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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의사들 "갓난아기 줄 분유조차 없다"

가자지구 전현직 의료인들 '급박한 의료 위기' 웨비나... "산더미 같은 연대 필요"

등록 2023.11.30 14:49수정 2023.11.3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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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일시 휴전 이틀째인 2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다친 환자들이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의 침대에 앉아 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휴전 발효를 앞두고 알시파 병원 지역의 땅굴과 갱도를 파괴했다며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 연합뉴스

 
미국의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받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가자의 의료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다. 10월 7일부터 11월 16일까지 공격으로 200여 명의 의료진과 병원 22곳을 포함해 의료시설 36곳을 파괴했다.

이 피해는 대부분 북부 가자에서 발생했다. 이스라엘의 공격 전 북부 가자에는 24개 병원이 있었지만, 현재는 작은 병원 4곳만 운영되고 있다. 병원 침대 수도 봉쇄 전 3500개에서 1400개로 감소했으며 병원은 만원이고, 일손은 턱없이 부족하며, 부상자는 점점 늘어만 간다. 가자 내에는 인구의 75%에 해당하는 170만 명이 실향민이 되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21일까지 사망한 1만4000여 명 중 67%는 여성이나 어린아이다.

No Cold War는 지난 21일 "가자지구의 급박한 의료 위기"에 대한 웨비나를 주최했다. 웨비나에는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국민평의회(Palestinian National Council)의 무스타파 바르구티 의사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의료 구호 단체(Palestinian Medical Relief Society in Gaza)의 대표 아에드 야기 의사가 참여했다.

또한 가자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의료진도 함께했다. 가자지구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의사로는 2013년에 가자에 간 민중을위한의료'(Medicine for the People)의 한나 보슬레어스 의사와 여러 차례 가자에 갔었고 지금도 이집트에서 가자에 다시 갈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는 매즈 길버트 의사가 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두노함(Do No Harm,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마라) 연합 미국지부의 루파 마리아 의사와 진행을 맡은 민중건강운동(People's Health Movement)의 빔 드 끌끄레르가 참석했다.

이들은 발언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가한 죽음과 파괴뿐만 아니라 자신의 목숨을 걸고 환자들을 위하는 의료진의 영웅적인 행동을 조명해 오늘날 필요한 산더미 같은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언제 어느 순간 죽을지 모른다

가자지구에서 웨비나에 참석한 아에드 야기 의사는 "우리가 단 몇 분후에도 살아있을지 알 수 없다"라는 말로 운을 뗐다. 그는 UN 대피소를 포함해 가자 전역에 안전한 곳은 없다고 말했다. "3만5000 명 정도가 부상을 당했고 6000~8000 명의 팔레스타인이 아직 건물 잔해 속에 갇혀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의약품, 수술에 필요한 진통/마취제, 구급차(현재 가자시와 가자북부 사이에는 구급차 6~7대만이 가동되고 있다) 등 의료용품이 부족할뿐만 아니라 식량, 물, 그리고 "갓난아기를 위한 분유"조차 없어 상황은 심각하다.


한나 보슬레어스 의사는 가자지구에서 일하던 2013년은 "봉쇄된 지 6년이 지난 시점이었는데, 그때부터 이미 의료자원 부족은 시작되었다"라고 말한다. "의료진 사살은 처음부터 일어나던 일"이며, 이는 단순히 부수적 피해가 아닌 "사람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시설로부터 단절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2007년부터 가자지구를 봉쇄해 주민 220만 명이 폭격을 피할 수도, 목숨을 유지할 수도 없어 의사들이 다치거나 죽어가는 무수한 환자를 돌볼 수 없게 했다.

