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위상 떨어뜨렸다고 나를 파면하더니
'막말' 조현오 자리 연연...조직 욕되게 한다"

[인터뷰] 조현오식 성과주의 비판한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

등록 2010.08.17 14:49수정 2010.08.17 14:49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6월 '실적 위주 성과주의'를 비판하며 조현오 당시 서울경찰청장의 동반사퇴를 요구했던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이 입을 열었다.

 

채 전 서장은 16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막말 파문과 관련해 "온 국민의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경찰조직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며 사실상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채 전 서장은 경찰대 1기 출신으로 김제경찰서장, 서울청 지하철경찰대장과 경무과 총경을 거쳐 지난해 강북경찰서장으로 부임했다. 하지만 지난 6월 '조현오식 성과주의'를 비판한 뒤 파면됐다.  

 

"경찰대 출신이 막말 자료 유출했다는 보도는 소설 수준"

 

a

조현오식 성과주의를 비판한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 ⓒ 오마이뉴스 구영식

조현오식 성과주의를 비판한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 ⓒ 오마이뉴스 구영식

채 전 서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이렇게 신중하지 못하고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 경찰청장이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우려스럽다"며 "조현오 내정자가 알아서 처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 전 서장은 "저를 파면시킨 사유 중 하나가 경찰의 위상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라며 "그런 이유로 저를 파면시켰는데 정작 본인은 온 국민의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경찰조직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채 전 서장은 "좀 더 당당하게 책임을 인정하는 게 경찰총장 내정자로서 갖추어야 할 모습"이라며 "현재까지 하는 걸로 봐서 조현오 내정자는 국민과 소통하고 경찰관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조직관리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 전 서장은 "조현오 내정자는 각종 회의에서 검거실적이 높아서 치안이 안정됐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곤 했다"며 "하지만 (제가 보기에)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져 치안이 잘되고 있는 건데 범인을 많이 잡아서 치안이 좋은 나라가 됐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전인수"라고 지적했다. 

 

또한 채 서장은 '경찰대 출신들이 조현오 내정자의 막말 동영상 자료를 유출했다'는 지적과 관련, "그런 언론보도는 소설 수준"이라며 "제가 (조현오 청장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할 때도 경찰대 출신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고 제가 잘했다고 편들어준 경찰대 출신도 별로 없었다"고 일축했다.

 

채 전 서장은 "이런 일로 제복을 벗고 나니까 제일 먼저 닥친 일이 (내가) 비주류가 된 것"이라며 "소수자, 비주류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불안하고 힘든 일인가를 느끼고 있다"고 파면 뒤 심경을 털어놓았다.

 

채 전 서장은 "지난 5월 조현오 서울청장에게 '쓰레기 줍기 합니다'라고 업무보고 했더니 '그러니까 꼴찌하지, 당신 같이 하려면 시골에 가서 해라, 이건 시골서장 스타일이지 서울서장이 할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했다"며 "제 철학과 가치관에 따라 서장직을 수행하고 있는데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 가치관의 충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채 전 서장은 양천서 고문수사와 관련해 "서울청의 검거 위주 실적주의의 부작용이라는 것을 직감했다"며 "그런데도 조현오 내정자는 실적주의로 인한 부작용의 가능성을 일축하고 엄벌에 처하겠다는 말만 해서 실적주의에 문제제기를 해야겠다는 소명의식을 느꼈다"고 말했다.

 

채 전 서장은 "생각이 멀쩡한 사람도 이상한 조직논리에 휩싸이게 되면 인성이 금방 바뀐다"며 "조직의 장이 지시를 하면 그것이 저 말단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내가 언제 고문하라고 시켰나?'라고 말하는 것은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소청심사 청구를 준비하고 있는 채 전 서장은 복직이나 명예퇴진이 안 될 경우 행정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다음은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 인터뷰 전문이다.

 

"조현오 내정자, 좀더 당당하게 자신의 책임 인정해야"

 

- '노무현 차명계좌', '천안함 유족 동물 비유', '승진하려면 이재오-이상득에 줄을 대야' 등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의 발언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런 발언들을 어떻게 생각하나?

