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영성·자연 신성으로 환경 위기 극복

기후재난 국제토론회에서 나온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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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희식(nongju)등록 2023.02.23 10:58
"자연 속에 있고 자연과 함께 일하는 것은 영적인 체험입니다"라고 말했다. 기후재난 국제토론회에서 만난 일본의 농촌학교 교장 선생님 말씀이었다. 자연 속에 있고 자연과 함께 일한다는 건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설마 남들 눈을 피해 산기슭은 타고 넘는 밀렵꾼을 말하랴. 시베리아 벌목꾼을 말하랴. 다름 아닌 농부일 것이다.
 

발표 세미나의 제2세션 발표 현장 ⓒ 전희식

 
도쿄도 마치다시(東京都 町田市)에 있는 아시아농촌지도자 양성학원 교장은 아라카와 도모코(荒川智子)이다. 그녀는 말했다. 아시아농촌지도자 양성학원에서는 영적 체험을 매우 중요시하며 자연 속에서 일하는 거라고 했다. 놀랍다. 이런 학원에서 공부한 농촌 일꾼을 상상해 본다. 가슴이 벅차다.

나랑 나란히 토론자로 단상에 앉은 장 가오징(張高靜) 중국종교인평화회의(CCRP·China Conference of Religions for Peace) 위원이며 중국도교협회 부회장도 놀라운 말을 했다. 자연 신성, 자연 신명이라고 말했다. "일반 대중이 자연 신령과 대화를 제대로 하고 합리적인 실천을 하게 하는 것은 중요한 국가의 민생행보가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 세계의 자연환경을 회복하고 기후재난을 극복하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대응이 자연 신령을 모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재난 토론회에 많이 참석해 봤지만 이런 말은 처음 듣는다.

자연을 보호의 대상, 관리 체계 일부로 접근하는 환경운동가는 많이 봐 왔다. 하지만 자연을 신령한 존재로 설정하고 숭배해야 한다는 주장은 생경하고 신선하다. 나는 동이족의 고대 경전 <부도지>의 제7장을 언급하며 기후환경재난 극복 방향으로 '수증복본(修證復本)'을 얘기했다.

우리는 서로 약속이나 했듯이 영성과 신성, 참 나와 본성을 말했다. 사용하는 용어는 달랐지만 인간 이성과 지성, 논리 너머의 영역을 주고받았다. 코로나가 약간 풀렸다고 해서 국외여행 가는 국제공항이 미어터지고 잠시 파랗던 하늘은 다시 칙칙한 잿빛이 되어 미세먼지가 뒤덮던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녹색성장이니 경기회복이니 규제 완화니 하면서 전쟁을 벌이는 인간들에게 희망을 말할 수 있을지를 걱정했다.
 

세미나 2월 11일에 열린 동북아국제세미나. ⓒ 전희식

 
아라카와 도모코가 말했다. "자연은 끊임없이 하나님의 창조 대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하나님의 창조질서는 자연이 온전히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 자연은 인간이 훼손한 상처를 스스로 회복해 가면서 신의 거룩한 창조질서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창조질서를 하나씩 만드는 노동. 그것이야말로 하나님의 과업이고 그 일의 담당자야말로 하나님과 동격이 되는 것이다. 신실한 농부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양성하는 곳인 아시아농촌지도자 양성학원은 우리나라의 가나안 농군학교가 이에 해당할까? 일본 애농회와 자매결연을 한 우리나라 정농회가 이에 해당할까? 내 마음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꿈이 여기에 견줄 만할까? 성부, 성자, 성신에 자연신을 추가해야 할 판이다.

동이족 전통 가르침을 이어받은 동학 경전에서는 '어찌 홀로 사람만이 입고 사람만이 먹겠는가. 해도 역시 입고 입고 달도 역시 먹고 먹느니라(何獨人衣人食乎 日亦衣衣月亦食食)'라고 했다. 해와 달이 입어야 하고 먹어야 한다? 해와 달이 먹는 것과 입는 것이 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 의식은 무한대로 넓혀질 것이다. 무한대는 영성의 본질이다. 이천식천(以天食天)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에도 실립니다. 오늘자인 2월 24일 신문에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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