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바라보는 여러 시선, "바꿀 수 없는 가족... 유기 말아야"

일부 유기묘 두고 갈등도 "무한 책임 져야, 막무가내 도움 불편하기도"

등록 2024.04.18 15:49수정 2024.04.1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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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천만 시대라고 한다. 1인 가구가 꾸준히 늘어 거리 곳곳에서 반려견과 함께 산책 나온 이웃을 만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게 됐다. '나만 없다'란 말이 나올 만큼 반려묘에 대한 사랑은 끊이질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회적거리두기는 반려동물과 거리를 더 가까이했다. 하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이들이 말하는 '반려동물'에 대한 입장을 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시민과 3자 차원에서 지켜보는 이들을 만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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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흥구 한 시민이 반려동물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 용인시민신문


"나에게 해피는 손주며 친구"

올해 76세인 박종덕 할머니가 해피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한 것은 3년 남짓이다. 용인에 올라온 지 10년 동안 홀로 지내다 해피를 입양한 것이다.

충남 서천이 고향 집 마당에서 개를 키워 본 경험이 있지만, '반려'를 이유를 실내에서 함께 생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물을 싫어하지 않은 성격상 언젠가는 반려견을 입양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다. 이번에 해피 입양도 특별한 계기가 없었다.

"(용인이) 도시라 조금 걱정했는데 주변에 알아보니 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3년 전쯤에 동네 지인께서 개를 키우겠냐고 묻기에, 그때부터 키우기 시작했어요. 할아버지(남편)도 특별히 반대하지 않아서 지금까지 큰 어려움 없이 지내고 있어요."

박종덕 할머니에게 지난 3년은 생각지 못할 정도로 빨리 지나갔다. 코로나19 사회적거리 두기로 외부 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당시 해피는 그야말로 둘 도 없는 친구였다.

"당시에는 경로당은 물론 동네 사람도 제대로 만나지 못했어요. 집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인데 해피가 있어 덜 심심했어요. 한창 재롱부리는 손주 같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해피란 반려견 이름은 박 할머니가 직접 지은 이름이다. 30년 전 마당에서 키웠던 개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그만큼 애초 반려견 입양에 큰 기대는 없었다. '적적하니', '심심하니', '그냥' 강아지를 좋아하니' 정도 감정이었지만 이제는 확연히 달라졌다.

"30년 전 마당에서 키웠을 때와는 정말 다른 감정이에요. 그때 그냥 동물 '개' 이 정도였는데, 해피는 없으면 상당히 섭섭할 것 같아요. 주변에서 개를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을 뭐라고 하는데, 별로 신경 안 써요. 그냥 내 새끼 같은 가족 같고 그래요. 애들이 전부 가정 꾸려 외지 다 살고 있으니 1년에 몇 번 만나질 못해요. 마음이야 어찌 됐든 가까이 있지 못하니 늘 생각만 합니다. 말동무나 밖으로 외출할 때도 같이 사는 해피가 같이하니 마음이 가죠."

우리를 떠난 별이, 이제는 하늘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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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씨와 함께 생활했던 별이. ⓒ 용인시민신문


기흥구에 살고 있는 김은경(26)씨는 지난 1년이 너무 길었다. 10년 넘도록 함께 하던 별이가 하늘나라로 갔기 때문이다. 표현 그대로 하늘에 별이 된 것이다.

별의와 인연은 은경씨 두 살 터울 언니 도발에서다. 중학교 때부터 입양을 간절히 바랐지만, 그의 아버지 반대로 현실화하지 못했다.

"한날은 고등학생인 언니가 집에 오는 길에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온 거에요. 언니 친구에게 받아 왔다는 건데, 그날 아빠 퇴근을 기다리면서 얼마나 불안하고 걱정했는지 지금도 생각나요."

'약속'을 지키는 것을 '약속'하고 별이와의 공동생활이 시작됐다. 제일 큰 약속은 '학교생활에 지장 받지 말 것'이었다. 자매는 며칠을 고민한 끝에 이름도 지었다. 공부방으로 들어오는 것을 금지하고, '엄마'가 최우선 보호자 역할을 맡았다.

