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는 어린이다운 순수함이 매력이다.

로알드 달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

검토 완료

우연주(charm10)등록 2024.01.11 11:26
마틸다로 유명한 로알드 달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 어린이를 위한 이 동화는 권선징악의 주제를 뚜렷이 담고 있다. 욕심쟁이에 충동적이고 폭력적이기까지 한 어린이들이 황금빛 초대장을 손에 얻고 웡카의 초콜릿 공장으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는 꽤 많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초콜릿 강에서 초콜릿을 한 움큼씩 떠서 들이키다가 강에 빠져 파이프에 빨려 들어간 아우구스투스, 식사대용 마법의 껌을 욕심 내다 풍선껌처럼 변해버린 바이올렛, 호두까기 다람쥐를 탐내다 쓰레기 처리장에 빠진 버루카, 텔레비전에 빠져 살다 결국 텔레비전으로 전송되어 몸이 작아진 마이크까지. 어떻게 보면 끔찍하고 잔인한 장면이 떠올려지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런 자극적이고 기발한 상상력 속에서 교훈적인 내용이 화려한 판타지와 통쾌함으로 포장되어 교훈적이다라는 것을 깜빡 잊게 만들고 만다. 오히려 이야기가 너무 재밌어서 동화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이 놀라운 이야기의 매력이 전 세계적으로 1300만 부가 판매된 기록을 세우는 힘이 되었다.

차례차례 모험에서 탈락한 아우구스투스, 바이올렛, 버루카, 마이크와 달리 끝까지 살아남은 어린이도 있었다. 바로 동화의 제목에 등장하는 '찰리'. 찰리는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마음만은 올곧고 따뜻한 아이였다. 그는 앞선 어린이들과 다르게 욕심이 많지도, 충동적이지도 폭력적이지도 않은, 순수한 기쁨을 누릴 줄 아는 가족을 사랑하는 아이였다. 초콜릿 공장의 주인인 웡카는 이에 감동하여 판잡짓 소년 찰리를 후계자로 지정하여 순순히 자신이 공장을 물려주고자 한다.

그런데 이 동화를 원작으로 한 팀 버튼 감독, 조니 뎁 주연의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는 원작 스토리를 한 번 더 비튼다. 바로 웡카가 초콜릿에 대한 아픈 추억이 있다는 것, 그것은 바로 충치를 지독하게 걱정하는 치과의사 아버지로 인해 초콜릿과 사탕을 충분히 맛보지 못한 채 어린 시절을 지났고,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으로 설정한다. 가족애가 남다른 찰리와는 비교되는 부분이고 바로 이러한 점이 찰리가 웡카를 돕는 계기가 된다. 웡카가 찰리에게 초콜릿 공장을 물려주려고 하는 것은 원작 스토리와 같지만,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웡카는 초콜릿 공장을 물려받는 대신 가족은 함께 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이에 찰리는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다면 공장을 인수하기 않겠다고 단호하게 거절하고 웡카는 큰 충격을 받는다. 그토록 가족을 소중히 여긴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찰리의 도움을 받아 웡카와 웡카의 아버지는 화해하고 찰리는 가족과 함께하는 조건으로 초콜릿 공장을 물려받게 된다.

원작 스토리는 원작 나름대로 1964년작 다운 정겨움이 묻어나서 좋았고, 영화는 머릿속 상상력과 판타지를 호화로운 영상으로 구현해서 보는 재미를 더했다. 흔히 영화는 원작 스토리보다 재미가 떨어진다는 편견이 있는데 이 영화는 그 편견을 완벽히 깨부수었다. 미처 머릿속으로 상상하기 힘들었던 부분까지 거대하고 화려한 초콜릿 공장과 금방이라도 달콤함에 빠져버릴 것 같은 초콜릿의 향연으로 완벽히 실사화한다.

교훈적인 이야기지만 교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이 역동감 넘치는 이야기에서 결국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건 가족만큼 소중한 건 없다는 것과 어린이다운 순수한 마음을 잊지 말자이다. 정직하고 바르게 순수한 기쁨을 누리고 살다 보면 언젠가 더 큰 보답이 돌아올 것이라는 것이 로알드 달이 어린이 독자들에게 주고 싶었던 메시지이다. 달콤한 이야기에 흠뻑 젖어보고 싶다면, 찰리와 윌리 웡카가 안내하는 초콜릿 공장으로 모험을 떠나보자. 책과 영화 모두 순수한 기쁨이란 무엇인지를 완벽하게 선사해 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브런치 https://brunch.co.kr/@lizzie0220/669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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