서안지구의 무스타파 바르구티 의사는 야기 의사의 말에 의견을 덧붙였다. 가자지구에 있는 5만5000명의 임신부 중 5500명이 출산 예정이고, 그중 몇 명은 거리에서 출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깨끗한 물 부족과 인구 밀집으로 설사와 같은 전염병 확산 위험도 있다. "예방접종 프로그램이 46일 이상 멈춰있는 것을 보아 곧 홍역이 확산되는 것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바르구티 의사의 발언은 붕괴하고 있는 가자의 의료 시스템을 보여준다. 의료기기를 운용할 연료가 부족해 "신장 투석이 필요한 1200명" 중 다수가 이미 사망했거나 사망 예정이고, "암 환자를 위한 그 어떠한 치료 방법이 없어 다수가 이미 사망했거나 사망할 것"이다. 생존을 위한 유일한 길임에도 이스라엘은 환자들이 "가자지구를 벗어나 서안지구 혹은 예루살렘으로 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세 가지 전쟁 범죄

무스타파 바르구티 의사는 이스라엘이 대량 학살, 인종청소, 그리고 집단 처벌이라는 세 가지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량 학살에 대해서 그는 이스라엘에 의해 파괴된 건물 잔해 속에 갇힌 실종자를 포함하면 사망자는 약 1만9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그보다 두 배 많은 사람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고 말한다.

바르구티 의사는 이스라엘의 "첫 번째 목표가 가자시와 북부 가자의 인프라를 완전히 파괴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드는 것"이고, 이는 가자지구의 생존에 필수적인 지역인 "북부와 중부 가자에서의 완전한 인종청소"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끔찍한 징벌적 봉쇄로 집단 처벌이 이루어진다. 바르구티 의사는 인구의 80%가 인도적 지원에 의존해 살아가는 가자지구에 2만6000대의 자원 트럭이 들어왔어야 하는데 여태껏 단 1100대의 트럭의 구호 물품으로 살아남아야 했다고 설명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연료가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루파 마리아 의사는 병원조차 폭격당하는 상태에서 '병원 폭격을 멈추라'는 말조차 하지 못하는 미국의 의료기관들을 비판했다. 치료 활동을 하는 공간을 보호하기 위해 체결된 제네바 조약에 어긋나는 분명한 국제법 위반임에도 말이다.

산더미 같은 연대

현재 서안지구와 가자에 있거나 그곳에서 일을 해본 의료진들은 웨비나를 통해 목숨을 잃은 동료에 대해 말을 꺼냈다. 노르웨이의 매즈 길버트 의사는 웨비나 도중 병원 폭격으로 동료가 사망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의사의 말을 통해 다치고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고자 의료진이 매분 매초 목숨을 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자의 한 의사는 사전 녹음으로 참여해 연료 부족 때문에 배터리식 손전등을 들고 수술하는 현장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에 길버트 의사는 가자에서 수년간 일했던 경험을 회상하며 과거의 봉쇄에도 항상 뛰어난 역량, 침착함, 그리고 지략을 보여준 의료진에 대해 말했다. 자본주의 시스템 내에서 작동하는 의료계와는 달리 "팔레스타인 의료진은 어려움에 맞서 대의를 위해 똘똘 뭉친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궁극적으로 지금 당장 휴전이 필요하지만 그건 시작일 뿐이다. 길버트 의사가 말하듯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의 근본적인 원인은 팔레스타인이 점령당한 상황이다. 식민지적 아파르트헤이트 정책과 이스라엘을 전부 다뤄야 한다." 단순히 휴전만 요구하는 것은 문제의 근원은 직시하지 않은 채 "바닥에 흘린 피를 닦고, 상처만 꿰매는" 행동이다.

길버트 의사는 이를 위해서는 "가자지구 사람들의 고난에 대응하는 산더미 같은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산더미 같은 연대는 행동으로 구체화해야하며, "신속한 연대가 필요하다.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막을 수 있는 원인으로 목숨을 잃어가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국제전략센터 웹사이트(goisc.org)에 한글과 영문으로 게시되었습니다.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의료위기 #노콜드워 #국제전략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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