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개와의 공존은 불가능할까?

떠돌이개 점박이를 살게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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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혜영(nhy88)등록 2022.04.04 17:36
석 달 전쯤 한창 추울 때였다. 우리 동네 뒷산에서 산책하다가 두 마리의 떠돌이 개를 만났다. 검은 진돗개 믹스견인데 닮은 모습으로 봐서 혈연 관계 같았다. 한 마리는 어리고 한 마리는 그보다는 나이가 들어 보여다. 둘은 서로 의지하며 다니는 것 같았다.
 
동네에서 누군가 검은 진돗개를 잃어버려서 애타게 찾는다는 소식을 접했던지라 개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그 마음이 안타까워 그 개들을 유심히 살펴 봤다. 하지만 그 사람이 잃어버린 진돗개는 눈 위에 점이 없었는데, 얘는 까만 털 위에 노란 털이 눈 위에 선명히 박힌 점박이였다. 어린 점박이는 내가 빤히 쳐다보자 짖어댔지만 그보다 큰 검은 개는 짖지 않고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보기만 했다. 어린 녀석은 겁쟁이 같았다. 정말 무서운 애들은 으릉거리며 덤빌 기세를 취하지 왕왕왕 뒷걸음질치며 짖지 않는다. "무서우니까 가까이 오지 마."
 
그런데 한 달 전쯤 동네 대로변에서 검은 개 한 마리가 죽어있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큰 외상은 없었는데 대로변에서 마치 잠자듯이 죽어있더란다. 난 직감적으로 그 검은 개 두 마리 중 한 마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두 마리 검은개를 목격한 근처였기 때문이다. 아마 길을 건너려다 차에 치여 치명상을 입고 그 고통에 어디 숨을 곳도 찾지 못한 채 대로변에서 몸을 웅크린채 고통스러워하다 죽은게 아닐까 추측했다. 그럼 나머지 한 마리는 어떻게 됐을까?
 
궁금하던 차에 개 한 마리가 돌아다닌다는 글을 동네 아파트 게시판에서 봤다. 크고 검은 개가 돌아다닌다며 잡아달라고 공포감에 누군가 올린 것이었다. 사진을 보니 분명히 그 어린 겁쟁이 점박이였다. 그 며칠 후에 나도 출근 길에서 한 번, 퇴근 후 고양이 밥 주다가 한 번 만났다. 눈만 마주쳐도 소스라치게 놀라서 도망가는 겁쟁이였고, 아직 어리바리한 어린 녀석이었다. 아마도 그 죽은 개는 엄마였던 것 같다.
 
측은한 마음에 배라도 곯지 말라고 고양이 밥 그릇에 밥과 물을 넉넉히 넣어주었는데, 산 위에서 배회하다가 가끔 내려와 고양이 밥을 먹는지, 밥 그릇과 물그릇이 싹싹 비워져 있는걸 보며 안심하곤 했다. 고양이들은 께작께작 먹기 때문에 그렇게 물과 밥을 깨끗이 비워두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나흘 지났을까, 다시 예전의 밥그릇처럼 사료와 물이 바닥까지 드러나지 않았다. 많이 남아있었다. "어, 점박이가 어디 다른데로 갔나?'
 
그리고 동물구조협회의 게시판에서 그 개를 봤다. 결국 잡혀간 것이다. 이 점박이는 겁쟁이라 사람에게 피해 입힐 일도 없어 보이고, 아직 아무런 피해를 입힌 것도 없다. 사진 속의 점박이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창살 안에 엉거주춤 앉아 있었다. 사연 없는 개들이 어디 있겠냐만은 점박이의 성격과  사연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 모습이 참 불쌍했다. 굳이 잡아서 안락사를 하는 것이 옳은지 회의감이 밀려왔다. 중성화해서 다시 살던 곳이 크게 위험하지 않은 곳이라면 다시 방사해서 동네 산에서 동네 사람들과 평화롭게 살도록 하면 안 되는걸까? 그렇게 떠돌이 개를 관리하는 나라들도 많이 봤는데, 우리에겐 왜 불가능한지 모르겠다.
 
떠돌이개에게 산 귀퉁이 하나도 내어 주지 못하면서 무슨 자연과 인간이 공존한단 말인가?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고 예방적 살처분을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주인 잃고, 집 없어서 돌아다니는게 죽을 죄는 아니지 않은가? 열흘 동안의 공고로 목숨을 끝낼 것이 아니라 떠돌이개들에게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바란다. 우리네 법은 정말이지 동물에게 너무 가혹하다. 
 
덧붙이는 글 제 개인블로그에도 실었습니다.
https://blog.daum.net/teacher-note/1819
https://blog.naver.com/social_studies/22269118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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