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네이버 카페에서 일어난 희대의 사기 사건, 최소 220여 명이 수억 원 대의 피해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자들의 돈을 끌어모아 잠적한 카페 스탭, '스탭코타키나발루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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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정(irenehouse)등록 2022.05.18 10:01
일명 '마말 스탭 코타맘 사기 사건' 이라 불리는 사기 범죄는 말레이시아 교민사회를 큰 충격에 빠뜨렸다.  '마이 말레이시아(이하 마말)'는 말레이시아 관련 네이버 최대 규모인 카페로 8만 7천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스탭코타키나발루맘(대화명, 이하 코타맘)'은 이곳의 스탭이자 카페 후원 업체(Apsan Travel and Tour)로 2년 이상 활동하며 신뢰를 쌓아 왔다. 코타맘이 꾸민 사기 행각으로 추산된 피해자만 무려 220여 명(피해자대책위 발표 2022.05.08), 피해 금액은 약 6-7억 원에 이른다고 알려졌다. 피해자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어 피해액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봉쇄 완화 이전부터 이루어진 사기 행각, 뒤늦게 드러난 정황
코타맘은 코타키나발루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 여행을 계획하는 교민 또는 국내에 거주하는 한국인을 사기 범죄 대상으로 삼았다. 항공권 판매, 코타키나발루 여행 패키지 판매, 투자 유치, 환전 등 다양한 수법을 사용했다. 주로 항공권을 먼저 구매한 회원에게 특가 항공권이 나왔다며 속여 중복결제를 유도한 후, 기존 항공권의 환불을 미루는 방식을 썼다. 또한 오픈 티켓이라며 광고해 왕복 티켓값을 편취한 뒤 편도 티켓만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서류를 위조해 예약이 완료된 것처럼 꾸미고 탑승 일자 사흘 전에는 실제로 발권하기도 했으므로 그간의 사기 행각을 감출 수 있었다.
 
이러한 오픈 티켓 방식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대담함까지 보이며 서비스에 만족하는 회원들의 후기가 늘어났다. 새로 유입된 회원들의 신뢰를 얻으면서 사기 방식은 점점 다양해졌다. 사바 주의 군과 경찰만 가입할 수 있다는 일명 '사바 프로젝트'라는 터무니없이 높은 수익률의 투자상품을 만들어 단일 회원에게 억대가 넘는 금액을 편취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사기 정황이 드러난 것은 지난 4월 30일 마말 카페에 한 회원이 신고 글이 올리면서부터였다. 코타맘을 통해 예약한 항공권이 제대로 발권이 되지 않은 상황을 깨닫고 발을 동동 굴렀으나 카페에 호소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첫 신고 글 이후 같은 고충을 겪고 있다는 사례가 줄을 이으면서 사기 전말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5월부터 말레이시아 국경이 개방되고 관광 비자로도 방문할 수 있으면서 여행 문의가 폭증했다. 코로나로 인해 오랫동안 떨어졌던 가족 단위의 피해자가 많은 이유였다. 이 시기를 틈타 계획적으로 사기를 꾸며 피해액이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바로 전날인 4월 29일에도 코타맘과 상담 후 송금한 일이 있었다고 알려지면서 이를 방치한 카페 운영진에게도 화살이 돌아갔다.
 
피해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었던 폐쇄적인 소통문화
피해자들이 코타맘을 의심하지 않았던 이유는 말레이시아 관련 최대 규모 카페인 마말의 스탭이자 후원업체이었기 때문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회원들이 코타맘과의 거래에 만족했던 것만은 아니다. 삼 개월 이상 환불이 지연되는 일이 잦았지만, 속앓이로 그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후원업체에 관해 불만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오면 운영자를 포함한 특정 회원이 글쓴이를 진상 고객이나 별난 사람으로 매도하는 댓글을 올려 반발했기 때문이다. 여론몰이를 통해 사실상 후원업체나 한인 업체를 보호하는 카르텔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므로 이용 후기를 자유롭게 나눌 수 없었다고 한다.
 
