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을 시민으로 인정하고 자존감 높여야" 김거성 교육감예비후보

[주장] 촉법소년 처벌 강화보다는 아동청소년을 동반자 시민으로 인정하는 교육 패러다임 변화가 먼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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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태(kwt58)등록 2022.04.14 09:33
지난 7일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국회에서 "촉법소년의 범위를 10세 이상 12세 미만으로 강화하고 형사미성년자 나이의 상한을 12세 미만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력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에 대해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내용의 소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도 했다.
 
촉법소년이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이들은 형사 책임 능력이 없기 때문에 범죄 행위를 하였어도 처벌을 받지 않고 보호 처분 대상만이 되어왔다. 형법은 범행 당시 나이가 만 14살 미만인 경우 형사미성년자로 보고 처벌하지 않는다. 대신 소년법에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살 이상 14살 미만 소년'을 촉법소년으로 분류해서 사회봉사·보호관찰·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만 내리게 돼 있다.
 
허 의원은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것은 공정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5년간 촉법소년 강력범죄는 6286 건에서 8474 건으로 급증했고, 이 중 80% 내외가 12~13세에서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지금까지 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의 대상이었던 12세 이상 14세 미만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촉법소년 처벌강화 해야 한다는 대통령 당선자
 
지난 1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촉법소년 연령을 현행 14세에서 12세로 낮추겠다고 공약으로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SNS를 통해 "형사미성년자인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 미만으로 정한 게 1958년으로 63년이 지났다. 그때의 14세와 지금의 14세는 다르고, 이제는 청소년들의 육체적, 정신적 성장상태가 성인과 큰 차이가 없고, 범죄 수법과 잔혹성이 성인 못지않은 경우가 많아 국가 사회적으로 대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연령 인하를 공약했다.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하고, 최근 법무부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관련 내용을 보고하며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국회에서 관련 입법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2018년 국회의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소년범죄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없다는 의견을 표명했었다. 유엔(UN)아동권리협약도 2019년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만 14살로 유지할 것을 한국에 권고했다. 연령 하향을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연령 하한은 정치권에서나 행정상 제시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일 뿐 실제로 교화에 도움되지 않으며, 그보다 더 어린 아동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또 다시 혐오에 기반한 비슷한 논의가 반복되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라는 우려들을 나타내고 있다.
 
아동·청소년을 시민로 인정해서 자존감 높이자는 교육감 예비후보
 
지난 31일에는 김거성 경기도교육감 예비후보가 학생들이 경쟁교육을 극복하고 비판적 합리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학교시민교육'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교육정책이 경쟁교육을 강화하는데 치우치고, 이번 대선으로 더욱 심화된 갈등과 배제를 넘어 통합과 상생으로 나아가기 위한 시민교육 관점은 전혀 없다"고도 진단했다.
 
 

김거성 경기도교육감예비후보 ⓒ 김영태

 

김 후보는 "아동 청소년을 '동반자 시민'으로 인정해 그들의 자존감을 높여 학교폭력을 줄이며, 민주공화국의 구성원으로서 각종 사회문제에 참여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16세 이상 정당 가입 자격이 부여된 만큼, 이들이 정치 참여가 가능한 시민적 자질을 갖추도록 하고, 헌법상 민주시민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학교 시민교육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실행 방안으로 ∆경기도교육과정에 유·초·중등 시민교육과정 마련, ∆'한국판 보이텔스바흐 합의' 마련, ∆사회 교과명을 '시민' 교과로 명칭 변경 위한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와 협의 추진, ∆'4.16민주시민교육원'에 경기도교육청의 학교 시민교육 전반을 견인하는 역할 부여, ∆정치적 편향성 우려를 불식하고 지속가능한 학교시민교육을 위한 '학교시민교육위원회' 설치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우리 교육 프레임을 조금이라도 바꿔보자하는 공약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 교육 프레임은?
 
형법에서 형사미성년자를 14세로 규정한 것은 우리 나라가 산업화를 이루기 전인 농경사회 시기였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그때의 14세와 지금의 14세는 다르고, 이제는 청소년들의 육체적, 정신적 성장상태가 성인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그 동안 청소년들의 신체적 정신적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 울타리에 가두고 보호·양육·선도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로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 입소스라는 국제여론조사기관의 '문화전쟁(culture war)'에 대한 조사 결과는 우리 삶에서 빈부·정당·이념·종교·남녀·세대·학력 간의 긴장은 세계 최고의 상태(1위)임을 알리고 있다. 이 밖에도 사회 계층 간 갈등 2위, 도시와 농촌 간의 갈등 3위, 대도시 엘리트와 노동자 간 갈등 3위로 역시 최상위권이다. 그동안 우리 교육이념은 홍익인간이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하는 인간을 육성한다는 목표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다시 점검해야 한다.
 
그 동안 한국 교육에서 삶의 문제를 다루지 못했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수학습 활동을 규정하는 교육과정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구조'나 '틀'이라고 부르는 프레임의 문제였다. 프레임은 하나의 맥락이 되어, 학생들이 맥락과 관련하여 생각과 행동의 초점을 어디에 두고 어느 곳을 지향해야 할지를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아동·청소년을 보호 및 양육 그리고 선도의 대상이라는 프레임으로 교육할 것인지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의 주권자라는 프레임으로 교육할 것인가에 따라 교육이 무엇이며, 아동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가 달라진다.
 
그동안 우리 교육의 프레임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틀이 짜여져 있다. 아동청소년은 성인들의 보호 대상으로 생각하고, 그들의 대학 입시에 필요한 분과 학문의 지식을 주입하거나 암기시켰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국영수사과라는 5과목 체제를 유지하고 평가의 정확성을 위해 5지선다형 평가체제를 고수하여 왔다. 농경시대에 만든 과목체제가 선진국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의 발목을 고통스럽게 잡고 있다.
 
