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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위 범죄와 오송 참사...공무원 '복지부동'이 제일 무섭습니다

'부작위'로 인한 결과 심각한데 처벌 수위 낮아... 적극행정 펼치고, 안전 예산 늘려야

등록 2023.07.20 11:49수정 2023.07.2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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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버스를 물 밖으로 인양한 뒤 실종자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집중 호우로 인한 물난리와 산사태로 전국에서 46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됐습니다(19일 오후 6시 기준). '대참사'입니다. 특히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총체적인 관리 부실과 무능한 행정력, 부작위가 만들어낸 이해하기 어려운 참사입니다.

이번 참사를 겪으며 떠오른 생소하지만 중요한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부작위'입니다. 형법 18조는 다음과 같이 부작위 범죄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

부작위 범죄를 얘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직업이 의료기관 종사자, 유치원 및 학교 선생님 등입니다. 이들은 환자나 아이들이 위험에 처해 있을 때 적극적으로 구조하고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킬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산후조리원 직원들이  지진이 난 긴박한 순간에 아기들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장면이 화제가 됐습니다. 만약 이들이 반대로 아기들을 둔 채 피신했다면 부작위 범죄가 성립되는 것입니다.

공무원들도 부작위 범죄의 중요 대상입니다. 문제는 최근 공무원들의 부작위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는 전형적인 부작위 범죄입니다.

전형적인 부작위 범죄인 오송 지하차로 참사

<동아일보>에 따르면, 지하차도 인근 미호천교 공사 현장을 관리 감독하는 감리단장은 사고 발생 약 2시간 30분 전인 15일 오전 6시 14분부터 7시 58분까지 다섯 차례나 청주시와 경찰에 미호강 범람 위험을 알리며 주민 대피를 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공사 발주청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은 감리단장으로부터 범람 위험을 보고받은 뒤 관계기관에 열아홉 차례나 주민 대피를 요청했습니다.

이런 요청으로 다른 곳은 통제를 했지만 가장 위험한 지하차로에 대한 통제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더욱 문제는 이런 구체적인 요청을 관련 부처인 청주시장과 충북도지사는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충북도지사는 사고 1시간 이후 보고를 받았고, 이후 괴산 피해 상황 점검을 위해 그곳으로 향했습니다(관련기사 : 오송 지하차도 침수됐는데, 김영환 지사는 왜 괴산으로 향했나 https://omn.kr/24ubq ). 

공사 감리단장과 행복청의 보고에도 도청, 시청, 경찰 공무원들의 부작위로 인해 14명이 목숨을 잃은 것입니다. 이는 부작위로 인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죄에 해당합니다.


문제는 이런 부작위 범죄에 처벌이 강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우선 부작위 범죄의 특성상 고의나 중과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이번 사태와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2020년 7월 부산 동구에 폭우가 내렸지만, 관할 자치단체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아 초량지하차도에서 3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이후 관련자 11명이 기소됐으나, 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안전책임자였던 부구청장에게 금고 1년 2개월을, 동구 전 안전도시과장과 건설과장에겐 징역형과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나머지 공무원들은 벌금을 선고 받았습니다. 이후 부구청장과 일부 피고인들은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지자체의 대처 부족으로 시민이 사망하는 피해가 발생했음에도, 그 무게만큼의 책임을 지우지 않은 것입니다. 오송 지하차로 참사도 비슷한 사례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중앙부처-지방자치단체 안전 예산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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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차도 밖으로 옮겨지는 수색용 고무보트 17일 오후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육군 장병들이 수색작업에 나섰던 고무보트를 지하차도 밖으로 옮기고 있다. 2023.7.17 ⓒ 연합뉴스

 
그러면 공무원들의 부작위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평소 친분이 있는 공무원들에게 물어보면 이런 대답을 합니다.

"기관장들의 관심 주제에 따라 공무원들의 행동패턴이 적극적으로 변한다."

흔히 기관장들의 관심은 연설로 시작되고 예산배정과 승진으로 결론지어진다고 합니다. 가령 구청직원과 경찰이 집회 관리와 마약 단속을 하길 원하면 축제 등의 안전관리는 뒷전으로 밀린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앞으로 이런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안전을 강조해야 하며,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안전 예산을 늘리도록 압박해야 합니다.

또 부작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가 있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집중호우 대처 중대본 회의에서 "위험지역에 대한 진입통제와 선제적 대피를 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라고 밝혔습니다. 공무원들의 안일한 행정을 비판한 것입니다. 문제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안일한 행정에 대한 고의성, 중과실 입증이 너무 어렵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경찰과 검찰에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수사를 해야 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대통령과 기관장들이 적극 행정을 강조하고 포상 체계를 갖추어야 합니다. 적극 행정의 결과를 기관장들이 책임진다는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최근 적극 행정을 하면 감사원 감사를 받는 어이없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 정권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사업들은 대부분 적극 행정 의지를 가진 공무원들이 한 것입니다. 이들이 감사 받는 모습을 보면서 공무원들이 무엇을 느낄지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공무원들이 가장 무서울 때가 '복지부동(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아니한다는 뜻) 할 때입니다. 세월호, 이태원, 오송 지하차로 참사까지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으로 발생한 참사입니다. 끝으로 대통령은 스스로를 참사의 총 책임자로 인식하고 국민에게 적극 사과를 해야 합니다. 대통령과 공무원들의 반복적인 부작위로 국민들은 각자도생을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대홍수 #오송 궁평2지하차로 #부작위범죄 #적극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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