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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지하련 주택, 이게 원형 보존이냐"

마산YMCA 시민사회위원회 "가치 높여주는 담장·정원 허물면 안돼"

등록 2024.05.02 17:17수정 2024.05.02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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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마산에 있는 지하련 소설가의 주택. ⓒ 마산YMCA

 
경남 창원마산 아파트 단지숲에 둘러싸인 지하련((池河蓮, 본명 이숙희, 1912~?) 작가의 주택을 원형 보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는 2일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담장마저 헐어내고 본체만 남은 지하련 주택이 원형 보존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따졌다.
 
지하련 작가는 1940년 단편소설 '결별'을 <문장>에 발표하며 등단했고 여러 작품을 남겼으며, 남편 임화(본명 임인식, 1908~1953) 시인 겸 문학평론가와 함께 월북했다.
 
지하련 주택은 창원 마산합포구 산호동에 있고,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2층 목조에 양옥집이다. 지하련이 임화와 결혼해 살기도 했던 집으로, 2020년 무렵 마산 상남‧산호지구 재개발 정비사업 구역 안에 포함됐다.
 
마산YMCA는 "근대건조물인 지하련 주택 원형 보존 계획도 공개됐는데, 지하련 주택 양 옆에 207동과 208동 아파트가 들어서게 된다"라며 "원형 보존 계획을 담은 시행계획이 인가된 것을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했으나 세부 계획을 검토한 결과 실질적인 원형보존이 어렵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계획은 담장과 정원을 헐어내고 건물만 남겨지는 계획"이라며 "과연 이를 원형 보존이라 볼 수 있는가? 지하련 주택은 본체뿐만 아니라 긴 시간 함께 존재해 온 담장과 정원이 모두 포함돼야 근대문화유산으로 가치를 발할 수 있다"라고 했다.
 
주택 진입 문제와 관련해, 이들은 "계획으로는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에 위치해 단지 내 건물로 확인된다"라며 "진입도 단지 안에서만 가능하다. 시민의 역사적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곳이 아파트 주민 문화시설로 전락해 버린 모습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22층 고층아파트에 묻힌 지하련 주택, 인접 동과의 거리는 3~5m에 불과하다"라며 "고층아파트로 둘러싸인 문화유산을 보았는가? 보존에 대한 고려 없이 아파트를 우선하여 설계하고 남은 공간에 지하련 주택을 끼워 넣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설계가 가능한가?"라고 했다.
 
또 이들은 "현 설계로는 지하련 주택 건물은 공중에 떠있는 형국"이라며 "고상부 지반고는 19.8m인데 현 지반고는 22.5m로 약 2.7m 공중에 떠있는 모습으로 남겨지게 된다. 설계 과정에서 지하련 주택 보존은 안중에도 없었다는 것이 가장 심각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는 "지하련 주택의 가치를 높여주는 담장과 정원을 허물고, 아파트 단지를 통해서만 진입할 수 있으며, 고층아파트로 둘러싸여 공중에 떠 있는 설계를 두고 어느 누가 원형보존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누가 보존을 고려한 설계라 하겠는가?"라고 물었다.

창원시청 관계자는 "관련 부서와 협의해 잘 처리하도록 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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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시민사업위원회는 2일 창원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하련 소설가 주택의 원형 보존을 요구했다. ⓒ 마산Y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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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마산에 있는 지하련 소설가의 주택. ⓒ 마산YMCA

#지하련 #창원시 #마산YM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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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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