"실망스럽다. 국민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 왜 이런 부적절한 발언들이 나왔다고 보나?

"이렇게 매사에 신중하지 못하고,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 청장이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우려스럽다."

 

7월 1일 오전 11시경 경찰의 성과주의로 인하여 범인 검거 실적 경쟁이 심화되었다며 `항명 파동'을 일으킨 채수창 전 서울 강북경찰서장이 감찰 조사를 받기위해 경찰청에 들어오고 있다. ⓒ 뉴시스

7월 1일 오전 11시경 경찰의 성과주의로 인하여 범인 검거 실적 경쟁이 심화되었다며 `항명 파동'을 일으킨 채수창 전 서울 강북경찰서장이 감찰 조사를 받기위해 경찰청에 들어오고 있다. ⓒ 뉴시스

- 그래도 경찰청장으로 내정됐다.

"조 내정자가 경찰청장으로 내정되는 순간 앞이 캄캄하더라. 난 죽었다 싶더라. 그런데 인생은 한 치 앞을 못 내다보는 것 같다. 인생 새옹지마라고 하지 않던가.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이번 일을 보면서 사람이 겸손하고 항상 주위 사람들에게 덕을 베풀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에 덕을 베풀면 (흠이 있더라도) 주위 사람들이 감싸고 같이 갈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작은 잘못이라도 불거지면 본인한테 큰 화살이 되어 돌아온다는 교훈을 느꼈다."

 

- 경찰청 내부에서는 조현오 내정자를 "매우 솔직하고 언행이 직설적"이라고 평가하는데.

"왜 조 내정자가 노무현 차명계좌 등 민감한 이야기를 기동대 앞에서 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직접 들은 기억은 없다. 다만 각종 회의에서 자기가 서울청장을 하면서 검거실적을 높였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다. 검거실적이 높아서 치안이 안정됐다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더라.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져 치안이 잘되고 있는데 조 서울청장은 경찰이 범인을 많이 잡아서 치안이 좋은 나라가 됐다고 생각하는구나.' 아전인수(我田引水)라고 생각했다. 암튼 유럽에 비해 검거율이 높다는 걸 매우 뿌뜻하게 생각했고 그런 얘기를 자주 했다."

 

-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 내부에서 조현오 내정자의 '자질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이럴 때 경찰청장 내정자는 어떻게 처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조현오 내정자가 알아서 처신해야 한다. 만약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서) 청장이 된다면 국정지표처럼 섬기는 경찰의 자세를 가지고 국민과 소통했으면 한다. 그리고 경찰 조직원들에게도 따뜻한 리더십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바른 말 했다는 이유로 중징계한 사람들도 감싸는 따뜻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지휘관이 되어야 한다."

 

- 조현오 내정자가 '국민을 섬기는 청장'이 될 것 같은가?

"현재까지 하는 걸로 봐서 국민과 소통하고 경찰관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조직관리 면에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 부적절한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경찰 안팎에서 높다. 

"저를 파면시킨 사유 중 하나가 경찰의 위상을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저를 파면시켰는데 정작 본인은 온 국민의 비난을 받고 있음에도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경찰조직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좀더 당당하게 책임을 인정하는 게 청장 내정자가 갖추어야 할 모습이 아닌가 싶다."

 

- 그런데 조현오 내정자는 사퇴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내 의견보다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봐야 한다."

 

- 조현오 내정자의 막말 동영상 자료를 경찰대 출신 측에서 유출했다는 음모론도 나오고 있다.

"제가 경찰대 출신인데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런 언론보도는 소설 수준이다. 제 경우에도 기자회견 하기 전에 경찰대 출신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다. 또 경찰대 출신 중에 어느 하나 제가 잘했다고 편들어준 사람도 별로 없었다."

 

- 앞으로 어떤 인사가 경찰 총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장사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돈은 직원들이 벌어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찰은 국민과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일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경찰들이 신바람나게 일할 수 있는 조직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 청장이 되어야 한다. 청장이 국민과 부대끼면서 국민으로부터 인정받는 게 청장으로 인정받는 것이고, 청장이 국민으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이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이다."

