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 숭배자들의 '비상식의 정치화' 심각하다

<조선일보> 한삼희 논설위원 칼럼이 씁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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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ecocinema)등록 2023.08.30 13:39
오늘(30일) <조선일보> 한삼희 논설위원은 기명 칼럼에서 "4대강 보 수질 미스터리가 풀려간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보의 유무(有無), 또는 개폐(開閉) 여부는 녹조 생성 자체를 결정하는 요인은 아니다. 녹조가 상류에 집중될지, 하류에 집중될지의 배분에 작용한다."라며 "외부 유입 오염을 줄이지 못한 상태에서 보를 열거나 해체한다고 녹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녹조와 보를 둘러싼 지금까지의 소모적 논란은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다."라고 했다.

 

<조선일보> 한삼희 논설위원 기명 칼럼 한삼희 논설위원은 녹조는 보 때문이 아닌 오염원 유입 때문이라 주장한다. ⓒ 조선일보

 
 
우리 사회에 어쩌다 보 '숭배(Fetish)' 현상이 이토록 심화했는지 모르겠다. 여기엔 <조선일보> 등 상식 왜곡에 앞장선 언론의 책임이 작지 않을 것이다. 특히 한삼희 논설위원의 태도 변화에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MB 정권 초기 <조선일보>는 한반도대운하와 4대강사업에 비판적이었다. 그러다가 2010년 6월 지방 선거 이후 적극 찬동으로 돌아섰다. 필자는 4대강사업 찬동인사, 찬동언론 조사를 주관했다. 그렇기에 <조선일보> 태도 변화를 명확히 기억하고 있다. 

<조선일보> 논조 변화 속에서도 한삼희 논설위원은 한동안 4대강사업 비판 논조를 계속 이어갔다. 이랬던 그가 지금은 '비상식의 정치화'에 가장 앞장서고 있다.
 
보를 만들면 수질이 나빠질 수 있다는 건 MB 정부 초기 국립환경과학원의 시뮬레이션 결과였다. <조선일보>는 2009년 4월 22일 이를 처음 보도했다. 당시만 해도 4대강사업 예산은 14조 원이었으나, 국립환경과학원 시뮬레이션 결과 보도 이후 수질 예산까지 포함해 22조 원으로 늘었다.

그렇게 수질 관련 예산이 늘었음에도 4대강사업 직후부터 대규모 녹조 현상이 발생했다. 고유 어종 대신 '조폭 물고기'라고도 불리는 강준치 또는 베스, 블루길이 우리 강을 점령했다. 강바닥에 실지렁이, 붉은색깔따구애벌레 등 오염에 내성이 있는 종이 우점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권은 4대강사업으로 수질이 좋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녹조는 오염원 유입 때문이라고? 한삼희 논설위원의 주장은 윤석열 정권 시대 보 숭배자들의 단골 레퍼토리와 이어져 있다. 이명박 정부 다음 박근혜 정부는 녹조 발생 전후 오염원 단속 등을 계속해왔다. 문재인 정부 땐 오염원 저감과 함께 보 수문을 개방했다. 그런데도 보 숭배자들은 유속을 떨어트린 보가 문제가 아니라 축산과 농경지에 유입되는 오염원이 문제라고 주장한다.
 
 

한삼희 논설위원의 2009년 5월 7일자 칼럼 이날 칼럼에서 한삼희 논설위원은 우리 강 모래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한삼희 논설위원이 지적한 우리 강 모래의 기능은 4대강사업으로 망실됐다. ⓒ 조선일보

 

보 숭배자들은 우리 강이 현재 정상 상태가 아니라는 걸 말하지 않는다. MB정권과 MB아바타들이 우리 강을 비정상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외면한다. 한삼희 논설위원의 2009년 5월 7일자 칼럼의 한 대목을 보자.

"준설을 하면 모래를 파내게 된다. 모래가 그냥 있는 게 아니다. 물이 모래 틈을 지나면서 오염물질이 여과된다. 홍수의 사나운 물살은 모래와 자갈을 밀고 다니면서 에너지의 상당부분을 소모한다. 모래톱이 움직이면서 만들어내는 여울은 하천에 산소 공급을 해준다. 강바닥이 수시로 모양을 바꿔가며 생태환경을 교란시켜야 생물종이 다양해진다. 유럽 국가들은 모래톱을 살리는 자연형 하천정비로 방향을 틀고 있다."
 
모래는 물을 맑게하고 홍수 에너지 분산, 물 속 산소 공급, 생물 다양성의 중요한 요소다. 남산의 크기를 대략 5000만㎥라고 했을 때, MB정권은 4대강에서 남산 크기의 6배 이상을 파해쳤다. 강에서 없어서는 안 될 모래가 대규모로 파헤쳐졌기에 우리 강은 지금 정상이 아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강의 정상성, 즉 자연성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를 준비해야 한다. 지난 7월 유럽연합이 '자연복원법'을 제정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강이 흐른다'는 우리 강이 지닌 가장 기본적인 고유성이자 자연성이다. 흐르는 강물이 더 많은 생명을 품는 것은 상식이다. 또 우리 강이 이렇게 됐을 때 그에 따른 편익이 현 세대와 미래세대에게 연결된다는 것도 상식이다. 그러기 위해선 보를 열고 강의 자연성을 살려야 한다.
 
보 숭배와 같은 '비상식의 정치화'야 말로 한삼희 논설위원이 언급한 소모적 논란 아닌가? 멈춰야 한다. 또 4대강사업 방식으로 지류를 준설하는 것 역시 중단해야 한다. 이명박이 큰 강을 죽이더니, 윤석열은 작은 강마저 죽이려 한다. 환경 후진국에서나 볼 법한 일이 왜 계속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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