학업에 최대한 영향을 받지 않겠다는 가족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였다. 별이와 제대로 소통하기 시작한 건 그리고 1년 뒤였다. 시간 날 때마다 '먹이'로 훈련한 개인 기술만 무려 10개에 이른다.

동물을 좋아하는 은경씨가 이전에 하나둘 집에서 몰래 키웠던 다른 동물과는 차원이 다를 만큼 정이 들었다. 집을 떠나 대학 입학 이후 고민이 생겼다. 지방까지 오가며 별이와 지낼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다시 '엄마'에게 도움의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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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흥구 보라동 주민 정인문(81)씨가 4년전 가족이 된 반려견 순심이와 산책중이다.(사진 왼쪽), 김지은씨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새롬이 ⓒ 용인시민신문


"자취를 해 별이와 같이 나가 살까도 생각했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너무 많았어요. 직장 생활 전까지 두 시간 걸리는 거리를 거의 한 달에 서너 번 집에 왔어요."

별이에게 이상이 생긴 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경이다. 동물병원에서는 수술해도 몇 달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수술했지만 결국 지난해 마지막 이별해야 했다.

동물과 한집 사는 것을 극구 반대해 온 아버지는 물론, 가족 모두 '펑펑' 울었다. 강원도 어느 동물 화장터에서 끝인사를 마친 은경씨 가족은 더 이상 동물 입양은 물론, 주변에서 보이는 반려견만 봐도 울컥한단다. 1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 말이다.

"많이 보고 싶죠. 정이 너무 많이 들어 다른 반려견은 생각도 못 할 정도예요. 중학교 고등학교를 넘어 직장인이 될 때까지 함께 자랐으니 가족이고, 친구고, 유일한 동물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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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시민신문


동물은 죄가 없다

기흥역 인근에 조성된 신갈천 산책로. 30분만 지켜봐도 반려견과 산책 나온 시민을 3~4명을 그 뒤를 이어 묵묵히 걷는 50대 남성은 일상의 풍경이 된 반려견과 함께 산책 나온 이웃에게 특별한 감정은 없다.

하지만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거침없다. 책임 지지 못할 일은 시작도 말라는 것이다.

이규성씨는 "사람이나 반려동물이나 같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특별히 불편한 것도 없고 고정관념도 없다. 그렇다고 다 예뻐 보이는 것은 아니다. 특히 너무 무책임하게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정말 반성해야 한다. 산책길에 동물 변이 담긴 비닐봉지를 자주 본다. 유기하는 사람도 있고, 사람이나 다른 동물에게 피해를 주는 상황이 없도록 무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녁 시간 기흥구 동백호수공원에도 반려견과 함께 산책 나온 사람이 여럿 보인다. 때마침 만난 김지은씨는 2년 전 유기견이던 '새롬이'를 입양했다.

"주눅이 든 아이(새롬이)를 그냥 모른 척하기 힘들어 입양했어요. 정말 동물을 키울 생각은 없었어요. 일상에 변하지 않은 것이 없어요. 혼자 생활하는데 솔직히 힘들어요. 새롬이처럼 유기동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정말 좋겠어요."

밤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구갈동 한 다세대 주택가. 차량이 오가는 골목을 오가는 길고양이가 한두마리 보였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주변에 유기묘를 둔 갈등이 있다는 제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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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시민신문


주택가 인근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한 시민이 길고양이 먹이를 주다 보니 개체수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를 만난 한 주민은 "확인된 것만 3~4마리 정도 된다. 일상에 소소한 피해를 제법 준다. 왜 이 동네에 길고양이가 많은지는 모르겠지만, 먹이를 주는 행위는 안 했으면 한다"며 "책임 없이 동물을 입양만 하는 것도 문제지만, 막무가내에 동물을 챙기는 것도 과한 행동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편, 용인시는 용인시 동물보호센터를 두고 관내의 유실·유기된 반려동물을 구조, 보호하고 주인을 찾아주거나 새로운 가정으로 입양 보내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용인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용인 #반려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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