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그렇게 하면 큰일 난다"라고 피의자 신분으로 군검사에게 전화했던 전익수 전 법무실장

[고 이예람 중사 재판 방청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 강요 혐의를 받고 있는 전익수 전 공군법무실장 재판

검토 완료

정현환(surpernova)등록 2023.03.14 18:32
"수사 그렇게 하면 큰일 난다"
 
계급이 매우 중요시되는 아니 절대적인 군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기소된 공군 검찰 권력의 최고 정점에 있는 사람이 수사 중인 검사에게 직접 전화했다. 단순히 수사 상황을 알아보려는 정도가 아니라, 누가 어떤 이유로 기소됐는지, 그 기소에 왜 자신이 연루되어있는지 확인하려는 연락이었다.
 
상급자의 부적절한 전화에 '자칫하면 큰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로 여긴 군검사는 여러 차례에 걸쳐 답변을 거부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수사 그렇게 하면 큰일 난다"라는 대답이었다. 공명과 정대, 정의에 따라 상급자의 비위 사실을 고발하고 기소했지만, 폐쇄적인 군의 특성으로 인사상의 불이익이 염려되는 상황에서 지난 2023년 3월 13일 오후 2시 현직 군검사의 증인 신문이 이뤄졌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6부(재판장 정진아)는 고 이예람 중사 사건에서 피내사자(범죄 혐의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기관이 입건 전에 벌이는 내사의 대상)이자 피의자였던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준장)의 피고인 재판을 진행했다. 전 씨가 이 중사 사건 정보를 누설한 혐의(관련 기사: '비밀누설' 혐의 군무원 재판... 증인들이 한 말은)로 양 모 군무원을 수사하던 증인(군검사 김 아무개)에게 연락해, 기소 사실 여부와 이유를 캐물었던 정황이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복도 ⓒ 정현환

 

"ㅇㅋ 땡큐", "ㅇㅋ", "ㅇㅋ 수고"
 
이날 재판은 첫 질문은 이랬다. 고 이예람 중사 특검의 이태승 특검보가 증인으로 출석한 김 아무개 군검사에게 현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받는 양 씨가 피고인 전익수 씨에게 재판 정보를 어떻게 전달했고, 이 사실을 증인이 어떻게 포착하게 됐는지 그 경위를 묻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태승 특검보: "양 아무개에 대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포착하게 된 경위는 어떻게 되는가요?"

증인: "2021년 7월 9일 점심 식사 이후, 전익수의 참여하에 휴대전화에 대한 선별작업을 하던 중에, 양 아무개가 전익수에게 발송한 장 모 중사의 구속영장실질 재판의 내용을 알려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발견하였습니다."
 
이 특검보는 군무원 양 아무개가 피고인 전익수에게 "20시 07분 영장실질심사 시작하였습니다.", "피의자 변호사 법무법인은 YK OOO입니다.", "20시 40분 영장실질" 등의 정보를 메시지를 보냈고 , 각각 "ㅇㅋ 땡큐", "ㅇㅋ", "ㅇㅋ 수고"라고 답변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법정에서 공개했다.
 
두 사람의 문자 내용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아무개 군검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절차는 비공개입니다.", "그 내용은 절대 알려져서도 안 되는 상황" 등이라고 말하며, 수사 결과에서 드러난 이들의 부적절한 대화 내용을 꼬집었다. 이에 특검은 사전에 증인이 아래와 같이 진술한 내용을 법정에서 구체적으로 공개하며, 증인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당시 공군본부가 진행하는 수사를 중단시키고 국방부로 사건 수사 주체를 변경시킨 직후였기 때문에 공군본부 측에서는 절대 해당 사건 수사에 개입해서는 안 되고", "장 아무개 측의 주장 내용은 차후 공군본부가 장동훈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였는지와도 연결이 되기 때문에", "장 아무개 측의 주장 내용은 차후 공군본부가 법무실장이 그런 내용을 아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지난 2021년 10월 14일 오전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공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익수 법무실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당시 피의자 신분으로 기소됐던 전익수 전 법무실장,
그는 왜 담당 수사 검사에게 전화했나?

