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하수구가 아니다

[주장] 나는 왜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가?

등록 2023.07.11 14:35수정 2023.07.1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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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러시아 해군은 방사성 폐기물 투기 전용선을 이용해 자국의 액체성 방사성폐기물 약 900t을 블라디보스토크 남동쪽 190㎞ 지점 동해상에 버렸다가 발각된 적이 있었다. 당시 그 어느 나라보다 러시아에 격분한 국가 중 하나가 일본이었다. 일본 국민들은 "방사능에 오염된 스시를 먹게 됐다"며 분노에 들끓었고 일본 주재 러시아 대사관 앞에 몰려가 연일 항의 시위를 이어갔다.

당시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일본 총리는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을 도쿄로 초대해 양자회담을 연 뒤 양국이 이를 위급한 문제로 인식하고 '공동조사'를 하기로 이끌어냈다. 당시 일본은 러시아 측에 방사성 폐기물 방류는 이웃 국가는 물론 세계적으로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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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후쿠시마 핵오염수투기 결사반대 부산시민 총궐기대회 ⓒ 부산시민 총궐기대회 제공


이랬던 일본정부가 28년 뒤인 2021년,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하는 방사능 오염수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핑계로 해양에 방류한다는 방침을 알렸다. 올해 들어 일본정부는 곧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하고 윤석열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과 관련해 '안전기준 부합'이라는 결론을 낸 데 대해 IAEA의 평가를 존중한다며 사실상 방류를 용인했다.

방사능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일본도 밉지만, 나는 이것을 반대하지 않은 윤석열정부가 더 밉다. 나는 정부가 일본에 시찰단을 파견해서 오염수를 검증한다고 했을 때부터 그 진실성을 의심했다. 사실상 일본의 방류를 허용해놓고 국민들의 저항을 무마하기 위해 눈가림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전 오염수 안에 포함된 물질 중 가장 거론이 많이 되는 것은 '삼중수소'이다. 우리나라 월성 원전에서도 발생하여 주변 주민들도 삼중수소에 피폭되고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 ALPS(다핵종제거장치) 처리를 거치더라도 삼중수소는 남는다. 이대로 삼중수소가 해양에 방출되어 바다에 떠돌다가 먹을거리를 통해 인체에 축적되면 정상적인 수소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이후 베타선을 방사하면서 삼중수소가 헬륨으로 바뀌는 '핵종 전환'이 일어난다.

DNA에서 핵종 전환이 발생하면 유전자가 변형되고 세포를 파괴해 각종 암을 유발하거나 생식기능을 저하시키게 된다. 바다는 몇 년 안에 죽음의 바다가 될 것이다. 바다는 쉼 없이 움직이다. 멈춰있는 풍경이 아니다. 흐르고 순환하며 지구 생태의 긴장을 이어간다. 한 덩어리 생명이며 하나의 생태계이다. 한 곳에서 발생한 문제는 해류를 통해 바다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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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후쿠시마 핵오염수투기 결사반대 부산시민 총궐기대회 ⓒ 부산시민 총궐기대회 준비위


2020년 독일 킬 대학 헬름홀츠해양연구소가 방사능 오염수 확산을 예측한 결과 해류를 타고 200여 일이면 제주도까지 올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1년쯤 되면 동해 전체를 뒤덮고, 뒤이어 서해까지 번지고 3년이면 미국 해변까지 오염시킨다고 한다. 일본정부가 125만 톤 넘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하기로 한 것은 인류와 지구 생태계를 향한 무책임한 파괴행위이다.

1990년 대 초, 내가 경기도 화성군 남양에서 살 때 이야기이다. 이웃 동네에서 매우 불길한 일이 벌어졌다. 한우와 포도 농사를 짓는 가정이 있었는데, 키우던 소가 먹이도 먹지 않고 시름시름 앓더니 대여섯 마리가 모두 죽고, 포도는 탄저병에 걸린 것처럼 잎이 마르고 포도 알갱이가 떨어지더니 모두 말라 죽고 말았다. 작은 마을에 이런 일이 벌어지면 인심이 흉흉해진다. 그 일로 인해서 많은 소문이 돌았다.

그 일이 있고 몇 달이 지나서 원인이 밝혀졌다. 이 집에 원한을 가졌던 한 사람이 뚜껑을 덮어놓은 옛 우물에 매일 새벽마다 소량의 제초제를 뿌렸던 것이다. 한우와 포도농사에 지하수를 사용했는데 지하수가 오염되어 그 물을 먹은 소도 죽고 포도농사도 망치게 된 것이었다. 다행히 사람이 먹는 식수는 상수도를 사용해서 사람에겐 피해가 없었다. 범인이 술을 먹고 친구에 털어놓아서 잡혔는데 나중에 알고 보았더니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이 잡혀가면서 한 다는 말이 "장난삼아 한 것인데 그렇게 될 줄 몰랐다"고 했다.


우물에 제초제를 뿌린 행위와 바다에 방사능 오염수를 뿌린 행위와 무엇이 다른가? 나는 바다에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이 훨씬 나쁘다고 생각한다. 대단히 무책임하고 야만적인 행위이다. 인류와 미래 바다, 앞으로 올 세대를 위해 일본 정부는 방류 결정을 당장 거둬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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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후쿠시마 핵오염수투기 결사반대 부산시민 총궐기대회 ⓒ 부산시민 총궐기대회 준비위


일본정부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고의에 의한 제2의 후쿠시마 핵사고가 될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재앙이 될 것이다. 바다는 일본이 소유한 물건이 아니다. 일본정부의 오염수 방류가 1-2년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30년 동안 계속된다고 한다.

일본정부와 IAEA는 오염수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 주장을 뒷받침할, 신뢰할 만한 증거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염수가 바다에 방류되면 생태계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없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는 위험한 계획이며 일본정부는 오염수를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금 인류가 기후위기로 인한 고통을 겪는 것처럼,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로 인해 인류가 겪게 될 재앙과 고통은 아무도 모른다. 그것이 과학이다. 우리 바다는 일본 방사능 오염수의 하수구가 아니다. 윤석열정부는 더 이상 일본이 아닌 우리 국민을 위해서 방사능 오염수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하루빨리 진행하길 촉구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예수살기 대표입니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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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 기자는 부산 샘터교회 원로목사. 부산 예수살기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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