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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평야 찾는 흑두루미 한쌍, 시가 되다

조명희 시인 '세종이와 장남이' 발표

등록 2024.05.03 12:57수정 2024.05.0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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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인연이 닿아 장남평야에 조류를 안내할 기회를 얻었다 평소 공부를 위해 모인 대전방통대학교 학생들이었다. 말이 학생이지 이미 사회생활을 충분히 한 연륜이나 경력이 상당한 분들이었다.

부담감이 있었지만 새를 안내하는 일이기에 부담스럽지만 안내를 했다. 합강에 찾아온 겨울철새를 안내하고 장남평야에 들렀다. 날이 좋지 않아 장남평야를 찾은 흑두루미 한쌍인 장남이와 세종이를 소개했다. 수년째 매년 두쌍이 찾아오는 내륙지역의 거의 유일한 흑두루미 월동지다. 새끼를 데리고 온적도 있고, 검은목두루미라는 친구도 함께 장남에서 월동한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매년 번식에 성공하지는 못해 새끼를 데려오는 해도 있고 그렇지 못핸 해도 있다고 알려주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좋은 소식을 들었다. 당시 참여한 조명희 시인이 세종이와 장남이를 주제로한 시를 발표했다는 것이다. 지역에서 의미 있는 이름을 남기고 있는 시인이 강의를 통해 배운 세종이와장남이를 위한 시를 쓴 것이다. 생태학습이 만들어낸 새로운 창조물이 태어난 것이다. 세종이와 장남이가 어렵게 번식을 성공하는 것처럼 새로운 창작의 산고를 통해 낳온 생태 시를 소개한다.

세종이와 장남이 - 조명희

물 위에 세운 도시가 있어
새는 사람 아래 살고 한 발 들어 잠을 자고

후세에 건네진 묘호로 카페가 생겨나고 축제의 물결이 호수에 찰방거리고

올해는 유독 겨울이 일렀다
보내지 못한 마음 거둬들이려 들녘을 다독이는데
마지못해 들러가듯 문 앞을 서성이는 발걸음이 하늘에 머문다


한때의 논밭을
한때의 과수원을
손바닥만큼 펼쳐 평야라 부르는 곳으로 찾아오는 새가슴의 부부가 있으니

이곳은 내가 주인이야
세종이*가 날개 펼치지만

맡겨둔 새끼를 데려오고 싶어
장남이*가 접었던 다리 뻗어 보지만

겉 희고 속 검은 사람들은 흑두루미가 속마저 검을 것이라 알듯

이 땅의 주인 또한 제 것이라 믿고

(* 대전의 환경운동가가 붙여준 흑두루미 한 쌍의 이름)
- 내일을여는작가회의 2024,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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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펴야를 매년 찾아오는 세종이와 장남이 ⓒ 이경호

#세종이 #장남이 #장남평야 #흑두루미 #멸종위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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