 

"소수자·비주류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외롭고 힘든 일인지 느껴"

 

- '조현오식 성과주의'를 비판해 '파면'된 후에는 어떻게 지냈나?

"처음에는 식당에서 홀서빙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백화점에서 포장박스 접는 아르바이트도 했다. 그러다가 지금은 소청심사를 청구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 조만간 소청심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 경찰복을 벗고 나니까 세상이 달라 보이지 않았나?

"저는 학교 다닐 때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고 부족함이 없이 자랐다. 게다가 큰아들이어서 집에서 잘 챙겨주었다. 그런데 이런 일로 제복을 벗고 나니까 제일 먼저 닥치는 일이 내가 드디어 비주류가 됐다는 것이다. 소수자, 비주류로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외롭고 불안하고 힘든 일인가 가장 먼저 와 닿았다. 그동안은 제복이 날 보호해줬는데 제 힘으로 살아갈 때가 된 것이다. 그래도 좋은 점이 하나 있더라. 인간이 자유로워졌다. 그게 참 좋더라."

 

a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이 6월 28일 오후 서울 번동 강북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천경찰서 고문수사'와 관련해 경찰 지휘부의 실적주의를 비판하며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동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이주연

채수창 강북경찰서장이 6월 28일 오후 서울 번동 강북경찰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천경찰서 고문수사'와 관련해 경찰 지휘부의 실적주의를 비판하며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동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이주연

- 주위에서 '조금만 참지 그랬냐'는 이야기를 들었을 것 같다.  

"지금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듣는다.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때가 아닌데 왜 그랬냐'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제가 얻을 이득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지금 이렇게 실적주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길 것을 우려하는 마음에서 한 것이다. 득실을 따진 게 아니다."

 

- 조현오 내정자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할 정도로 본인의 성격이 직선적인가?

"경찰 생활을 25년 했는데 아마도 저랑 같이 근무했던 상사나 부하직원에게 물어보면 모두 다 제가 과격한 사람이 아니라고 얘기할 것이다. 그동안 제가 모신 상사들과 충돌해본 적이 없다. 저도 (윗사람) 비위를 맞출 줄 안다. 업무에도 유능하다는 얘기도 듣고 생활했다. 경찰청에 있다가 서장이 되면서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게 됐다. 그러면서 제가 프라이드(pride)를 느낀 것처럼 사람들로부터 많은 애정과 존경을 받는 직업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경찰청 안에서는 '우리끼리' 경찰대 나온 프라이드 하나 가지고 살았다. 그런데 서장이 되고 나서 보니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기 위해 어깨의 힘을 빼고 국민과 같이 부딪치고 땀 흘리면서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체득했다. 그래서 사람들하고 거리낌없이 소주도 먹고 삼겹살도 구워먹었다. 저는 오픈(open)된 곳에서 식사하는 걸 좋아한다. 방에서 먹는 걸 싫어한다. 서울 강북서에 와서도 마찬가지로 했다. 그런데 조현오 서울청장이 저한테 직접 그랬다. '당신 같이 하려면 시골에 가서 해라, 이건 시골서장 스타일이지, 서울서장이 할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내 25년의 경험에다 서장이 낮은 직책도 아닌데, 제 철학과 가치관에 따라 (서장직을) 수행하고 있는데 그런 얘기를 들었을 때 가치관의 충돌을 느꼈다. 제가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 처음 닥친 것이다. 그래도 전 (윗사람과) 충돌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어서 상사의 경고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났다. 양천경찰서에서 고문사건이 일어났다. 이것들을 보면서 이게 서울경찰청의 검거 위주 실적주의의 부작용이라는 걸 직감했다.

 

사실 서울청에서 서울청장의 실적주의도 문제가 있고, 담당 형사의 인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양비론으로만 나갔어도 그냥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담당 형사의 문제이고 엄벌에 처하겠다고 얘기했다. 실적주의 문제의 개연성이 있는데 그걸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런 조직관리 방식이 계속되고, 성과주의가 국민을 또다시 옥죄겠구나 생각했다. 거기서 (실적주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겠다는) 소명의식을 느꼈다."

