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는 왜 5년마다 새로운 왕을 뽑을까?

말레이시아 신임국왕 선임을 통해 본 독특한 국왕선출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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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욱(me2u)등록 2024.02.03 13:59
지난 1월 31일(수) 말레이시아 조호주의 술탄 이브라힘은 왕궁인 이스타나 네가라(Istana Negara)에서 전통에 따라 말레이시아의 17대 국왕인 아공으로 취임했습니다.
또 이 날 페락주의 술탄 나즈린 샤(Sultan Nazrin Shah)는 부왕(副王)으로 함께 취임 선서를 했습니다.
이에 따라 조호주의 술탄 이브라힘은 제17대 양 디 페르투안 아공(Yang di-Pertuan Agong)과 술탄 나즈린(Sultan Nazrin)의 부왕직을 맡는 포고령에 서명했습니다.
(사진 1)
 
이로서 술탄 이브라힘은 1월 30일 화요일 임기기 만료된 제16대 양 디 페르투안 아공(Yang di-Pertuan Agong)의 임무를 이어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튿날인 2월 1일 양 디 페르투안 아공은 쿠알라 룸푸르의 이스타나 네가라 왕궁에서 다툭 스리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를 알현하는 것으로 말레이시아의 17대 국왕으로서의 첫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사진 2)
 
여기까지 읽으신분들은 아마 이런 의문을 가지게 될 것 같습니다.

1. 왕은 평생세습이 되는 자리인데, 5년임기란 어떤 의미인가?
2. 왕이 될 후보는 누구인가?

이런 문제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일 것 같습니다.

전 세계 유일한 말레이시아 국왕의 선임방식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말레이시아는 9개의 주가 모여 말레이연방이 된 나라인데, 각 주의 통치자를 술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세습이 되는 각 9개주의 술탄은 5년 임기의  국왕에 오를 자격이 있습니다.

참고로 술탄은 이슬람 초기의 지도자 무함마드가 갑자기 늘어난 영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자신을 대신하여 지역을 관리하는 책임자를 임명했는데, 그 책임자가 술탄입니다.
즉 술탄은 종교지도자입니다.
말레이시아는 모두 13개의 주가 있습니다만 현재 술탄이 통치하는 곳은 9개 주이고 나머지 주는 국왕이 임명한 총독이 술탄대행을 하고 있지만 총독에게는 왕이 될 자격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말레이시아는 9개의 술탄이 통치하는 주와 왕이 임명한 총독이 통치하는 4개의 주가 있습니다만 총독은 왕이 될 자격이 없습니다.
반면 9개의 주를 통치하는 술탄은 순서에 의해 연방의 왕인 5년 임기의  아공을 역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왕을 두 번 역임 할 수도 있는가?

이렇게 하다보면 아공을 2번 역임 할 수도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는데, 실제 왕을 2번 역임한 사례가 있습니다.

투안쿠 압둘 할림 무아드잠 샤(Tuanku Abdul Halim Mu'adzam Shah)는 말레이시아 반도 북서쪽에 위치한 끄타(Kedah)의 주왕이었는데, 42세였던 1970년 제 5대 아공에 올라 첫 번째 임기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약 40년 후인 2011년 84세가 되던 해에 15대 아공으로 취임했습니다.
이처럼 한 명의 술탄(Sultan: 州王)이 두 번 국왕(Yang di-Pertuan Agong)에 오른 것은 
말레이시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사진3)

왕의 역할은 무엇일까?

그러면 5년마다 아공을 순환하며 역임하는 말레이시아의 국왕의 역할은 무엇일까?
아니면 명목상의 왕일까?

말레이시아 문화부 장관이 설명하는 말레이시아 국왕의 역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앞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말레이시아 지도자회의는 9명의 주왕 중에서 1인을 국왕으로 선출하는데, 그 임기는 5년이고, 선임된 국왕은 국회와 내각의 권고에 따라 총리, 대법원 및 고등법원 판사, 군총사령관을 임명하는 등 행정권을 행사하게 됩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연방헌법은 연방 최고대표자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여기서 '국왕'은 말레이시아의 최고 통수권자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도가 생긴 역사적 배경

그러면 어떤 이유로 이런 세계적으로 독특한 국왕 선출제도가 생긴 것일까?
 
국왕의 선출제도는 말라야 연방헌법의 입안자인 레이드 경 위원회(Lord Reid Commission)의 권고를 따른 것으로서, 말레이시아가 독립을 하고 1957년 말라야 연방의 헌법이 정해진 이후에 공표되었습니다.

연방 최고 대표자에 대한 선출방식을 처음으로 제안한 곳은 레이드 위원회(Lord Reid Commission)였습니다.
위원회는 아홉 지역의 수장이 번갈아 가면서 지도자인 '양 디-페르투안 버사르'에 오르는 느그리 섬빌란 주의 제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다만 느그리 슴빌란 주에서는 '지도자' 자리인 '운당 양 음팟(Undang Yang Empat)'을 관습과 전통에 따라 정치인과 다양한 단체의 의견을 고려하여 뽑고 그 명칭을 '양 디-페르투안 버사르'라는 했지만, 레이드 위원회에서는 혼란을 없애기 위해 명칭을 '양 디-페르투안 아공'으로 바꾸었습니다.

이런 방식을 선택한 것은 9명의 주왕이 건재한 연방국가를 갈등없이 효율적으로 통치하기 위한 방안을 고려하여 선택한 방법으로 보입니다.

국왕의 통치이념

말레이시아는 입헌군주제의 개념을 바탕으로 통치합니다.
국왕은 연방 헌법에 따라 내각 또는 내각의 대표자인 총리의 권고를 듣고 하원(Dewan Rakyat), 상원(Dewan Negara)의 모든 청원에 최종서명을 합니다.

그리고, 국왕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와 관련된 여러 가지 복잡한 업무를 조정할 책임과 의무사항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왕은 총리와 부총리 및 모든 법원을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고, 외국에서 임무를 수행할 대사와 고등판무관도 임명합니다.
또한 국왕은 말레이시아 군대의 최고 통수권자로써, 국가의 위기사항을 선언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말레이시아의 통치방식을 보면 어렵게 독립을 쟁취하고 목표인 국가수립을 한 후 내부 지도자의 권력갈등으로 혼란을 겪는 여러 나라에서 참고할 만한 제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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