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남산'이 있다면 대구엔 '앞산'이 있다

[책이 나왔습니다] '대구 앞산의 역사문화자연유산 답사여행'을 펴내며

등록 2024.02.22 15:41수정 2024.02.2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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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앞산 역사문화자연유산 답사여행 ⓒ 정만진


산림청에 4,440개 산이 등록되어 있습니다. 그 중 31개 산 이름이 '남산'입니다. 남산은 우리말로 '앞산'입니다. 우리나라 집들이 남향인 까닭에 앞산이 남산으로 한자화한 것입니다.

그래서 조선의 수도 한양 궁궐에서 볼 때 앞에 있는 산에 남산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대구는 261년(신라 첨해왕 15) 지금의 달성공원에 달벌성을 쌓은 이래 그곳을 기준으로 남쪽에 있는 아미산 일대를 남산이라 불러 왔습니다.


서울에는 있지만 대구에는 없는 남산

서울 남산은 현재도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대구는 도시 확장 과정에서 아미산 일대(동부교육청과 계명대학 사이)가 주택가로 변하면서 남산은 형체도 이름도 실종되어 버렸습니다. 대구 시민들에게 '남산'은 없어지고 '남산동'만 남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 후 주택과 상가가 없던 대명동 일원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살게 되자 대덕산을 '앞산'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대덕산은 현대판 대구 남산이지만 지명유래에 바탕을 둔 '남산동'이 있어 남산으로 불릴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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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열 화석(왼쪽부터), 공룡 공원, 연흔 화석 ⓒ 정만진


요악하면 대구 앞산은 이름처럼 대구의 남쪽이 아니라, 서울 남산과 마찬가지로 시내 복판에 있습니다. 따라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도보로 입산할 수 있어 지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시민들과 매우 가까운 산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가깝고 익숙한 대상보다 멀고 낯선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언제든지 입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산도 약간의 홀대를 받아 왔습니다. 세계적으로 대도시 중 유일하게 공룡발자국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앞산은 대구 시민들에게조차 제대로 우러름을 받지 못했던 것입니다.

빙하기 때 대구 일원이 거대한 호수였다는 사실을 증언하는 연흔과 건열 화석까지 희귀한 자연유산으로 고산골에 남아 있지만, 그 역시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927년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과 전투를 벌이다가 대패한 후 구사일생으로 도망쳐 와서 숨어 지냈던 왕굴이 역사유산으로 정상부에 남아 있지만, 그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빙하기 유적도 있고, 독립운동 유적도 있고

그뿐이 아닙니다. 안지랑골에는 1910년대 무장독립운동을 이끈 대표 단체 광복회 결성의 초석을 놓은 조선국권회복단 창립지 안일암이 있고, 달비골에는 조선국권회복단 결성을 위해 지사들이 회합을 가졌던 첨운재도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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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건이 견훤 군대의 추적을 피해 숨어 있었던 대구 앞산 왕굴 ⓒ 정만진


신라 고찰 고산사에 대구시 문화재자료로 지정받은 삼층석탑이 있고, 독립운동가 이시영·송두환·임용상 지사를 기려 건립된 기념탑과 흉상도 있습니다. '개화'의 이호우 시조시인과 1945년 10월 독립 이후 국내 최초로 결성된 문학동인회 '죽순'을 이끌었던 이윤수 시인을 기념하는 시비도 있습니다.

고산골에서 달비골까지 약 12km에 걸쳐 조성된 '앞산 자락길'이 있어 험준한 등산은 어렵고 산책 수준의 오솔길 걷기를 희망하는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기도 합니다. 큰골의 낙동강 승전 기념관과 무당골의 일몰 전망대도 방문해볼 만한 내용을 갖추고 있습니다.

앞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커졌으면

앞산은 대구 시내에 위치하는 관계로 유치원과 초등학생들의 단체 방문이 많은 곳입니다. 자녀와 학생들에게 앞산을 충분히 해설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체계적 안내서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대구 앞산 역사문화자연유산 답사여행'을 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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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국권회복단 창립지 안일사 ⓒ 정만진

 
가장 동쪽에 있는 골짜기 '고산골'부터 시작해 '큰골', '안지랑골', '달비골' 순서로 그 곳에 있는 자연유산과 역사문화유산들을 해설했습니다. 그리고 동쪽, 북쪽, 서쪽, 남쪽 산비탈을 차근차근 걷는 '앞산자락길'을 따라 가며 소개했습니다.

또 왕건과 관계되는 은적사, 안일암, 임휴사도 그렇지만 고산골만 해도 11곳이나 되는 사찰이 산재하는 현실을 고려해 '탑의 역사, 대구의 탑들'과 '부처와 불상의 종류'를 별도 꼭지로 배치했습니다. 아무쪼록 이 책이 '대구 앞산'의 가치를 높이는 데 이바지할 수 있기를, 저자로서 감히 기대하는 바입니다.
덧붙이는 글 <대구 앞산 역사문화자연유산 답사여행>, 저자 정만진, 출판사 국토, 2024년 2월 22일 발간, 200쪽, 1만7천 원.
오는 24일 오후 3시에 앞산 고산골에서 출간 기념회를 엽니다. 이 책을 펴내기 위해 오랫동안 앞산을 함께 답사해온 현진건학교 회원들 등 여러 분들께서 모일 것입니다. 회원이 아닌 분도 환영합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34864622

대구 앞산 역사문화자연유산 답사여행

정만진 (지은이),
국토, 2024


#공룡발자국 #왕건 #조선국권회복단 #안일암 #현진건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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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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