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엘리트 세력의 위기는 한국만이 아니다

정치컨설턴트 박시영 지음 <대한민국 정치 트렌트>를 읽고

등록 2023.12.14 12:17수정 2023.12.1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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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치의 트렌드[편집자말]
박시영은 여론전문가이자 정치컨설턴트입니다. 그의 새 책 <대한민국 정치 트렌드>는 다양한 뉴스 소스와 여론 정보의 파편들을 모아 대한민국이 처한 대단히 복잡하고 역동적인 정치 현실에 관한 '진실의 별자리(constellation)'를 독자들에게 제시합니다. 한마디로, 그의 작업은 사실과 정보의 파편들을 모아 진실의 별자리를 다듬어내는 것입니다.

박시영의 이러한 접근 방식은 1930년대 나치 시대 독일의 비판철학자인 발터 벤야민의 예술철학과 비슷합니다. 벤야민은 예술을 통해 당대의 역사적 국면에 관한 통찰, 즉 진실의 별자리를 보여주려고 시도했습니다. 


예술철학자이기도 한 벤야민은 현실의 파편들을 모아 진실의 별자리를 섬광처럼 보여주는 예술의 힘을 신뢰했습니다. 다시 말해, 기술시대에 새롭게 획득된 예술의 힘으로 혐오와 배제라는 단선적인 메시지로 여론을 조작하는 나치 정권의 담론에 맞서고자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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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대한민국 정치트렌드, 박시영(지은이) ⓒ W(더블유)

 
마찬가지로 여론전문가 박시영도 여론 분석의 힘을 강조합니다. 뉴스와 여론의 단편들을 모아 시대와 현실에 관한 통찰, 즉 진실의 별자리를 보여주려고 합니다. 윤석열 정권의 여론조작은 히틀러의 나치 정권과 대단히 유사합니다. 유대인 혐오는 여성 혐오, 노동조합 혐오, 전 정부 혐오, 중국 혐오로 치환됩니다. 정치적 상대방을 공산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윤 정권이 신봉하는 뉴라이트 이념은 나치즘처럼 극우라고 불립니다.

박시영의 작업은 그의 책 2부의 제목처럼 시대적 당위성이 있습니다. 디지털 혁명과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정보는 홍수처럼 넘쳐납니다. 하지만 더욱 복잡해진 현실의 전체를 파악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 다음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들이 가져온 탈진실의 시대와 극우 포퓰리즘의 부상으로 인해 상황은 더욱 악화됩니다.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이러한 정치 트렌드를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가 됩니다. 이는 마치 1930년대 히틀러의 집권을 연상시킵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대공황으로 인해 경제가 파탄 나면서 민심이 불안해졌고, 이를 틈타 나치즘과 파시즘과 같은 전체주의 극우 이념이 유럽을 장악했습니다.

세계는 지금, 극도의 경제적 양극화와 신빈민층의 양산으로 인한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극우 포퓰리즘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현상으로 시작된 극우 포퓰리즘은 영국의 브렉시트와 브라질의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를 거쳤습니다.

대한민국의 윤석열 정권은 이러한 세계 정치의 극우화 물결을 타고 있습니다. 극우 포퓰리즘은 가짜뉴스를 남발하고 뻔뻔한 거짓말을 늘어놓습니다. 또한 혐오의 언어로 치장하고, 대결과 전쟁의 언어로 무장하면서 배제의 권력을 폭력적으로 행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신뢰를 잃어가면서 미중 갈등과 같은 보호 무역주의가 세계를 뒤덮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소련의 붕괴 이후 세계 경찰로 행세하던 미국의 국력이 약화되어 전쟁과 대결이 만연해지고 있습니다. 이 혼란 속에서 기존 질서는 흔들리고 있지만 아직 새로운 질서는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국제 정치의 혼돈 속에서 윤석열 정권은 폭주 기관차에 가까운 행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지난 1년 반 동안의 대한민국의 정치 현실을 '시일야방성대곡'이라는 상실의 아픔 속에서 제시합니다. 책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경제가 파탄 직전이고 외교는 균형을 상실한 채 폭망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과의 대결 구도는 전쟁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친일 일색의 행각은 국민의 자존감을 짓밟고 국민의 건강을 핵오염수의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무능과 무책임으로 인해 민생은 처참하고 국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더욱이 친원전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미래의 성장동력인 친환경 신에너지 분야를 억누르고, 긴축재정이라는 이름으로 연구개발비를 극도로 줄여 미래를 암울하게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혐오의 감정을 유발하고 강압적인 배제의 역학으로 사회 전반에 대결이 만연화되는 실정입니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가 절단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정치컨설턴트이기도 한 박시영은 상실감에 그치지 않고 시대당위성을 제시합니다. 이 시대당위성을 토대로 우리 정치의 미래와 2024 총선 전망을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박시영이 주목한 지점은 '중도층의 진보화' 현상입니다. 또한 여야를 막론하고 기존 여의도 엘리트 정치를 위협하는 개딸과 이대남 현상에도 주목합니다. 특히 686세대가 되어가는 586세대라는 정치 엘리트와 그들의 지지기반이던 도덕성이 그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고 진단합니다. 정치 엘리트 세력의 위기는 비단 대한민국으로 한정되지 않습니다. 

사실, 전 세계에 극우 포퓰리즘만 등장한 것이 아닙니다. 미국 청년 세대의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과 중동의 민주화 운동인 자스민 혁명과 홍콩의 민주화 운동인 우산혁명, 그리고 대한민국의 촛불혁명 등 디지털 기술을 저항과 혁명에 사용하는 다중의 직접 민주주의 흐름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다중 민주주의는 기존의 엘리트주의 기반을 둔 대의제의 한계에 대한 일종의 비판적 물결입니다. 대한민국의 중도층의 진보화나 개딸 현상은 모두 촛불시민정신의 계승이며 다중 민주주의의 발현이라고 정치철학적으로 해석됩니다. 

이 흐름에 저항하는 구 세대의 엘리트 정치인들은 이른바 '수박'이나 '낙동강 하류 인생'이라 불리며 자신의 지지자와 싸우며 스스로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하는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는 시대당위성에 역행하기 때문입니다. 박시영은 극우 포퓰리즘의 무도한 정권에 맞서려면 초불시민의 정신을 받드는 정치인들과 그 세력이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당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결론적으로, 민주진보블럭이 촛불시민정신을 받들어 중도층의 진보화를 디딤돌로 삼아 윤석열 탄핵으로 뭉쳐 유능한 민생개혁정책을 제시하면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개딸로 상징되는 촛불시민정신과 단체장이라는 유능한 일꾼이 2024 총선의 핵심 키워드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박시영이 공들인 '진실의 별자리'를 더 잘 조망하려면 세계 전체의 진실의 별자리도 함께 봐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정치 트렌드와 세계 정치의 트렌드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박시영 #정치트렌드 #진실의별자리 #발터벤야민 #다중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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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연구자로서 정치존재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장자와 푸코를, 지젝과 원효, 바디우와 나가르주나, 헤겔과 의상 등 동서양 정치존재론의 트랜스크리틱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전에 상지대학교 교양대학에서 인문학과 철학을 강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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