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유엔협약 활용과 최근 동향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대응 활동경험을 중심으로 -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 대응 활동경험을 중심으로

검토 완료

한국여성단체연합(kwau)등록 2022.08.19 16:35


한국여성운동은 정책옹호 활동에서 유엔 인권메커니즘을 지속적으로 활용해 왔다. 유엔 인권메커니즘은 협약기구 외에도 베이징행동강령, 여성지위위원회(CSW), 유엔인권이사회 특별절차, 그리고 2023년 초 한국 심의를 앞둔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PR) 등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협약기구는 독립적인 인권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가지고 있어 국가로부터의 독립성이 보장되고, 대부분 모니터링과 권고 기능만을 가진 다른 유엔인권기구와는 달리 정부에 법적 의무를 부과한다는 특성이 있어, 시민사회가 특히 적극적으로 활용해 온 메커니즘이다. 이 글은 한국 여성시민사회의 유엔인권메커니즘 활용 전략을 지난 제8차 한국 정부 CEDAW 대응 활동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협약기구의 최근 동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 소개

여성차별철폐협약(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이하 CEDAW)은 1979년 채택되었으며, 여성인권에 대한 권리장전이라고 불릴 만큼 여성의 권리를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협약을 비준한 국가는 CEDAW 협약에 명시된 원칙과 비전, 내용에 따라 국내법을 정비하고 그에 따라 국가정책을 추진할 법적 의무가 있으며, 협약 이행현황을 담은 국가보고서를 4년마다 CEDAW 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23명의 독립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는 이 국가보고서와 NGO보고서, 여성인권 관련 유엔 내 보고서 등을 기준으로 약 4년 주기로 본 심의를 개최하여 이행현황을 평가하고 권고안을 담은 최종견해(Concluding Observations)를 채택한다. 한국은 1984년 협약을 비준한 후 2022년 현재까지 8차례 정기 심의를 받아왔고, 2023년 제9차 정기 심의를 앞두고 있다. 
위원회는 1979년 협약 채택 이후 현재까지 변화하는 여성인권 의제와 동향을 반영하여 일반권고(general recommendations)를 지속적으로 채택함으로써 협약 내용을 보완하고 있다. 2022년 8월 기준 총 39개 일반권고가 채택되었으며, 내용은 분쟁 (후) 상황 및 예방, 기후변화와 재난경감, 글로벌 이주, 젠더 기반 여성폭력 등 다양한 주제를 포괄한다. 또한 CEDAW 선택의정서(Optional Protocol)는 협약에서 보장하는 여성권리 침해가 발생하였을 경우 개인이 직접 위원회에 진정하여 위원회가 조사하는 절차를 보장한다. 
몇몇 협약기구들은 2014년 유엔총회 결의(A/RES/68/268)로 통과된 약식보고절차(simplified reporting procedures)를 채택하고 있다. 정기심의의 경우 정부가 이전 최종견해 이행상황을 포괄적으로 담은 국가보고서(1차 국가보고서)를 먼저 제출하고 나서, 사전세션 실무그룹이 보내는 쟁점목록에 대한 답변서(2차 국가보고서)를 추가로 제출함에 비해, 약식보고절차는 1차 국가보고서 제출을 생략하는 절차이다. 즉, 사전세션 실무그룹이 국가정부에 보낸 쟁점목록에 대해 정부가 위원회에 보내는 답변서가 바로 국가보고서가 된다. CEDAW는 국가에 따라 정기보고절차와 약식보고절차를 혼용하고 있다. 한국은 CEDAW 약식보고절차를 택하지 않아 차후 제9차 정기 심의는 총 2차례의 국가보고서를 제출하는 정기절차로 이루어질 예정이다.
 