 
증인: "네, 김 아무개 법무관입니다."
전익수: "어~ 우리 김 아무개 법무관, 공군본부 법무실장이에요"
증인: "네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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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익수: "내가 들리는 얘기에 의하면 구속 영장 청구 거기에 보면 마치 내가 이걸 공무상 비밀누설을 지시한 것처럼 돼 있다고 그러던데…. 사실이에요 그게?"
증인: "어…. (2초가량 머뭇거린 후 대답) 지금 구속 영장 청구와 관련한 내용을 물어보시는 겁니까?"
 
이날 재판에서 특검은 증인 김 아무개 군검사와 전익수 전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통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며, 증인에게 "전익수의 질문에 머뭇거린 이유는 무엇인가요?" 등의 질문을 이어갔다.
 
이에 증인은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전익수의 전화를 받고 또 전익수가 수사와 관련된 내용을 물어보기에 많이 당황했었다.", "수사가 진행되는 부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정신 차려야겠다."라고 대답했다.
 
또한, 특검은 피고인 전익수가 증인에게 "혹시라도 내가 지시한 사실이 없는데 거기 지시한 걸로 돼 있는 부분이 있나요?", "아니 그렇다면 이건 진짜 너무 그렇게 적시가 돼 있다면은 사실이 아닌 내용 아니에요", "이게 내가 이걸 어느 뭘 근거로 이걸 내가 지시했다고 그걸 근거로 삼았는지." "아니 담당 검사니까 뭔 근거가 있으니까 거기가 기재를 했을 거 아니에요?" 등의 내용을 연이어 공개했다.
 
과거에 상급자인 전 씨의 연속적인 물음에 증인은 "답변하기 어렵다."라는 식으로 총 다섯 번에 걸쳐 대답했다. 증인은 이날 법정에서 "구속영장청구서에 기재된 내용은 물론 구속전피의자심문 재판 자체가 비공개가 원칙이다."라고 특검에서 미리 진술한 내용에 이어 본인의 현재 입장을 재차 드러냈다.
 
이에 특검은 "왜 머뭇거렸냐?"라고 증인에게 물었다. 증인은 "제가 머뭇거린 이유는 이분 참 대단하시다. 아무리 그대로 담당 수사 검사에게 전화해서 따질 일이 아닌데, 그것도 자기와 관련이 있는 사건인데"라는 당시 순간을 떠올리며 머뭇거린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특검은 증인에게 당시 어떤 심정과 생각을 가졌는지도 확인했다. 증인은 "수사 검사에게 따져 묻는 게 맞는 건가?", "자꾸 자기가 지시한 것이 있는지 또 맞으면 그 근거가 무엇인지 계속 말해달라고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을 보며, 저에게서 어떤 유리한 내용을 들으려고 그러는 건가?"라고 당시에 생각했던 점을 법정에서 언급했다.
 
덧붙여 증인은 "내가 왜 저분한테 설명해 주어야 하지?", "전화해서 본인과 관련된 사건 항의를 하는 걸 보면서 상당히 황당했었다.", "법조인이라면 말해 줄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을 텐데, 일부러 그러는 건가?", "말할 수 없다고 말을 하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왜 물어보지"라는 생각도 당시에 했었음을 재판에서 이야기했다.
 
 
부적절한 전화와 압력,
"수사 그렇게 하면 큰일 난다"

 
이태승 특검보는 "피고인 전익수가 여러 차례 걸쳐 반복적으로 답변을 요구하는데 왜 단호하게 거절하거나 끊지 못했는가요?", "전익수 말고 수사 관련 묻는 관계자가 있었나요?", "일반 피의자라도 전익수처럼 수사 검사를 상대로 전화하여 항의할 수 있겠는가요?"라고 각각 물었다.
 
이에 증인은 "아무래도 저보다는 계급상 높은 분이니까요.", "전익수 말고는 수사 관련 묻는 관계자는 없었다.", "아니요, 그러지 못했을 거 같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추가로 증인은 "공군 검찰 책임의 정점에 있는 분이 이렇게 따지듯이 전화를 한 것 자체가 너무나 부적절한 것", "군무원 양 아무개의 수사 검사인 저에게 전화한 것 자체가 저에게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도 있지 않았나."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여기에 증인은 피고인 전익수 전 법무실장의 과거 말과 태도에 "자신의 징계 혐의, 나아가 본인과 관련한 구체적인 피의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는 수사 검사에게 너무 당연하게 전화해서 물어본 점"을 거론하며 피고인의 부적절함을 꼬집었다.
 
