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여회나 반복되는 ' 반야바라밀다' 뭘까?

[서평] ‘산스크리트 원전 완역 팔천송반야경’

등록 2019.09.05 11:50수정 2019.09.0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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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꽃밭을 스쳐 지나오면 꽃향기가 실립니다. 두엄 밭을 스쳐 불어오면 두엄 냄새가 실립니다. 물 또한 그렇습니다. 사람이 전하는 말도 마찬가지 입니다. 거치는 입이 많아질수록 혹은 과장되고, 혹은 축소되고, 혹은 생략되거나 왜곡되기까지 합니다. 말만 그런 건 아닙니다.
 
학자들이 하는 번역도 언어 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습니다.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니 어쩜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곧이곧대로 번역한다 해도 사용하는 단어나 용어에 농축돼 있는 의미에 차이가 있고, 용법 또한 완전 일치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번역하는 건 자로 재고 저울로 무게를 달아가며 맞출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번역자의 어휘력이나 표현력, 전문지식 등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서까지도 영향을 미치게 될 거라 생각됩니다.
 
산스크리트 원전 완역 팔천송반야경
 
 

<산스크리트 원전 완역 팔천송반야경>(옮긴이 전순환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9년 8월 30일 / 값 35,000원) ⓒ 불광출판사

  <산스크리트 원전 완역 팔천송반야경>(옮긴이 전순환, 펴낸곳 불광출판사)은 언어학자, 역사비교언어학 박사인 저자가 고대 인도어, 석가모니부처님이 생존해 계셨을 때 사용하던 언어로 추정되고 있는 산스크리트어로 된 원전 불경을 바로 한글로 번역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불교는 중국을 통해 들어왔습니다. 불교 교리를 담고 있는 불경 역시 중국을 통해 도입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 불경의 십중팔구는 범어로 된 불경이 한자(중국어)로 번역된 불경을 우리나라로 들어오며 다시 한글로 번역된 것입니다.

여타의 불경들이 중국을 거치며 중국 문화나 정서, 표현력 등이 어쩔 수 없이 스며있는 한자 불경을 다시 한글로 번역한 것이라면 이 책은 중국 정서나 의미, 표현 등이 더해지지 않고 바로 한글로 번역한 내용입니다.
 
기원전 100년과 기원 후 100년 사이에 성립된 것으로 보이는 『팔천송반야경(八千頌般若經)』은 기원 전후 태동하기 시작한 대승불교의 최초기 경전 중 하나로 '팔천 개의 게송으로 이루어진 반야경'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수보리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반야바라밀다는 어떤 특성이 있는 것입니까?"
세존께서 수보리 장로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하셨다.
"수보리야, 반야바라밀다는 무-집착(의 특성)을 갖고 있느니라."
수보리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반야바라밀다에 존재하는 무-집착의 특성, 바로 그 무-집착의 특성이 제법(에도) 존재하는 것입니까?"-<산스크리트 원전 완역 팔천송반야경>, 549쪽-
 
언어학자가 한 번역이라고 해서 스님이나 종교학자가 한 번역과 뜻까지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달라서도 안 될 것입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어떤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느껴집니다.
 
원본(범본)에는 없지만 ( )에 문맥상 필요하거나 자연스럽다고 판단되는 표현들을 넣어 설명함으로 글이 굉장히 부드럽습니다. 대화형식으로 이루어진 원고, 잘 다듬어져 매끈하기까지 한 대본에 상황설명까지 부기된 원고를 읽는 느낌입니다.
 
범본 『팔천송반야경』에는 '반야바라밀다(Prajñãpãramitã)가 무려 1,300여회나 언급되고 있다고 합니다. 반야바라밀다를 1,300여회쯤 반복해 읽거나 새기다 보면 저절로 반야바라밀다가 이루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책은 반야경 본래의 뜻은 물론 부처님 재세시의 문화와 사회적 배경까지를 가장 닮게 담아내고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인도의 고어로 된 범본, 중국과 한국에서는 범어(梵語)라고도하는 산스크리트어로 된 『팔천송반야경』을 언어학을 전공한 한국인 저자가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적 배경까지를 아주 미묘하지만 섬세한 한국인만이 담아낼 수 있는 표현으로 번역하고 있어 읽다보면 어느새 바라밀다의 뜻을 새기게 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산스크리트 원전 완역 팔천송반야경>(옮긴이 전순환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9년 8월 30일 / 값 3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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