힘이라고나 할까.

 한국의 교육도 이와 같이 변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하게 됐다. 중등은 모르겠지만 초등에서는 각 교실에서 담임교사는 절대군주와 같은 힘을 끼친다. 일부 아닌 학급도 있겠지만, 지난 10여 년간 지켜본 결과 대부분 학급이 그랬다. 그것은 학생들에게 막강한 권위에 복종하는 무력감을 가르치고, 절대적인 권력 밑에서 또 다른 학생들 간의 서열의식을 공고히 한다. 또한 오로지 학업성적과 선생님 말 잘 듣는 모범생이 기준이 되는 학급에서 학생들은 각종 아부와 권모술수와 약자를 무시하는 태도를 학습하게 된다. 그와 같은 모습이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 교권 침해와 같은 현상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진심으로 웃어른과 교사를 공경하고 내 옆의 친구를 사랑으로 감싸고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복종하거나 약하면, 이를테면 가난하거나 힘이 없거나 장애가 있거나 어딘가 모자라 보이면 만만히 여기고 함부로 해도 될 대상으로 여기는 나쁜 도덕률을 배우는 것이다. 반대로 너무 뛰어나도 각종 정치와 권모술수로 음해하고 무너뜨리는 계략을 펼치는 학생들도 있다. 이런 학급에서 진정으로 남을 배려하고 작은 미물을 소중히 여기고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아이들은 꽃을 피울 자리가 없다. 그런 아름다운 마음이 힘을 발휘하려면 금수저거나 서열의 상위계급에 위치해야 한다. 마치 이 나라 사회의 판박이다.

 나 또한 교사이기에 동네북처럼 교사가 이리저리 치이는 걸 원치 않는다. 정정당당하게 평가받고 싶다.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 하면 못하는 대로 합당한 이유로. 무조건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는 건 누구도 원치 않는다. 다만, 진정으로 문제가 있으면 되돌아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들 사이에 3월 한 달은 절대 웃어주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일종의 군기 잡기이다. 더 이상은 그런 말이 통용되지 않는 교육환경이 도래했으면 한다. 진짜 교육은 교사의 변화부터 시작된다. 사장과 직원처럼 수직적인 관계로 이루어진 서열 의식이 아닌 마리아의 웃음과 노래처럼 달콤하고 감미로운 사제 간의 정이 확산됐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교실에서부터 수평적인 관계의 확산, 민주주의가 꽃피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브런치 https://brunch.co.kr/@lizzie0220/286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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