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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15일,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현장의 옹벽이 무너졌다. 사진은 당시 모습
 지난해 7월 15일,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현장의 옹벽이 무너졌다. 사진은 당시 모습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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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15일 평택-부여-익산을 잇는 서부내륙고속도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충남 홍성군 장곡면 천태리에서는 폭우로 공사 현장의 옹벽이 무너지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 직후, 일부 천태리 주민들은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임시로 만든 '마을 쉼터'에서 숙식을 해결해야만 했다. 사고가 발생한지 10개월 여 지났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해 하고 있다. (관련기사 : 폭우에 서부내륙고속도로 옹벽 무너져 "차 지나갔으면 큰일 날뻔")

지난 11일 홍성군 천태리에서 만난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옹벽이 철거되고 보강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서는 포클레인이 산비탈의 경사면을 깍아 내는 작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무너진 상태로 흉물스럽게 방치됐던 옹벽도 모두 치워진 상태였다. 천태리 주민들은 사고 당시 상황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비 오면 집 대신 쉼터로
 
충남 홍성군 천태리. 지난해 7월 무너진옹벽이 치워지고 보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충남 홍성군 천태리. 지난해 7월 무너진옹벽이 치워지고 보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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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태리에서 딸기 농장을 하고 있는 A씨는 지금도 그날의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는 "그날 점심 무렵 옹벽이 무너지는 것을 직접 봤다. 큰 소리가 나서 밖으로 나가 보니 고속도로 옹벽이 무너지고 있었다. 한번 무너지고, 두 번 무너지는 것을 봤다. 4~5일 후에 옹벽이 또 무너졌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사 현장 바로 아래에 사는 동네 주민들은 무서워서 집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그나마 도로가 준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옹벽이 터져서 사람들이 다치지 않았다"라며 "고속도로가 개통이 된 후였더라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고속도로 공사 현장 바로 아래에 살고있는 천태리 주민들은 이래저래 걱정이 많다. 지금도 비가 오는 날이면 집에서 잠을 자지 못하고 마을 쉼터를 찾는다. 지난해 마을 앞에 긴급하게 설치한 가건물(주민들은 '원막'이라고 부른다) 형태의 쉼터에서 삼삼오오 모여 밥을 지어 먹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한다. 일종의 마을 대피소인 셈이다. 기자가 찾은 날도 천태리 마을 주민들은 쉼터에 모여 있었다.  
 
충남 홍성군 천태리. 주민들은 지금도 비가 오면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마을 쉼터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충남 홍성군 천태리. 주민들은 지금도 비가 오면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마을 쉼터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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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바로 밑에서 살고 있는 주민 B씨는 "며칠 전에 비가 많이 왔다. 불안해서 여기(원막)서 잤다. 올 여름에도 비가 많이 온다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비가 오면 공사 현장이 또 무너지지는 것은 아닐까 겁이 난다"라고 말했다. 주민 C씨도 "마을 주민 3~5명이 여기서 잠을 잔다. 다같이 모여 밥도 지어먹고 생활하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D씨는 "무너진 옹벽이 그대로 방치된 상태로 1년 가까이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라며 "최근에 공사가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불안해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한편, 공사업체 측은 여름 집중호우 기간 전인 5월 중에 공사를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서부내륙고속도로 천태리 구간의 공사를 맡고 있는 코오롱건설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올해 초 안전성 평가를 마치고 공법을 변경했다"라며 "옹벽이 아닌 사면(경사면)을 완화하는 방식이다. 추가 부지에 대해서는 토지주의 승낙을 얻고 보상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면 완화 공법이 옹벽 보다는 더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완화 공법의 경우 옹벽을 별도로 세우진 않는다. 그 대신 녹화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5월 말에는 거의 90% 이상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23년 7월 15일, 옹벽이 무너졌던 당시 모습.
 지난 2023년 7월 15일, 옹벽이 무너졌던 당시 모습.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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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천태리, #서부내륙고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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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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