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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시정질의 중 공개청혼' 사건이 문제적인 이유

[주장] 일각에선 '파격' '신선'이라고 하지만, 계획적인 직업윤리 위반

등록 2024.03.19 11:24수정 2024.03.1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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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질의 중 이루어진 공개청혼

지난 11일 광양시의회 제325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는 시의원들이 시청 공무원들에게 질문하고 정책제안도 하는 시정질의가 진행되었다. 회의의 마지막 질의자였던 박철수 의원은 준비한 질문을 마친 후 단상에서 한 공무원을 향해 공개청혼을 했다. 이 사건은 많은 언론에서 다루어졌으며 SNS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회의를 기록한 영상에서 공개청혼 부분은 편집되었지만 박철수 의원이 발언을 모두 마친 직후 참석자들이 박수와 환호를 하는 부분은 남아있다(2:53:10경부터 마무리 발언을 시작).

공개청혼이라는 행위는 여전히 어떤 사람들에게는 멋진 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2024년 한국사회에는 '공적인 업무시간에 이루어진 공개청혼'을 매우 우스꽝스러운 일, 더 나아가 반인권적인 행위라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기에 지방의회 회의 도중 발생한 공개청혼 사건은 다소 부적절한 일을 넘어 관점에 따라선 수치스러운 일이다.

나는 지방자치가 중앙정치보다 더 고등한 효율과 품격을 보여주며 시대를 선도해나가지는 못할망정 전국적인 조롱거리가 되고 이러한 조롱을 쉽게 반박할 수 없다는 점이 매우 유감스럽다. 그래서 이 기고문을 통해 박철수 의원의 행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광양시의회 차원의 조치를 요구하는 것으로 실추된 지방자치의 명예를 조금이나마 회복해보려 한다.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

전남CBS에서는 박철수 의원을 직접 인터뷰 했는데, 이 인터뷰는 이번 사건을 다루는 언론들의 관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인터뷰는 정치인의 과실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질문보다 개인적인 관계에 대한 질문이 더 많았다. 


광양지역의 시민단체인 광양참여연대에서 광양시의회 차원의 조치를 요구하는 비판성명을 발표했지만 이에 대한 보도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리하자면 지방의회에서 문제적인 일이 일어났지만 그에 대해 그 지역의 시민사회와 언론이 제대로 반응하지도 않은 것처럼 그렇게 사회적 인식이 형성되어 버렸다.

지방자치에서 해마다 반복되는 수많은 부정부패에 비하면 이 사건이 그 자체로서 그렇게 중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 화제성과 언론보도의 잘못된 관점으로 인해 점점 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 되고 있다. 이 사건을 가볍게 넘길수록 지방의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사람들로 남을 것이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권력을 위임받은 대표자가 고의적으로 공적자원을 사적인 용도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공공재정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만큼 중대한 잘못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본회의에 참석한 지방의원들과 배석한 집행부 공무원들의 시간이 한 지방의원의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분명한 문제이다.

일각에서는 신선함 또는 파격일 뿐이라며 변론하는 입장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정치인이 휴일에 취미활동을 즐기는 소탈함 또는 자신의 입장을 효과적으로 전파하기 위해 특이한 의상을 착용하고 공식회의에 참석하는 파격과 전혀 다른 사안이다. 이것은 계획적인 직업윤리 위반이다.

지방자치의 가치에 동의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이라면 마땅히 이 문제에 대해 비판해야 하며 지방언론들도 이에 대한 지적에 나서야 마땅하다. 

지방자치의 명예를 위해 해야할 일

전남CBS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광양시의회 의장은 그날 사건 직후 박철수 의원에게 주의를 주었다고 한다. 사건 자체의 규모를 본다면 그 정도로 충분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전국적인 화제가 되었고 그만큼 지방자치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켰다. 사건의 파장을 고려했을 때 그보다는 더 중대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광양시의회 의장은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광양시와 광양시의회의 공적자원이 사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제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해야 하며 다른 광양시의원들 또한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수록 지방자치는 이런 일이 일어나도 그냥 넘어가는 그런 것이 되어버린다.

우리의 지방자치는 그렇게 우습고 한심한 것으로 남아선 안된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광주광역시의 시민단체 참여자치21에서 예산감시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광양 #광양시의회 #지방의회 #지방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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