 

- 일부 언론에서는 '항명사건'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동의하나?

"일부 언론에서는 항명이라고 하고, 일부 언론이나 여론에서는 충정이라고 했다. 시각에 따라서 그렇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행정법에는 불법한 짓은 거부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물론 실적주의가 불법하다고 볼 수 없을지 모르지만, 나름대로 여러 차례 건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 현실에서 외부에 얘기해서 (제가) 브레이크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조현오 청장) 개인에 항의한 게 아니고 경찰조직과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한 것이니까 충정으로 봐야 한다. 제가 조현오 청장하고 맞짱 뜬 게 아니다. 개인감정도 없고…."

 

-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조현오 내정자와 맞짱 뜬 걸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 그렇게 편파적으로 보기도 하더라."

 

"양천서 고문수사, 조현오식 실적주의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것"

 

- 앞에서 잠깐 언급하긴 했는데, 왜 갑자기 조현오 내정자의 '성과주의'를 비판하고 나섰나?

"조현오 내정자가 지난 1월 서울청장에 오면서 갑자기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실적주의를 위해 서장회의를 비롯한 각 계급별 회의를 여는 등 분위기를 몰아갔다. 이것도 조직원들의 동의를 얻는 과정일 텐데, 동의를 얻으려면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데 일사천리로 몰고갔다. 실적주의를 하면서 지구대, 파출소가 점수의 노예가 되는 게 눈에 확확 들어왔다. 제가 갑자기 (문제제기를) 한 게 아니라 참다참다 할 수 없어 한 것이다.

 

내부적으로 편지도 보내고, 보고서도 올렸다. 하지만 묵묵부답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외부에 의사표시를 할 수밖에 없었다. 모르는 사람이야 갑작스러운 일이겠지만 (저한테는)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여러 차례 내부 건의 절차가 무시되니까 외부에 의견 표시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제가 기자회견 하고 나서 실적주의 문제가 많이 개선됐다."

 

7월 22일 오후 '항명파동'로 징계위원회로부터 파면 결정을 받은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이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 공원에서 파면결정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하겠다며 심경을 이야기하고 있다. ⓒ 뉴시스

7월 22일 오후 '항명파동'로 징계위원회로부터 파면 결정을 받은 채수창 전 강북경찰서장이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 공원에서 파면결정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하겠다며 심경을 이야기하고 있다. ⓒ 뉴시스

- 강북서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역에서 주로 무슨 활동을 했나?

"사복 입는 형사는 범인 잡는 데 주력하고, 지구대나 파출소 등에 근무하는 제복 경찰관들은 국민과 소통하면서 범죄 예방에 주력해야 한다. 경찰서장은 범인 잡는 사람이 아니다. 강력사건이 생기고 수사본부가 차려지면 범인을 잡기 위한 지휘를 하겠지만, 백화점 잡범을 잡는 것까지 서장이 지휘하는 건 아니다. 경찰서장은 경찰과 국민의 중간에서 서로 소통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강북서 직원들이 열심히 하는 것을 지역주민에게 홍보하고, 지역주민이 우리 경찰에게 요구하는 걸 귀담아듣는 역할을 하는 것이 경찰서장이다. 국민의 목소리를 경찰관들에게 제대로 전달해서 주민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지휘하는 것이 서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 조현오 내정자 표현대로 '시골서장'(지역서장) 할 때와 '서울서장' 할 때 달라진 게 있나?

"서울은 아무래도 시골과 다르다. 인구도 많고 범죄 발생도 많다. 주민들도 바삐 돌아가기 때문에 주민 눈높이에 맞춘 치안행정을 하는 게 맞다. (저는) 거기에 맞춘 것이다. 조현오 내정자와는 눈높이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

 

- 양천서 고문수사가 조현오 내정자의 무리한 성과주의와 연관이 있다고 확신하나?