끝으로 증인은 "아니 도대체 어떤 길을 걸어오셨기에 수사 검사에게 전화하지?", "수사 도중 직접 전화로 항의하는 것을 보고 진짜 위법성 인식이 없다.", "자신한테 유리한 내용의 답변을 유도하려고 하는 게 아닌가?"라고 당시에 생각한 점과 "군무원 양 아무개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캐내려고 하는 느낌을 받았다"라는 자신의 의견을 법정에서 드러냈다.
 
증인에 대한 특검 질문이 끝나고 피고인 측 변호인은 증인에게 "왜 피고인을 공수처로 넘기지 않았느냐?", "피내사자 신분에서 피의자에게 적용되는 압수수색을 청구한 게 맞냐?" 등의 질문을 하며, "당시 전익수로부터 전화를 받고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라고 물었다. 이에 증인은,
 
"저는 전익수의 전화를 받고 일단 우리 수사 진행 상황과 방향성에 대해서 드러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습니다", "또 제가 어떤 추측이나 오해를 할 만한 여지를 주어서도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대응했던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또한, 증인은 "전익수는 당시에 반복적으로 같은 취지의 내용을 물어보면서 저에게서 무언가 필요한 내용을 듣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제가 그 답변을 회피하려고 더 신경을 썼던 것 같습니다."라고 앞서 특검의 질문에 답변한 내용을 거듭 반복했다.
 
이날 법정에서 특검과 피고인 측 변호인 모두, 증인이 2021년 8월 27일과 30일, 9월 3일 세 차례에 걸쳐 피고인 전익수에게 먼저 전화한 점을 언급했다. 왜 했는지, 언제 무슨 말을 했는지 두 사람 사이에서 오고 간 말을 증인에게 물었다.
 
양측의 질문에 증인은 피고인 전익수가 "수사 그렇게 하면 큰일 난다."라고 말한 사실을 설명했다. 피고인 측 변호사가 "그걸 어떻게 기억하냐?"라고 되묻자, 증인은 "저 세 가지 날짜 중에 정확히 언제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피고인 특유의 말 뉘앙스가 있었다."라고 하며 피고인과 증인이 통화한 사실을 부연했다.
 
특히, 이날 법정에서 증인인 위 내용을 언급하며, "군사기관에 부여된 공정한 수사 업무와 군검찰에 대국민 신뢰도를 고려하면 전익수의 행동이 적법한 행동이었는지 반드시 검증이 있어야 한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법정에서 강하게 강조했다.
 
 
인사상의 불이익을 감안하고,
특검 수사와 법정 증언을 한 군 법무관

 
서울중앙지법 형사 26부 정진아 판사는 "장군을 수사했을 때 부담을 느꼈다고 했는데, 피고인이 법무병과 고위직이잖아요? 그 부분이 부담을 갖게 하는 이유가 됐나요?"라고 증인에게 물었다. 이에 증인은,
 
"안 그래도 검찰 경력도 있으시고 하니, 수사를 문제없이 잘해야겠다, 피고인 지위가 주는 부담감도 크지만, 이 분야를 잘 알고 계시고, 잘 아는 부분이 많기에 빠지는 부분 없이 적법절차에 따라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당시 피고인 전익수보다 지위가 낮은 군검사로서의 부담감을 설명했다. 실제로 피고인 전 씨와 증인이 통화를 할 당시 전 씨의 계급은 준장이었고, 증인은 대위(소령 진)였다.
 
연이어 정진아 판사는 "만약 피고인 전익수가 증인과 연관 있는 육군 고위직과 관계가 있다면, 보직과 인사상의 불이익은? 지금은?"이라고 물었는데, 이에 증인은 "과거엔 없었지만 오늘 와서 이렇게 증언하니 걱정 안 된다고 말씀드리긴 어려울 거 같습니다."라고 현재 심정을 토로했다.
 
이날 재판은 다가오는 3월 24일 오후 4시에 피고인 전익수 측이 요청한 증인 재판이 같은 장소에서 있음을 알리며, 오후 5시 5분에 종료됐다.

 

고 이예람 중사 사건 피고인 전익수 재판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제418호에서 열리고 있다 ⓒ 정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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