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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 사장 오니, 갑자기 '노잼' 된 YTN 돌발영상

[민간방송사, YTN 잔혹기⑥] 풍자·해학 사라지고 기계적 중립 수준 영상... 일부는 '방송사고' 수준

등록 2024.04.26 20:31수정 2024.04.26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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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2월 YTN의 대주주가 유진기업으로 바뀌면서 수십년간 이어져온 YTN의 공적소유 체제는 막을 내렸다. 유진 측은 과거 대량 해직사태 주범인 김백 사장을 임명했다. '민영방송 YTN 잔혹기'는 김백 사장 이후 YTN의 모습을 생생히 기록한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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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돌발영상> ⓒ YTN

 
YTN의 대표적 정치 콘텐츠인 <돌발영상>이 '노잼(재미가 전혀 없음)'이 됐다.

4월 1일 김백 사장 취임 이후 기존 제작팀이 하루 아침에 물갈이되면서 <돌발영상>은 특유의 풍자와 해학이 사라지고 기계적 중립만 강조하는 형태로 변했다. 이중에는 '방송사고' 수준의 미흡한 콘텐츠들도 있어 <돌발영상>의 미래를 걱정하는 YTN 구성원들도 늘고 있다. 

뿔뿔이 흩어진 <돌발영상>팀, 인수인계조차 제대로 안돼

<돌발영상>의 변화는 지난 12일 기존 제작팀이 사실상 해체되면서부터 예고됐다.

김백 사장이 이날 대규모 직원 인사를 내면서 <돌발영상>을 제작하던 보도제작국 구성원 4명도 모두 다른 부서로 뿔뿔이 흩어졌다. 대신 <돌발영상> 제작 경험이 없는 다른 부서원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YTN구성원들은 이같은 변화부터 비정상적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콘텐츠 특유의 정치 풍자와 해학을 살린 구성을 하려면 충분한 인수인계 시간을 가져야 하는데, 새로운 구성원이 준비 기간도 없이 인사가 난 다음주부터 제작에 투입됐다는 것이다. YTN구성원 A씨는 "<돌발영상>의 경우, 시간을 두고 정치와 관련된 흐름을 파악해야 원활한 제작이 가능하다"면서 "최소 3개월 정도 제작 업무에 적응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번 인사의 경우 새로 온 부서원들이 바로 다음주부터 제작을 맡게 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후 제작된 <돌발영상>에선 특유의 풍자와 해학을 찾기 어렵고 여야간 입장을 중립적으로 소개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국회 법사위 구성을 두고, 여야간 입장 차이를 담은 지난 18일 <돌발영상>(벌써부터 자리싸움이 시작됐다)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개혁신당 입장을 소개하면서 끝났다. 대통령실 인사 개편 등을 다룬 지난 23일 영상(새롭게 바꿔보겠습니다!) 또한 정진석 대통령실 신임 비서실상의 발언,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 출마, 국민의힘 당선자 총회 등 대통령실과 야당, 여당 상황이 1대1대1로 다뤄졌다. 


맥락을 이해하기 어려운 영상도 있다. 지난 22일자 '총선 후 여야의 대처법'에는 조정식 등 민주당 정무직 당직자가 사퇴한다는 발언과 함께 이재명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는 모습을 담았다. 영상을 보면 이 대표가 어떤 이유로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간 것인지 맥락을 알기 어려웠고, 민주당 당직자 사퇴에 이어 왜 이런 장면이 나오는지도 납득하기 힘들었다. 
 
구성과 맥락 이해 어렵고, 시청자 오해할 자막 노출되기도

지난 19일 '기다리다'의 경우, 의정 갈등 국면에서 이뤄진 한덕수 국무총리의 병원 방문, 양곡법 처리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동시에 다뤄져 의문을 자아냈다. 영상을 꼼꼼하게 봐도 한 총리의 병원 방문과 양곡법 처리에서 어떤 상관관계나 공통점을 찾을 수 없었다. 단순히 정부와 여당, 야당의 현재 시점을 소개하는 기계적 중립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영상이었다. 

사고 수준의 영상도 있었다. 16일 영상 '21대 국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의 경우, 마지막 장면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으로 끝을 맺는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는 쌍따옴표로 "총선 전 말한 더 큰 정치?"라는 말이 자막으로 등장한다. <돌발영상> 편집자가 상황을 설명하는 마지막 멘트를 붙인 것인데 쌍따옴표를 사용하면서 시청자들이 윤상현 의원의 발언으로 오해할 소지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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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YTN 돌발영상(21대 국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마지막 장면에 나온 자막. 해당 자막은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발언으로 오해할 여지가 크다. ⓒ YTN

 
YTN 구성원 B씨는 "현재 <돌발영상>은 사실 방송사고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한 영상들도 있다"면서 "새로 제작을 맡게 된 구성원들이 나름 열심히 하려고 하겠지만,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같은 상황은 당분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다른 구성원도 C씨도 "새로 맡은 제작진에게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건 맞는 것 같다"면서 "영상이 기계적 수준의 리포트를 벗어나지 못하는데, 풍자와 해학을 담아내기 위한 적절한 형식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YTN 사측은 5월 1일부터 <돌발영상>을 <뉴돌발영상>으로 확대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김백 사장이 탐사보고서 기록 등의 프로그램을 폐지하면서 <돌발영상>도 폐지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지만, 사측은 확대 개편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돌발영상>의 편집과 내용이 지금과 같은 수준에 그친다면, 시청자들의 관심을 얻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YTN 구성원 D씨는 "구성과 카피의 미학이 담긴 게 <돌발영상>인데, 지금은 그런 DNA가 사라진 것 같다"면서 "새로 제작을 맡은 구성원도 힘들어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YTN사측 관계자는 "새로운 <돌발영상>은 권력비판의 날카로운 시각은 유지하되 정치적 중립과 균형 공정성의 원칙을 엄격히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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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 YTN 사장이 지난 4월 1일 서울 마포구 YTN 본사 미디어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하고 있다. ⓒ YTN 제공

#YTN #돌발영상 #김백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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