"증거는 없지만…. 강북서의 경우 특히 서장, 형사들, 과장들 모두 성과주의 압박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양천서 고문수사가 100% 실적주의 때문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담당경찰관이 잘못한 것도 있지만, 실적주의로 인한 부작용도 나타났다. 가능성을 인정해야 하는데, 조현오 내정자는 그 가능성을 일축하고 엄벌에 처하겠다는 말만 했다."

 

- 조현오 내정자는 양천서 고문수사의 원인을 "잘못된 정의감"으로 돌리던데. 

"내가 조직에 있어 보니까 드는 생각이 멀쩡한 사람도 이상한 조직 논리에 휩싸이게 되면 인성이 금방 바뀐다는 것이다. 아무리 착한 사람도 실적을 내라고 '쪼임'을 당하면 맹수로 변한다. 원래부터 맹수가 있는 게 아니다. 조직의 장이 지시를 하면 그것이 저 말단에 가서 어떤 파장과 영향을 주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내가 언제 고문하라고 시켰냐?'라고 하는 것은 탁상행정이다.

 

말 한마디도 신중해야 한다. 작은 한마디가 말단에 끼치는 영향을 심도있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일선 경찰관의 실태를 파악하고 말단까지 헤아릴 수 있는 것이 조직장악 능력이다."

 

- 조현오 내정자는 경기청장 시절에 내부비판자를 집중 감찰조사 시키고, 그 결과를 가지고 파면까지 시켰다.

"내가 파면당해보니까 파면은 공무원에게 가혹한 형벌이다. 예를 들어 돈을 먹었다는 등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행위는 파면되고 구속되어야 한다. 그런 게 아니라 충정심에서 한마디한 것 가지고 무자비하게 파면시키고 '소송에서 재주껏 살아나라'고 하는 것은 부하직원을 제대로 헤아리는 태도가 아니다. 무책임하고, 따뜻한 리더십이 없는 태도가 아닌가 싶다. 한 직원의 경우 뒷조사해서 사건처리 몇 개 안 한 걸 가지고 파면시켰다. 제 경우에도 20일 동안 뒷조사하고 따라다니며 감시했다."

 

- 서울청에서 뒷조사를 했다는 건가?

"(뒷조사를) 한 걸로 알고 있다. 최소한 정문 앞에서 차로 대기하고 있다가 제가 나가면 계속 따라다녔다. 그리고 제 출퇴근 시간 체크했다. 의경들이 출퇴근 시간 체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서울청 감찰이 와서 시킨 것이다."

 

- 조현오 내정자가 이명박 정부의 코드와 딱 맞다는 생각이 드는데.

"(웃음) 그렇게까지 얘기하지 말고."

 

"조현오 청장 발언에 모멸감 느꼈다"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가 9일 오전 서울 경찰청 내 경찰위원회 입구에서 경찰청장 임명제청 동의를 위한 경찰위원회 임시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조현오 경찰청장 내정자가 9일 오전 서울 경찰청 내 경찰위원회 입구에서 경찰청장 임명제청 동의를 위한 경찰위원회 임시회의에 참석하기에 앞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뉴시스

- 그런데 조현오 내정자는 강북서가 최하위등급을 두 번이나 받았고, 범죄 예방 같은 치안업무는 하지 않고 지역경제활성화, 쓰레기 줍기, 유치원 체험학습만 했다고 비판했는데.

"(제 기자회견을 계기로) 이번에 실적주의 문제가 대폭 개선됐다. 그렇게 개선된 결과 강북서가 우수경찰서가 됐다. 고로 이전의 실적주의 평가기준이 잘못됐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 쓰레기 줍기, 유치원 체험학습 등의 활동이 경찰에게 필요한 것인가?

"근무시간에 쓰레기 줍는 게 아니라 주말에 지역주민과 함께 쓰레기 줍는 봉사활동을 한 것이다. 형사들이 하는 게 아니다. 서장하고 과장들, 비형사업무 직원들이 하는 것이다. 그런 걸 통해서 국민과 소통하고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경찰의 자세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전국의 경찰서에 더 확대해도 되지 않겠나? 유치원 체험활동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를 짊어질 유치원생과 초등학교생이 제일 선망하는 직업이 경찰관이다. 이들에게 경찰의 모습을 홍보하고 좀더 가까이 다가가는 일이 오히려 범인 한두 명 잡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경제활성화의 경우 온 지역 주민들의 한결같은 염원이다. 거기에 경찰관들이 일조하는 것도 공무원으로서 당연한 자세다. 그런 것들이 (경찰의) 본연의 임무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가치관에 문제가 있다."  

