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 없는 스타크래프트2, 한국서 통할까

블리자드 "한국에선 온라인 유통"... '끼워 팔기' 논란도 변수

등록 2010.06.24 20:56수정 2010.06.24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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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 대한항공 초대형 격납고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 II 출시 미디어데이에서 테란 영웅 짐 레이너가 새겨진 래핑 항공기가 공개됐다. ⓒ 김시연


"역시 블리자드 스케일이다."

한정원 블리자드 북아시아본부 대표가 24일 스타크래프트2 항공기 래핑 광고가 가장 크고 화려하다며 한 말이다. 실제 이날 오전 서울 김포공항 대한항공 대형 격납고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 II 출시 미디어데이는 '스케일'면에서 크고 화려했다.

대형 격납고에서 스타크래프트2 래핑 항공기 공개

대형 여객기 두 대 사이에 마련된 행사장에는 취재진과 스타크래프트 커뮤니티 회원 수백 명이 참석했고,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본사 임원을 비롯해 대한항공, 그래텍, 엔비디아, 손오공 등 제휴업체 대표가 총출동했다. 

98년 출시 이후 전 세계에 1100만 장이 팔린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 종족전쟁(Brood War)' 후속인 '스타크래프트II: 자유의 날개(아래 스타크래프트2)'는 다음달 27일 한국을 비롯해 세계 주요 국가에 동시 출시될 예정이다.

'베틀넷'을 통해 온라인으로 여러 사람이 겨룰 수 있는 스타크래프트는 단순 게임이 아닌 'e스포츠'로 격상됐고, 유독 한국에서 1100만 사용자를 확보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글로벌 기업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한국에서 이런 대규모 행사를 연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이날 '테란' 영웅 짐 레이너가 새겨진 보잉 747-400 여객기보다 참석자들을 놀라게 만든 건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스타크래프트2 한국 판매 정책이었다.


지금까지 스타크래프트는 1만5천 원짜리 패키지만 구입하면 언제든 베틀넷에 무료 접속해 '멀티 플레이'를 즐길 수 있어 PC방을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지난 4월 초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2 패키지 가격을 6만9000원이라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고가 논란이 있긴 했지만 기존 오프라인 판매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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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임원과 협력회사 대표들이 스타크래프트II 래핑 항공기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 김시연


"한국은 패키지 없이 이용권 판매"... 온라인 유통 계획 밝혀

하지만 이날 블리자드는 패키지 대신 스타크래프트2 무제한 이용권을 6만9000원에 판매하는 한편, 1일 이용권과 30일 이용권도 온라인에서 각각 2000원과 9900원에 구매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게임 프로그램 자체는 클라이언트 방식으로 베틀넷에 접속해 공짜로 다운받는 대신 정량제-정액제를 통해 사용 시간만큼 요금을 내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와 판매 형태와 비슷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정원 대표는 "한국에서 스타크래프트2 오프라인 판매 계획은 없다"며 국내 온라인 유통을 기정사실화했다. 이 자리에 배석한 로버트 브라이덴베커 블리자드 온라인 테크놀러지 부사장 역시 "시장 검토 결과 한국 시장에선 온라인 유통이 가장 적합하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혀,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한국만의 특수한 판매 정책임을 분명히 했다.

초기 패키지 구입 부담을 줄여 국내 주 사용자 층인 10대 청소년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다만 온라인 게임 유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PC방 사업자들이 패키지 유통을 더 선호하고 베틀넷 계정 생성도 진입 장벽으로 여기는 것으로 알려져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날 행사엔 블리자드 PC방 총판을 맡고 있는 최신규 손오공 대표도 참석했지만 새로운 총판 사업자 선정이나 구체적인 유통 전략에 대해선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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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24일 스타크래프트II 출시 행사에서 WOW 정액제 이용자 무료 혜택을 발표했다. ⓒ 김시연


WOW 정액제 이용자 무료 혜택, '끼워 팔기' 논란

아울러 한국 WOW 정액제 이용권 구매자에 한해 추가 비용 없이 스타크래프트2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WOW 30일 이용권은 1만9800원(부가세 포함)으로 '스타크래프트2' 이용권보다 2배 정도 비싸다.

기존 WOW 이용자들로선 환영할 만한 정책이지만 '끼워 팔기' 논란이 불가피하다. 당장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온라인 게임 업체들이 반발하고 나설 경우 공정거래위원회나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부처와 갈등을 부를 수도 있다.

불공정 행위 가능성에 대해 한정원 대표는 "변호사를 통해 이미 법률적 검토를 마쳤다"면서 "정책적으로 제재 받으면 그때 가서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블리자드는 지난 20일 베틀넷 저작권 관련 약관이 불공정하다며 공정위로부터 수정 및 삭제 조치를 받았고, '스타크래프트2' 역시 지난 4월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청소년 이용 불가' 판정을 받은 뒤 재심의 끝에 간신히 '12세 이용 등급'을 받아냈다. 

게임 등급 문제와 관련해서 크리스 시거티 블리자드 프로덕션 디렉터는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지 않는 선에서 다른 나라 사용자들과 가장 유사한 경험을 제공하기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혀, 심의 이전과 이후 2가지 버전을 같이 서비스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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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김포공항 대한항공 초대형 격납고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 II 출시 미디어데이에서 스타크래프트II를 이용한 첫 공식 경기가 펼쳐졌다. ⓒ 김시연


'패키지 없는 스타크래프트2', 한국에서 통할까

블리자드는 7월 초부터 약 2주에 걸쳐 온라인을 통해 '공개 베타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비공개 베타 테스트와 달리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사실상 무료 체험 행사로, 오직 한국과 대만에서만 진행한다. 한국 WOW 이용자 무료 혜택과 더불어 블리자드가 한국 시장에 얼마나 신경 쓰는지 짐작가는 대목이다.

한정원 대표는 "10년 전과는 환경이 많이 다르다"면서 한국의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때문에온라인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온라인 유통을 시도한 WOW의 경우 나중에 DVD판을 따로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그만큼 사용자들의 '패키지 소유 욕구' 역시 만만치 않다는 방증이다. 과연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패키지 없는 스타크래프트2'가 국내 시장에 통할 수 있을지 앞으로 반응이 주목된다.     
#스타크래프트2 #블리자드 #스타크래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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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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