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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4.10 총선1332화

"학생들은 수업가고 장년층만..." 한동훈 첫날 신촌 유세 점수는요

[현장-서울 서대문갑] 첫 집중유세로 젊은층 겨냥했지만... 네거티브 발언에 반응은 뜨뜻미지근

등록 2024.03.28 14:48수정 2024.03.2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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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 집중유세에 참석해 이용호 서대문갑 후보와 함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유성호

 
"첫날 신촌에 온 건 잘한 선택이지만, 발언을 들으니 완전 네거티브 전략이었다. 중장년층 마음을 잡는 데는 좋겠지만 20대에게는 글쎄..." - 신촌 거주 대학원 준비생 이아무개(26, 여)씨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10 총선 공식선거운동 첫날, 첫 집중유세 현장으로 신촌을 택했다. 하지만 현장에 만난 청년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이날 유세 전후로 만난 청년들 대부분은 기자의 입에서 "선거"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정치 이슈에 크게 관심이 없다"며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일부는 한 위원장의 신촌 방문을 두고 "청년을 생각하는 것 같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지만 유세 내용과 시간대에 낙제점을 줬다. 

'젊음의 거리' 무색... 중장년층 환호
 

한동훈 “범죄자 세력이 선량한 시민 지배하는 것 막아야”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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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유플렉스 앞 집중유세에서 이용호 서대문갑 후보와 함께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자, 지지자들이 응원하며 연호하고 있다. ⓒ 유성호

 
인근에 여러 대학이 있는 신촌은 청년층의 표심을 대변하는 장소로, 이곳을 포함한 서울 서대문갑에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네 차례(17·19·20·21대) 당선됐다. 우 의원이 이번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이 지역구를 '청년전략특구'로 지정했고 이른바 '대장동 변호사'로 불리는 김동아 후보가 경선을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서울 서대문갑에 이용호 후보를 공천했고, 한 위원장은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28일 이곳을 첫 집중유세 현장으로 택했다. 한 위원장 유세를 두 시간 가량 앞둔 이날 오전 9시 찾은 신촌 젊음의 거리에 이 후보의 얼굴이 그려진 선거 차량이 등교 중이던 대학생들 옆에 멈춰섰다. 

아침 일찍부터 지원을 나온 국민의힘 소속 문성호 서울시의원은 학생들을 향해 "안녕하십니까.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라며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가랑비 사이를 걷던 학생들은 수업 시간이 임박한 듯 좀처럼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문 의원은 '오전 인사를 하는 동안 청년들의 반응이 어땠냐'는 기자의 질문에 "반반이다. 저희(국민의힘을 향한 지지)가 압도적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도 "그래도 고개 숙여 인사를 드리니 인사를 받아주는 청년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오전 10시 40분이 되자 한 위원장과 이 후보가 현장에 나타났다. 두 사람은 선거 차량에 올라 시민들을 향해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유세 장소가 '젊음의 거리'였음에도 주변에서 청년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유세 트럭 인근엔 주로 중장년층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마저도 곳곳에 빈 공간이 많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멀리서 유세 현장을 지켜보는 시민들에게 다가가 "(유세 현장에) 사람이 없어 보여서... 안쪽으로 들어가서 보셔요"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청년들 "발언 아쉽다" "저녁에 오지"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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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에 위치한 연세대 소속 학생들이 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28일 오전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진행된 이용호 국민의힘 후보(서울 서대문갑)의 유세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 박수림

 
드물게 만날 수 있었던 청년들은 '발언 내용과 유세 시간대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멀리서 유세 현장을 지켜보던 이아무개(26, 여성)씨는 "국민의힘이 올드한 느낌이라 여러 대학이 몰려있는 신촌에 방문한 건 잘한 선택이라고 보지만, 오늘 한 위원장 발언 내용은 완전 네거티브 전략"이라며 "이재명·조국 대표가 결함이 있긴 한데 그렇다고 '범죄자', '적폐' 등의 발언을 계속 이어가는 건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프레임 정치에 익숙한 중장년층의 마음을 잡는 데는 좋겠지만 정치 선호가 뚜렷하지 않은 20대에게는 글쎄"라며 "그래서 유세 현장에 장년이 많은 거 아닐까"라고 말했다.

연세대 경영대학 2학년 박아무개(20·남성)씨는 "한 위원장이 공식 선거운동 첫날 다른 지역이 아닌 신촌에 온다고 하니까 청년으로서 존중받는 것 같다"면서도 "한 위원장의 방문 시간대가 아쉽다. 친구들한테 함께 보러 가자고 하니까 수업 때문에 못 간다며 아쉬워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대학생들의 수업이 끝나는 저녁 시간에 방문했으면 청년들이 더 많이 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청년도 다수였다.

연세대 공과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아무개(23·남성)씨는 "지지하는 정당이 없고 정치에 관심이 없다"며 "친구들과도 정치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최근에 뉴스를 보지 않아서 한 위원장에 대한 이미지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국민의힘은 얼마 전까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이 지배하는 느낌이 들어서 별로였다"고 평가했다.

또 "대통령의 바이든-날리면 발언 등을 보면 (정치를) 못 한다고 생각해 여당에 힘을 보태주기가 싫다"며 "더불어민주당도 이재명 대표의 과거 범죄 이력에 비호감을 느껴 지지하기 싫다. 지난 대선 때 양당 후보가 다 싫어서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연세대 졸업생 김아무개(27·남성)씨는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어떤 정치인이 우리를 대변할 것인지가 중요한데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인물에 대한 정보를 알기가 어렵다"며 "두 정당 모두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연세대 대학원생 최아무개(30·여성)씨는 "윤 대통령이 (정치를) 잘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지만 최근 대통령의 행동, 발언, 대처, 정책 등 여러 면에서 잘 못하는 것 같다"며 "(지도자로서)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전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유세에서 "정치를 개 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지 정치 자체는 죄가 없다. 저는 그렇기 때문에 정치하러 나왔다"라며 "여러분을 위해, 공공선을 위해 몸을 바칠 것"이라고 했다. 또, "범죄자들이 여러분을 지배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이·조(이재명·조국 후보) 심판이 민생"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한동훈 “정치 개같이 하는 사람이 문제지 정치는 문제없어” ⓒ 유성호

 



 
#한동훈 #신촌 #이용 #공식선거운동 #서대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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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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