 

- 지난 5월 조현오 당시 서울청장이 강북서를 방문해 업무보고를 받을 때 채 서장을 강하게 질책한 걸로 안다.

"내가 (업무보고 하는 중에) '쓰레기 줍기 합니다'라고 했더니 중간에 말을 끊고 '그러니까 꼴찌하지'라고 했다. 모멸감을 느꼈다. 하지만 꾹 참고 계속 업무보고를 했다."

 

- 조현오 내정자는 "강북서는 일을 전혀 안 하다가 내가 왔다간 후 충격을 받고 서장이 일주일에 한 번 주간 성과 보고 대책회의를 열었다"며 "배째라는 식으로 일 안 하다가 질책받고 나서 엄청나게 실적 달성을 독려한 것"이라고 비꼬았는데.

"내가 배째라식으로 할 정도로 배짱 있는 사람이 아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한다. 이전에 한 번도 상사의 지시에 어긋나게 한 적이 없다. '배째라'라는 표현은 좀 그렇다. (조현오 서울청장으로부터) 그 얘기를 듣고 성과를 올리려고 직원들을 쪼았다. 조현오 내정자 비슷하게 했다. 계속 불러다가 소리 지르고 쪼았다. 계속 '조현오처럼' 한 것이다. 그런데 마음 속에 갈등이 생겼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러다 뭔 일이 나겠다' 마음이 괴로웠다."

 

- 갑자기 변해 직원들이 당황했겠다.

"사람이 돌변하니까 헛갈려했다. 물론 직원들은 실적 내라고 독려하는 내 마음을 이해하는 것 같더라. 그런데 '쪼임'을 당하면 자신만 당하는 게 아니라 파출소에 똑같이 전파된다. 그러니 직원들도 힘들었다. 압박을 받다 보니까 살려고 다 열심히 하더라(웃음). 죽기살기로 (범인들) 잡으려 다녔다. 그래야 점수를 따니까."

 

- 경찰이 어떻게 변했으면 좋겠나?

"경찰이 어려운 직업이다. 왜 그러냐 하면, 경찰이 약하면 공권력이 무너졌다고 국민들이 비난한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일수록 그 사람이 공권력의 대상이 되면 '날 뭘로 알고 그러냐, 왜 함부로 하느냐'고 한다. 공권력이라는 것이 남을 향할 때와 자기를 향할 때 확연히 달라진다. 그 두 가지 사이에서 양쪽이 만족하면서 가는 길이 참 어렵다. 그래서 경찰이 법 집행하는 경우 세게 하거나 무르게 하는 것 모두 잘하는 게 아니다. 기술적으로 굉장히 세심하게 판단해야 한다. 그런 정확한 분석과 판단이 필요한 고난도 직업이 경찰이다.

 

그래서 사복 입은 형사들은 눈에 안 띄게 과학수사기법을 통해 족집게처럼 범인을 검거해야 하고, 제복 입은 경찰은 국민의 요구를 신속하게 응대해야 한다. 친절하고 따뜻한 자세로 국민을 대하는 서비스맨의 자세를 보임으로써 (앞에서 언급한) 그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 파면과 관련해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소청심사를 제기할 예정인데 소청심사를 통해 잘 복직했으면 좋겠다. 소청심사에서 (구제가) 안 되면 행정소송을 할 계획이다."

#조현오 #채수창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3,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2. 2 '김건희·윤석열 스트레스로 죽을 지경' 스님들의 경고
  3. 3 5년 만에 '문제 국가'로 강등된 한국... 성명서가 부끄럽다
  4. 4 제대로 수사하면 대통령직 위험... 채 상병 사건 10가지 의문
  5. 5 미국 보고서에 담긴 한국... 이 중요한 내용 왜 외면했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