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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밍업만 하다 끝난 '최종병기 앨리스', 새 역사 쓸 수 있을까

[리뷰] 왓챠 <최종병기 앨리스>

22.06.23 13:26최종업데이트22.06.2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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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앨리스> 포스터. ⓒ 왓챠

 
국내 OTT 시장 초기에 큰 주목을 받았던 왓챠는 영화 전문 OTT로 이름을 알렸다. '왓챠 익스클루시브'를 통해 해외 인기작을 독점공개하며 구독자를 모았고 다양성영화와 단편영화를 통해 독자적인 색깔을 공고히 했다. OTT 시장 경쟁이 과열되면서 오리지널 시리즈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현재, 왓챠는 새 오리지널 시리즈로 <최종병기 앨리스>를 공개했다. 시리즈물로는 협업을 통해 제작한 <좋좋소> 시리즈와 <시맨틱 에러> 이후 세 번째 작품이다.
 
<최종병기 앨리스>는 <시맨틱 에러>의 성공 이후 왓챠가 정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대중성에 기반한 대작보다는 탄탄한 마니아층을 모을 수 있는 옹골진 시리즈를 선보이는 모양이다. 청춘 하드코어 액션 로맨스 장르를 내세운 이 작품은 <스물>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총감독과 극본을 맡았다. 장르적인 측면과 별개로 이병헌 감독이기에 코믹한 측면이 강하게 나타나고 이를 통해 부족한 서비스컷을 채우고자 한다.
 
이 작품이 저격한 마니아층은 웹툰과 웹소설에 익숙한 MZ세대다. 캐릭터에 다양한 설정을 부여해 오락성을 극대화하고 직설적인 대사와 과장된 설정을 통해 흥미를 자극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회당 분량이 30분 정도란 점도 짧은 영상에 익숙한 이 세대를 저격한 측면이 보인다. 학원 하드코어 액션물이 국내 영상물에서는 드물지만 만화에서는 자주 선보이는 장르인 만큼 대중성보다는 마니아층을 노린 시도임을 보여준다.
  

<최종병기 앨리스> 스틸컷 ⓒ 왓챠

 
죽여야 사는 소녀 겨울과 죽어야 사는 소년 여름의 조합은 직선적이다. 어린 시절부터 킬러로 길러진 겨울은 조직에서 빠져나온 뒤 한국에 와 학교생활을 시작한다. 이름처럼 냉혹하고 차가운 시간을 보냈음을 보여준다. 여름은 엄마의 자살로 인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신체에 아픔을 주어 정신적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청춘은 계절로 치면 여름인데 그 무더위가 끝나길 바라는 캐릭터가 여름이다.
 
내레이션을 통해 두 주인공이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미스터리의 요소를 남기지 않는다. 빠른 케미 형성을 위해 강한 개성을 보여주고 충돌을 야기하며 시원한 전개를 보여준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직한 코미디로 전개되었던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처럼 아픔을 겪고 있는 청춘들에게 표면적인 위험을 제시하고 이들이 함께 이겨내는 과정을 통해 성장을 이끌어내는 구성이 될 것이란 점을 확연하게 보여준다.
 
원하는 장르의 작품을 택하는 OTT의 특성에 맞춘 듯 복합장르임에도 무엇을 보여줄지를 명확히 한다. 문제는 이 명확한 장르의 쾌감을 얼마나 자아낼지이다. 스크리닝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1~3화에는 15분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았다. 15분의 법칙은 시리즈물이 초반 15분 동안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면 선택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용어다. 하드코어 액션을 선보인 뒤 시간을 돌릴 것이란 예측과 달리 작품은 하이라이트를 아낀다.
  

<최종병기 앨리스> 스틸컷 ⓒ 왓챠

 
틈틈이 보여주는 액션 장면 역시 장르적인 쾌감을 자아내기 힘들다는 점에서 청춘 로맨스와 함께 핵심으로 작용할 하드코어 액션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과한 설정으로 인해 다소 몰입이 떨어지는 도입부를 가져온 만큼 이를 집약해줄 액션의 성공요소가 중요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복합장르를 나선이 아닌 직선으로 배치한 만큼 종합이 아닌 개별적인 쾌감이 효과적으로 작용할 필요가 있다.
 
기대감을 증폭시킬 요소는 확실하다. 김태훈이 메인 빌런인 킬러 스파이시 역을 맡아 광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고, 다수의 작품에서 카리스마를 과시한 김성오가 조력자 mr.반 역을 맡았다. 박세완과 송건희가 절망 속에서 희망을 잡고자 하는 청춘들의 모습으로 도입부를 장식한 만큼 이들의 투입 이후 효과적인 장르변화를 이뤄낼지가 포인트라고 본다. 3화까지 두 장르가 함께 부각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OTT는 해당 플랫폼에 공개된 화제작이 TV처럼 채널이 돌아갈 확률이 적다는 점에서 더 실험적이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 다만 한 주에 공개된 회차가 후속편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내지 못한다면 찬란한 시작에 미약한 마무리를 장식하게 된다. <최종병기 앨리스>는 영화 한 편에 달하는 분량을 워밍업에 사용했다. 이 워밍업이 <시맨틱 에러>와 같은 폭발이 될지, 아니면 연기만 피어나는 불발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최종병기 앨리스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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