2. 한국시민사회의 유엔 메커니즘 활용 - CEDAW 이행 심의 활동을 중심으로

협약이행 심의에서 시민사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각 과정에 개입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NGO보고서 제출, 비공식브리핑(Informal Public Briefing) 구두발언, CEDAW 위원-시민사회간담회 개최 등이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국가보고서에서 담지 않은 의제 혹은 정부의 협약 이행 현황에 관한 시민사회차원의 비판적 분석을 담은 NGO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할 수 있으며, 이는 CEDAW 웹사이트에 공식 등록되고 위원들의 실제 심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민사회는 보고서 제출 이외에도, 쟁점 목록을 뽑는 사전세션과 본심의에 직접 참여하여 다양한 현장 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지난 2017년과 2018년에 진행되었던 CEDAW 제8차 한국정부 심의에서 여성연합을 포함한 시민사회의 대응 활동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표1 : 제8차 CEDAW 한국정부 정기 심의 시민사회 대응활동 개요>
 

제8차 CEDAW 한국정부 정기 심의 시민사회 대응활동 개요 제8차 CEDAW 한국정부 정기 심의 시민사회 대응활동 개요 ⓒ 한국여성단체연합

 


1) 사전세션
CEDAW 심의는 약식보고절차를 택하지 않은 국가의 경우 국가보고서가 제출된 후 일정이 확정되며, 대략 4년 주기로 진행된다. 여성연합은 사전세션 심의를 앞두고 한국의 주요 여성인권 의제를 담은 NGO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시민사회단체, 특히 연합체단체 혹은 다양한 단체가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제출하는 보고서는 사전세션 쟁점목록 선정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된다. 사전세션 개최 후 위원회가 도출하는 사전쟁점 목록은 추후 본심의 질의와 최종견해의 틀을 구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전세션에 제출하는 NGO보고서의 중요성은 크다고 볼 수 있다.
CEDAW 실무그룹은 일주일간 사전세션을 진행하는데, 첫날에 열리는 비공식브리핑(informal public briefing)에서 위원회는 NGO에 발언 기회를 제공한다. 사전세션 종료 직후 위원회는 1차 국가보고서를 바탕으로 정부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담은 쟁점목록을 발표하며, 정부는 본심의 전 이 쟁점목록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여성연합은 지난 제8차 한국 심의 사전세션에 참여하여 한국의 성평등 실현을 위한 정부 차원의 과제와 2015년 제출된 국가보고서에 드러나지 않는 여성의 현실을 직접 알리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였다.
2) 본심의
본심의를 앞두고 사전 준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NGO보고서 제출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본심의를 위한 NGO보고서에서 위원회의 쟁점목록과 한국정부 답변서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기반으로, 국가보고서가 담고 있지 않은 현장에 기반한 여성 인권 의제와, 위원회가 최종견해에 포함하기를 제안하는 권고안을 담는다. CEDAW 협약이 관할하는 여성인권의 범위가 방대하며 한국 상황을 모르는 외국 위원들을 짧은 보고서만으로 이해시켜야 하므로, 다양한 시민사회단체 및 전문가와의 효과적인 협업을 바탕으로 의제와 정책제안을 최대한 명료하게 보고서에 담아야 한다.
보통 각 협약의 한국 본심의 때에는 시민사회가 대표단을 제네바에 파견하여 현장 활동을 진행해 왔다. 2018년 제8차 한국 본심의 때도 여성연합 및 회원·연대단체로 구성된 NGO대표단이 직접 참여하여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였다. 주요 활동은 다음과 같다.
