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떡갈나무에게 시집 간 처녀 이야기

하일지 개인전?3.16 갤러리 자인제노 3.20일 4시 작가와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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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박건)등록 2022.03.14 15:31
 

.학교에다니는소. acrylic on canvas 65x53 2021 ⓒ 하일지

 
'그 집은 왜 그렇게 가난해?' 
어느 날 나는 누나에게 물었다.
'너무 착해서 그렇대.' 
누나가 대답했다.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착한 사람은 왜 가난해지는 거야?.. 착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돼?' 
누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남이야 죽든 말든 신경 안 쓰면 되겠지 뭐.' (누나 22~23쪽) 

2014년 하일지 12번째 장편소설 <누나>의 한 부분이다.
작가가 초등학생 시절을 보냈던 단양 영춘 마을을 배경으로 겪었던 일, 전해오는 이야기, 꾸미거나 상상 속 이야기들을 설화 형식으로 풀어 낸 소설이다.

스스로 명석하다고 생각하는 12살 아이의 눈으로 역설과 익살을 섞어 써 낸 하일지 문학의 역작으로 당시 문단의 호평을 받았다. 문학평론가 이영준 교수는 "현대판 삼국유사", 장석주 시인은 "새로운 질마재 신화"로 평했다. 
 

늙은떡갈나무한테시집가는처녀. acrylic on canvas 72.5x60.5, 2021, 250 ⓒ 하일지

 
화가로 변신한 소설가 하일지 작가는 네번째 개인전을 통해 소설 <누나> 속 이야기들을 33점의 아크릴 회화로 살려 냈다. 심각하거나 진지한 것들을 비틀어 유머 넘치게 그려 내어 눈길을 끌고 마음을 사로 잡는다. 서사에 걸맞는 천진난만한 형상과 오방색은 따뜻한 정감과 토속적 정취를 디테일하고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기법이나 기교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나 그 보다 놓쳐서는 안될 점이 있다. 자세히 보면 아주 영민한 작가만의 독특한 장치들이 있다. 식상함을 깨기 위한 비현실적인 형상과 구도, 빛, 오브제들을 배치, 구사함으로써 특이하고 특별한 경지로 끌어 올려 놓고 있다.  

큰진영감네 밤나무 acrylic on canvas 72.5x60.5, 2021 ⓒ 박건

 
 

귀신을 보는 과학적 방법 acrylic on canvas 65x53, 2021 ⓒ 하일지

 

특히, 귀신들의 빛깔과 형상, 나무 가지에 똬리를 틀고 있는 구렁이, 화려한 비늘의 물고기 같은 캐릭터 들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상의 세계를 천재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작은진영감네대추나무, acrylic on canvas 72.5x60.5 2021 ⓒ 하일지

 
무엇 보다 하일지 작품의 미덕은 시와 소설가로서의 인문학적 감성을 통해 사라지는 순수와 서사를 살려내고 격조 있는 웃음과 상상력을 유감없이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소중한 가치가 있다.

 

물고기한테 강간당한 처녀, acrylic on canvas 65x53, 2021, 200. ⓒ 박건

 
또한, 화가로 데뷔한 지 3년 만에 상식을 뛰어 넘는 초인적인 작업량에 놀랍다.  그 동안 그려 낸 심상풍경 연작, 시계들의푸른명상 연작 순례자 연작, 우즈피스공화국 연작 등 250여점의 작품을 그렸고 앞으로 3년 안에 250점을 더 그리고 끝내겠다고 한다.

일정 기간을  정하지 않으면 미루게 되고, 나이도 차고 부지런히 그리지 않으면 못할거 같고, 시작 했으니 500점은 그려야 한다고 했다. 미투로 인한 절망적 상황을 견뎌 내기 위한 필사적 집념이 만들어 내는 기적 같은 그림이기도 하다. 

전시장에는 없지만 화가가 겪고 처한 상황을 그린 사회성 짙은 작업들도 있다. 땅구덩이 빠져 위선의 돌팔매질과 생매장을 당하는 데도 붉은 꽃장미를 허공에 뿌리는 자화상이 그렇다. 견뎌내기 위한 방식으로써 그림 작업들이다. 변명하거나 비극에 주저하지 않고 낙천과 유머로 일관 하는 하일지 화백의 작업은 생존의 그림으로써 감탄과 감동을 선사한다.
 

티티새 아주머니, acrylic on canvas 65x53, 2021, 200. ⓒ 하일지

 
전시기간 중에 작가와 대화도 있다. 아기를 낳지 못해 쫒겨난 티티새 아줌마, 귀신을 보는 과학적인 방법.. 작품 속에 스며 있는 웃음, 애환, 상상, 신화의 세계들을 작가의 해설로 직접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3월20일 4시 자인제노 갤러리에서 가질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하일지 개인전- 늙은 떡갈나무에게 시집 간 처녀 이야기
전시기간 3.16-3.30 갤러리 자인제노
작가와 대화 3.20일 4시 하일지 그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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