상황을 악화시킨 것은 카페의 안내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안내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래 업체는 우리 카페를 후원해주시는 업체입니다. 최소 우리 카페에서 아직까지는 문제나 말썽이 없는 업체로 어느 정도 검증되고 평가받은 업소이니 안심하고 거래하셔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이 코타맘을 믿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 때문에 한 회원은 자발적으로 서른 세 명의 지인을 모아 티켓 구매를 요청한 사례까지 있었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이런 혜택을 누리는 자리를 선정하는 과정이 공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코타맘을 스탭로 임명하고, 자유롭게 광고할 수 있는 카페 후원업체로 선발하기 전까지 어떠한 객관적인 정보도 검토한 적이 없다고 알려졌다. 쇄도하는 회원들의 요청에도 카페 운영진은 아직 후원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어떤 검증과 평가 절차를 밟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본 카페에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었으므로 폐쇄적인 카페 문화가 이유라며 회원들은 문제 제기를 이어갔다.
 
글 삭제와 강제 퇴장 조치를 반복하는 카페 운영진
사기 사건의 전모가 드러난 후, 카페에는 운영진에게 적극적인 개입과 해결방안을 요청하는 글이 쏟아졌다. 그러나 운영진은 '스탭코타키나발루맘'에게 금전적인 이익을 취한 적이 없으므로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요지의 공문을 올렸다. 해당 공지 후, 순식간에 백여 개의 댓글이 올라와 책임감 있는 대응을 촉구했으나 항의한 회원들은 강제 퇴장당했고 해당 공지는 곧 삭제됐다.
 
이후 운영자는 선동하지 말라는 경고성 안내를 보내며, 회원들을 카페에서 강제 퇴장 또는 활동 정지시키며 사건을 축소하려는 강압적 태도를 보였다. 피해자들마저도 강제 퇴장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분노한 일반 회원들이 반발하는 글을 올렸으나 삭제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이 과정에서 카페 운영자가 남긴 댓글이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강제 퇴장당한 회원들을 벌레라고 말한 사실과 주제넘은 댓글 잘 읽었다고 조롱하듯 발언한 것이 대표적인 댓글의 예이다.
 
피해자들을 두 번 충격에 빠뜨린 것은 사건 직후 5월 3일, 코타맘이 여전히 카페의 정회원 자격으로 글을 올리면서부터다. 처음부터 사기를 계획하지는 않았다, 미안하지만 환불해줄 돈이 남아 있지 않다, 발권을 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후 코타맘은 '사바 프로젝트'를 폭로한 피해자의 글이 올라오고 한 차례 더 글을 쓰기도 했다. 피해자를 본인이 사기를 칠 수밖에 없게 만들었고, 해당 사기를 도왔던 조력자라고 변명하는 등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이었다.
 
코타맘의 활동 정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으나 카페 운영진은 자수하게 하거나, 구속 수사를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로 정회원 자격을 유지했다. 피해자들의 우려는 카페에서 공유하는 피해 사실을 사기 범죄자가 읽고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었으나 운영진의 견해는 피해자의 입장과 큰 차이를 보였다.
 
제2의 코타맘 사기 사건을 막는 방법
해외에 거주하는 대한민국 교민들끼리 '한국 사람을 제일 조심하라.'라며 자조 섞인 말을 한다. 현지 물정에 어두운 초기 이주자를 돕겠다는 명목으로 부당이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온라인 카페는 처음 해외 이주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유용한 현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소중한 곳이다. 하지만 검증할 방법이 없어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온라인 카페의 운영자는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고 기존의 운영 방식을 점검 및 보완하여 동일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피치 못할 문제가 생겼을 때, 피해 확산 방지와 재발을 막기 위해 신속히 해당 사실을 알리고, 구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것이다. 계획적인 사기 범죄를 사전에 방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커뮤니티 내에서 투명하고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보장한다면 이 같은 대형 사기극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70여 명에 달하는 피해자 모두 희망을 잃지 않고 끝까지 사건을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해당 카페 회원 및 피해자 대책위원회 의해 파악된 내용으로 사건의 전말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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