① 비공식브리핑 : 본심의 첫날 열리는 비공식브리핑에서는 NGO 구두발언을 진행하였다. 미리 준비해 간 발언문을 기반으로 현장 참여한 한국NGO들과 발언시간을 조정하여 발표를 진행하고,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였다.
② CEDAW위원과의 간담회 : 본심의 전날 점심시간에 위원들을 초대하여 NGO 주최로 CEDAW 위원과의 간담회를 진행하였다. 약 1시간 동안 익일 심의 때 위원들이 정부 대표단에게 질의하기를 희망하는 핵심 의제들에 관한 NGO의 요약 발표 및 위원들과의 질의응답으로 구성된다. 짧은 시간 동안 위원들에게 한국의 현안과 의제에 대한 시민사회의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하므로, 참가단 내부의 많은 사전토론과 예행연습을 거쳤고, 6개의 핵심 주제별로 한국의 현황과 예상 질의를 담은 문서를 별도로 만들어 당일 위원들에게 배포하였다.
③ 본심의 모니터링과 로비 : 하루 동안 종일 진행되는 본심의는 CEDAW 이행현황에 관한 정부 대표단의 간단한 발표와 위원-정부 대표단 간 질의응답으로 구성된다. 시민사회는 본심의를 참관할 수 있으며, CEDAW 웹사이트에 공개된 위원들의 정보를 기반으로 좀 더 타겟팅된 로비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본심의 마무리 후, 위원회는 본심의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견해를 작성하여 세션 마지막 날 발표한다. NGO참여단은 본심의 사후 모니터링을 진행한 후 '최종권고 제안'을 주제별로 정리하여 위원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시민사회의 입장을 반영한 최종견해가 도출될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④ 정부의 최종견해 이행촉구 활동 : 최종견해가 도출된 직후 NGO참여단은 최종견해 핵심 내용과 이에 대한 논평을 담은 보도자료를 발표하였다. 또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하여 한국정부 심의 관련 시민사회의 활동 내용을 보고하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들을 토론자로 초대하여 최종견해 이행에 관한 정부와 국회의 책무를 알려냈다. 그 후 정부가 작성한 '최종견해 정부 이행계획'에 대한 비판적 검토 의견과 제안을 담은 여성단체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하였다.
3) 후속조치
CEDAW 최종견해에 대한 정부이행을 담은 차기 국가보고서 제출 마감은 4년 후이나, 최종견해 안에는 이행 현황을 2년 내 위원회에 보고해야 하는 4가지 주요 우선순위 의제가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 우선순위 의제에 대한 이행현황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시민사회는 국가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담은 NGO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다. 여성연합은 회원단체들과 함께 2020년 3월 한국정부가 제출한 이행현황 보고서에 대한 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였고, 위원회는 한국 국가보고서와 NGO보고서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평가서한을 발표하였다. 여성연합은 이러한 보고서에 대한 평가서한을 간단한 카드뉴스로 제작하여 홍보함으로써, 한국정부의 CEDAW 협약 이행현황을 지속적으로 알려내었다.
4) 국내 정책옹호활동에서 유엔협약의 상시적 활용
2018년 2월 지난 한국정부 심의 이후 한국에는 미투운동부터 최근 여가부 폐지까지 수많은 여성인권 현안들이 있었고, 여성시민사회는 각 의제에 대한 운동전략을 만들 때마다 CEDAW를 비롯하여 다양한 국제여성인권 규범을 시의적절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차별금지법 제정, 강간죄 개정, 사이버성폭력, 형법상 '낙태죄' 폐지 등 여성단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의제들은 CEDAW 최종견해에서 강조되었던 의제이기도 하다. 또한 위에서 소개한 내용은 협약기구에 관한 시민사회 활동을 2018년 제8차 CEDAW 심의 대응 경험을 중심으로 간추린 것이며, 실제 한국의 다양한 시민사회단체들이 각 협약기구를 활용하는 전략은 훨씬 더 광범위하다.
 
