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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 '영화'를 입히다

국내 최초 패션영화제, 제2회 금천패션영화제 이모저모

22.11.07 11:27최종업데이트22.11.0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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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천패션영화제 경쟁출품작 <자전거도둑>(오른쪽)과 <우리는불스다>연출들이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 이혁진

 
"오늘 모처럼 주말을 맞아 쇼핑 나왔는데 패션영화제가 열리다니 이곳에 왜 의류아울렛이 많은지 알겠어요."
 
지난 5일 마리오아울렛이 있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 디지털2단지 사거리에서 금천패션영화제 포스터를 본 김성애(40·관악구)씨가 말했다.
 
제2회 '금천패션영화제'가 지난 4일부터 3일간 롯데시네마 가산디지털점에서 열렸다. 영화제는 지난해 'G밸리'의 지역특화산업인 패션을 영화와 접목해 만든 국내 최초 유일의 패션영화제다. 패션산업을 재조명하고 우수성을 알리려는 취지로 시작됐다.
 
G밸리는 구로디지털단지와 가산디지털단지를 아우르는 금천구의 별칭이다. G밸리의 모태는 과거 '구로공단'이다. 1960~1970년대 우리나라 산업발전을 이끈 공단에 '패션산업 뿌리'인 의류봉제분야가 있다. 금천구가 패션산업의 메카인 배경이다.
 
이곳엔 패션산업 외에 IT와 지식서비스 산업체들도 대거 입주했다. G밸리는 이제 패션과 IT산업을 대표하는 곳이다. 이를 보면 IT기술로 집약된 영화가 패션과 손잡은 것은 당연하다. 패션에 영화예술을 입힌 것이다.
 
금천구는 천개가 넘는 의류제조업체들이 산재해 있다. 이곳에 종사하는 인구도 상당수이며, 생산과 유통이 공존하기 때문에 패션의류 아울렛 단지가 자연적으로 형성됐다.
 
패션은 단순히 입는 '옷'이 아니라 삶을 규정하거나 양식을 표현해 중의적인 뜻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금천패션영화제도 패션 소재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다양한 삶과 메시지를 담아내는 예술적 매개체를 지향하고 있다.
 

롯데시네마 가산디지털점 영화관에 설치된 가죽공방 모형2 ⓒ 이혁진

 
올해 영화제 출품작은 지난해보다 두 배 넘는 912편이 접수됐다. 심사위원회는 44편을 경쟁진출작으로 최종 선정하고 이를 무료 상영했다.
 
경쟁 진출작은 총 9개 섹션으로 나눴다. '나이' '영화의 색' '다큐멘터리' '음악과 패션' '시대의 옷' '작업과 옷' '액세서리' '스타일' '영화 속 영화의 의상'이란 키워드로 구분했다. 옷의 의미를 다양한 영화 속에서 되짚어보자는 것이다.
 
기자는 5일 '나이' 키워드 경쟁작 4편을 현장에서 감상했다. '나잇대'는 주로 젊은층이다. 대부분 청소년들의 감성과 고민을 담은 작품들이다. 러닝타임은 30분 내외. 상영 후 감독과 배우 등 영화 관계자들과의 시네토크를 통해 에피소드를 포함한 질의응답이 있었다.
 
학교폭력 피해자인 김세일이 새 학교로 전학해 온 첫날 이야기를 연출한 '외톨이'는 요즘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소년들의 '왕따' 문제를 다뤘다. 특히 왕따들의 동병상련을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은 관객들의 공감을 일으켰다.
 
이 영화에 출연한 이효제(19·태백호 분)군은 "수능을 앞두고 찍은 데뷔 영화이기에 평생 잊을 수 없는 작품이다"고 말했다. 주인공 이윤우(17·김세일 분)군은 연기력에 대해 "캐릭터가 실제 자기와 비슷해 연기하는데 특별한 어려움이 없었다"고 답했다.
 
'자전거도둑' 또한 결손가정 학생들의 일탈과 사회의 편견을 다룬 작품이다. 자전거를 훔치며 생활하는 기태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며 물건을 훔치는 수린이는 순간의 실수로 임신한 사실을 알게된다. 영화는 우리 주변의 기테와 수린이 같은 청소년들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사랑을 호소하고 있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은 이번 영화를 계기로 자신의 끼를 발휘하고 꿈을 더욱 크게 꿀 수 있는 기회라 말했다. 자전거 도둑의 각본을 쓴 송현우씨는 "현직 교사로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아이들의 입장을 대변하려고 노력했는데 앞으로 보다 전문적인 영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어 송씨는 이태리 동명의 영화(1948년) '자전거도둑'의 모티브를 영화제작에 참고했는지 묻는 관객의 질문에 대해 "사실 자전거도둑이란 영화가 있는지조차 몰랐다"며 고백하기도 했다.
 
금천패션영화제가 보다 발전하려면?
 

제2회 금천패션영화제 공식포스터 ⓒ 이혁진

 
공식포스터는 노란 바탕에 '옷깃' 금(衿)자를 형상화했다. 금천(衿川)은 고려시대부터 내려오는 지명으로 여기에 패션의 뿌리가 상징적으로 내재됐다는 것이다. 포스터는 금천과 패션의 의미를 부각시키고 바늘땀(Stitch)은 영화 필름(Film) 이미지를 나타낸다.
 
금천구는 패션산업 진흥책 일환으로 패션영화제 외에 의류장인들의 작품을 곳곳에 전시하고 있다. 현장에서 판매도 지원한다. 영화제가 열리는 롯데시네마 가산디지털점에는 가죽공방 모형부스를 따로 설치해 영화 관람객들에게 금천구의 패션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금천구는 영화제를 통해 패션산업과 영화산업의 동반적인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올해 대상 상금을 5백만 원에서 1천만 원으로 늘리는 등 시상금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시상부분도 분장, 미술, 의상, 촬영 등 세분화했다.
 
2회 째 맞는 금천패션영화제는 아직 걸음마 단계, 특화영화제답게 명성을 얻으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작품만 참여하는 영화제를 국제적으로 문호를 개방하는 방안도 시급하다.
 
한편, 최근 이태원 참사를 맞아 희생자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를 표하는 의미에서 패션영화제측은 개막행사와 부대행사 등 행사성격의 모든 프로그램을 전면취소하고 상영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했다.
 
지역문화콘텐츠를 소재로 태동한 금천패션영화제가 구민의 자부심을 넘어 국제영화제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한다.
금천패션영화제 구로공단 외톨이 자전거도둑 G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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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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