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파원(靑波苑)' 등나무가 주는 메시지

[주장] 정치인들은 더 이상 갈등 조장하지 말고 국민통합에 나서야

등록 2024.04.30 13:28수정 2024.04.3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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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나무 꽃으로 뒤덮힌 청파원 모습. ⓒ 오문수

  
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국동소재)에는 등나무꽃이 만발한 '청파원(靑波苑)'이 있다. '청파원'은 학생과 시민들이 뜨거운 햇빛을 피해 의자에 앉아서 담소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휴식 공간이다.

'청파원'을 바라보면 연보랏빛의 아름다운 꽃이 수없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등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 감기가 전문인 등나무는 아까시나무 비슷한 짙푸른 잎을 잔뜩 펼쳐 한여름의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 준다.

보드라운 털로 덮인 콩꼬투리 모양의 열매는 짙푸른 등나무 잎사귀의 느낌을 부드럽게 해준다. 콩과 식물이라 거름기 없이도 크게 투정부리지 않고 아무 데서나 잘 자라는 것도 등나무가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등나무는 예쁜 꽃으로 우리 눈을 즐겁게 하며 쉼터의 단골손님으로 친숙한 나무다.

청파원 등나무 크기는 가로 4개, 세로 3개, 도합 12개로 시멘트 기둥 높이는 2.5미터 쯤 된다. 이 휴식 공간의 지붕 위에는 연한 자주색 등나무꽃이 활짝 피어 꽃향기에 취한 벌 나비가 열심히 꿀을 나른다.

너비 7~8미터 쯤 되어 보이는 청파원 지붕에 활짝 피어있는 등나무꽃을 대충 헤아려 보니 1000송이 쯤 된다. 꽃이 활짝 피기 전 아기 버선처럼 생긴 여린 꽃송이가 호접란처럼 개화하면 벌 나비뿐만 아니라 사람들까지 혹한다.

갈등(葛藤)이란 말을 낳은 등나무 번식력

그런데 우연히 청파원이 내 눈길을 끈 이유가 있다. 천 송이를 피운 등나무 줄기가 단 두 개이기 때문이다. 두 시멘트 기둥을 칭칭 감고 올라가는 등나무 줄기를 보니 아마존에 사는 아나콘다가 연상됐다.


크기도 어른 몸통만큼이나 크다. 등나무 줄기가 얼마나 큰 지 시멘트 기둥 한 개는 줄기 속에 완전히 파묻혀 보이지 않는다. 꽃 한송이에 20여 개의 꽃이 달려있으니 단 두 줄기가 2만여 개의 꽃을 피운 셈이다. 이렇게나 많은 꽃을 피운 등나무의 번식력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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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학교 여수캠퍼스(국동소재)에 있는 '청파원' 모습. 등나무 꽃송이가 만개해 있다 ⓒ 오문수

 
뿐만아니다. 바로 인근에서 자라는 높이 4미터쯤 되는 향나무를 칭칭 감아 등나무 줄기에 감긴 부분의 향나무는 죽어가고 있었다.

등나무가 자라는 방식은 사람들의 눈에 거슬린다. 등나무는 주위의 다른 나무들과 피나는 경쟁을 하여 삶의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손쉽게 다른 나무의 등걸을 감거나 타고 올라가 어렵게 확보해 놓은 이웃 나무의 광합성 공간을 혼자 점령해버린다.

칡도 마찬가지로 선의의 경쟁에 길들어 있는 숲의 질서를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사람 사이의 다툼을 칡과 등나무가 서로 엉키듯 뒤엉켜 있다고 하여 갈등(葛藤)이라 한다.

또 등나무는 홀로 바로 서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간다. 옛 선비들은 등나무의 이와 같은 특성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가장 멸시하던 소인배에 비유하기도 했다.
  
'갈등' 조장하는 대통령과 정치인
   
'갈등'이 비단 식물에만 해를 입힐까? 한국교육개발원과 교육정책네트워크가 2023년에 실시한 중고등학생들의 직업별 신뢰도 조사에서 대통령과 정치인이 제일 낮게 나타났다고 한다.

진영 논리에 매몰돼 내 편, 네 편을 갈라놓고 국민을 이간질하는 모습에서 더 이상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부 정치인들은 내 편이 아니면 상종하지 않으려고 한다. 정치는 양편으로 갈라져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게 아니라 갈라진 여론을 하나로 모아 최대공약수를 찾는 통합의 예술이다.

정치인들은 상대편을 죽이려고만 하지 말고 등나무처럼 국민통합에 앞장서야 한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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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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