3. 유엔협약 시민사회개입의 최근 현황

협약기구는 시민사회가 활용하는 중요한 국제 인권메커니즘인 만큼, 시민사회의 민주적 개입과 활용은 시민사회의 큰 관심사이다. 여성인권단체들의 CEDAW 협약 활용을 지원하는 국제여성단체인 International Women's Rights Action Watch Asia-Pacific (IWRAW-AP) 등 각 협약 관련 시민사회의 활동을 지원하는 NGO들은 2017년 'NGO Network on UN Treaty Bodies이라는 NGO네트워크를 결성하고 유엔인권협약기구의 독립성 보장과 효과성 강화, 시민사회 참여 증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유엔협약기구 또한 심의절차 지연, 국가의 이행보고서 제출의무 불이행, 각 협약기구별 상이한 운영시스템 등의 실무적 문제를 개선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협약 메커니즘을 운영하기 위한 노력을 진행해 오고 있다. 한 예로, 유엔협약기구의 효과성 강화와 개선에 관한 2014년 유엔총회 결의(A/RES/68/268) 이후, 결의안 이행 현황을 검토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스위스와 모로코 정부의 협력으로 '2020년 협약기구 평가 절차(2020 treaty body review process led by the co-facilitators)'가 진행되었다. 각 협약기구 및 유엔인권최고사무소, 국가정부, NGO 등 폭넓은 이해관계자로부터 수렴된 의견을 종합하여 두 협력국가가 작성한 결론문서(https://www.ohchr.org/en/documents/reports/a75601-report-process-consideration-state-united-nations-human-rights-treaty-body)에는 ① 코로나19로 시민사회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 한계 등을 고려하여 온라인을 병행한 심의절차 마련, ② 위원회의 독립성과 다양성 보장(위원들의 젠더·지역·경험 등), ③ 약식보고절차의 효과성 평가, ④ 계획적이고 고정된 심의 일정 마련, ⑤ 유엔의 불충분한 협약 관련 예산에 대한 해결책 모색 등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2020년 협약기구 평가절차 이후 지난 2년간 협약기구별 서면의견서와 회의 등을 거쳐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지난 6월 열린 제34차 협약기구 의장단회의 결론문서(https://www.ohchr.org/en/events/meetings/2022/34th-meeting-chairpersons-human-rights-treaty-bodies)는 예측 가능한 협약 심의일정과 유엔협약기구 운영예산을 세우기 위한 다양한 실무 결정 사항을 담고 있다. 그 중 하나는 CEDAW를 포함한 8개 협약기구의 심의 주기를 기존 4-5년에서 8년으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예측 가능한 심의 일정을 세우고 국가정부의 협약이행 의무를 증대시키기 위한 현실적인 조치는 필요하나, 심의 일정이 기존 심의 기간의 2배 정도로 길어질 경우, 시민사회가 현장에서 협약을 활용하는 전략과 효과성이 대폭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고 비판적 평가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8년을 주기로 작성되는 국가보고서와 NGO보고서에 변화하는 인권현안과 법제도의 흐름을 명확하게 담기 어려울 수 있으며, 8년 단위로 나오는 최종견해를 시민사회에서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전략을 세우기가 이전보다 더 까다로워짐으로써, 시민사회의 주요한 정책옹호활동 도구로써의 협약메커니즘의 효과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CEDAW 위원회는 2023년 2월 제86차 회의에서 제9차 한국정부 심의를 위한 사전세션을 개최할 예정이다. 여가부 폐지 논쟁 및 지방정부 성평등 기구 통폐합 등 국내 성평등 정책 전반의 퇴행이 우려되고 있는 현재, 유엔 인권메커니즘의 작동원리와 특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현장의 변화를 만들기 위한 여성시민사회의 CEDAW 협약 활용에 관한 적극적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법률가를 위한 국제인권법 교육> 자료집, 2018, 서울지방변호사회
<국제인권 법률지원 매뉴얼>, 김기남 외, 2021, 서울지방변호사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홈페이지, www.women21.or.kr
유엔협약기구 홈페이지, https://www.ohchr.org/en/treaty-bodies
CEDAW 홈페이지, www.ohchr.org/en/treaty-bodies/cedaw
TB-NET(NGO Network on UN Treaty Bodies) 홈페이지, https://tbnet.org/en/
덧붙이는 글 이 글의 저자는 오경진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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