그러니 남의 생각을 집어넣기에 바쁘고 정작 학생들의 생각을 꺼내는 수업이 어려웠다. 특히 도덕이나 사회 과목은 기존 국가나 사회 체제의 틀을 유지하고 전승시키는 '사회화'에 몰두해 왔다. 교육의 방향은 오직 기존 사회체제를 유지하고 공고화하는 그 사회화에 몰두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교수학습 활동들은 이런 프레임의 한계 내에서 생산되고 재생산되어 왔다. 결과는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학생 폭력, 차별, 능력주의, 반페미니즘, 불평등 등의 사회문제들이다.
 
우리 교육에서 사회 제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반사회화(대항사회화)'는 자리잡을 틈이 없었다. 1970년대 미국 사회교육학자 앵겔·오초아는 반사회화란 독립적인 사고와 책임 있는 사회 비판을 강조하는 것이라면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사회화 과정이 반사회와 과정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교육학과 한승회교수는 "프레임이 잘못되면 그 안의 모든 성과가 무의미해진다. 비록 학생들이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교사들도 열정을 가지고 가르치더라도 잘못된 프레임 안에서라면 쓸데없는 헛고생만 하게 된다. 교육을 개혁하는 일은 그 프레임을 바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중등교육에서 30년을 잘못된 프레임 안에서 '쓸데없는 헛고생'만 했다는 자괴감이 든다.
 
시민과목이 생기면 학교폭력이 줄어들까?
 
1970년대 독일이나 1980년대 프랑스처럼 영국도 청소년의 폭력 문제, 정치적 참여의 하락 등을 막아 보기 위해 독립되고 필수적인 과목으로 시민 과목을 별도로 개설했다. 영국의 경우 2002년부터 시민교육(Citizenship Education)과목을 초등학교는 선택과목, 중·고등학교는 필수과목으로 교육했다. 학생들을 시민 자격으로 초대하고 사회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했다. 사회문제 해결 과정에 함께 고민할 자리를 공식적으로 만든 것이다. 그리고 아동·청소년들이 서로 시민으로 서로 존중해야 하는 이유와 연대할 기회를 마련한 것이다.
 
 

영국청소년범죄율추이 영국의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경우 10세∼17세 청소년 중 2007년 110,000명이 초범으로 유죄선고 또는 경찰의 주의(훈방 등)를 받았고, 2013년 28,000명이 초범으로 유죄선고 또는 경찰의 주의(훈방 등)를 받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국 영국 시민교육과목의 안착기에 들어선 기간(2007년 ∼ 2013년)의 영국의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청소년 범죄 감소율은 84%이다. ⓒ The Economist

   

2014년 7월 12일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기사 'Oh! You pretty things'에서 소개한 위 그래프는 영국 시민과목 도입기인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청소년 폭력이 계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민과목 안착기에 들어선 기간(2007년 ∼ 2013년)에는 청소년 범죄율이 84%나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시민과목을 도입하더라도 일정 정도의 시민교육 도입기간(약 5년)이 지나고 나서야 청소년 폭력이 줄어 든다고 할 수 있다.
 
당장 2023년부터 시작하더라도 교육적 효과는 2028년 이후에야 서서히 나타나게 될 것이다. 어떤 정부나 어떤 교육감이 시도하더라도 시작한 사람의 임기내에는 효과를 확인하기 어렵다. 2022개정교육과정에 시민과목을 지정한다면 2025년부터 순차적으로 학교에 적용되므로 실제 효과는 2030년에나 나타날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으로 실시하는 단기적인 혹은 일회적 범교과의 민주시민교육 방법으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유·초·중등교육과정에서 매년 정규교육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시민과목이 필요한 이유
 
현행 우리 법률들에서 법률 적용 대상으로 '국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국민'은 국가를 구성하는 사람인데 국가의 구속을 받는 객체로서의 의미가 강하다. 흔히'국가의 통치 대상'으로 규정되고 있다. 그러나 '시민'은 사회적 교양을 지닌 적극적이고 자율적인 참여 주체로서 사회구성원을 뜻한다.
 
우리 아동·청소년들은 이미 현재 '시민'으로서 어엿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다. 더구나 선진국에서 태어난 시민이다. 시민 자질은 결코 '현재', '여기서' 배워서 '미래에', '거기서' 써먹을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추후 적용을 위하여 비축되거나 준비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생활화하고 민주적 의사 결정 및 토론, 토의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습 경험을 가짐으로써 민주주의를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아동·청소년을 시민으로 인정하고 우리 사회 문제 해결에 초대한다면 성인들과 동료 동반자 관계 형성될 수 있다. 그리되면 우리 나라의 지독한 권위적인 정치문화도 변화될 수 있다. 아동·청소년들은 사회구성원으로서 긍지를 느끼는 시민으로 사회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게 된다고 본다. 국가적으로 청소년 폭력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줄어들고,, 연대하는 마음의 증가로 사회적 자본 결핍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더 나아가 4차산업혁명시대에 시민들의 민주적 삶에 영향을 주는 일자리 불안정 심화와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해법을 찾는 과정에 아동·청소년들이 참여해야 한다. 우리의 사회적 안전망과 관련된 사회적 가치에 대한 합의가 그들에게서 출발해야 한다. 기성세대가 그런 합의를 해 줄 수 있을까. 김춘수의 시 <꽃>을 패러디해서 표현해 본다. 우리가 그들을 시민이라고 불러주었을 때, 그들은 우리에게로 와서 늠름한 동료 동반자 시민이 될 것이다.
 
김원태(학교시민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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