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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해상국립공원 유조선 기름 유출사고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발생 시점이 언제일 지가 관건이었다. 터질 것이 터졌지만 처음부터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볼 지역 주민과 지역 자체는 배제되어 있었다. 그것은 현재의 산업 환경 정책의 맹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 때문에 수려한 문화관광자원뿐만 아니라 지역민의 생계도 벼랑 끝에 몰렸다. 석유화학과 전혀 관계없는 태안 주민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되었다.

 

사실 태안 주민들은 억울할 뿐이다. 이번에 기름을 유출한 유조선은 태안 지역사회나 지역경제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나 지역경제와 관련이 있다면 분노가 덜할 것이다. 사고 유조선인 ‘허베이 스피리트호’는 인근 대산항에 입항하기 위해 태안 앞바다에 정박하고 있었다.

 

문제는 대산항이 아닐 것이다. 그 원유가 어디로 갈 것인지를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 원유는 대산항 인근에 있는 대산 석유화학단지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이 석유화학단지에는 삼성 종합화학과 현대오일뱅크 등이 입주해있다. 이 지역이 개발된 것은 80년대 말. 극동정유(현 현대오일뱅크)에 이어 90년대 초반 본격적으로 삼성종합화학이 가동되고, 이어 90년 중반 ㈜LG화학 대산공장, ㈜롯데대산유화가 들어서면서 석유화학단지로 규모를 갖추었다.

 

사회일반에서 화학공장은 공해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역 주민들의 인식이 낮아 별다른 제지가 없이 들어왔다. 뒤늦게 그 위험성을 깨닫고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이미 한 번 들어온 화학단지는 갈수록 늘어갔다. 또한 화학 산업의 동반자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 산업이 연계되었고 그에 따라 들어오는 원유의 양도 늘어났으며, 이를 명분으로 대산 항구 건설도 성사되었다. 그러나 화학 산업은 지역 일자리창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는 증가했다.

 

그런데 화학공장의 공해 문제가 해당 지역의 주민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의견수렴이나 보상도 지역 자체 수준에서만 이루어졌다. 그러나 최대의 생태파괴는 바닷길에서 벌어질 것을 간과했다. 그 잠재 대상에 태안이 있었다. 대산 석유화학단지에 들어오는 막대한 원유는 태안 앞바다 길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태안 앞바다는 항시 유조선 기름 유출사고에 노출되어 있었다. 특히 태안은 어업과 해양 관광을 통해 지역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기름 유출은 다른 지역보다도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태안 앞바다로 유조선이 경유하는 것에 대한 동의 여부를 구하는 절차는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정작 주민들이 참여할 통로는 없었다. 현재 환경영향평가도 공장이나 시설의 입지시설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뿐 원자재의 경유지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는다.

 

아울러 주민들의 의견도 배제되어 있다. 처음부터 석유 화학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관계로 그 피해는 고스란히 태안 주민들이 입게 되었다. 수없는 원유 운반선이 오가는 태안 앞바다는 폭탄 위에 앉아 있었다. 환경오염에 대한 대비책도 주로 대산 앞바다나, 석유화학단지 위주로만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태안 앞바다는 배제되어 있었다.

 

이번 태안 앞바다 원유 유출 사건은 뼈아픈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우선, 석유화학단지가 들어설 경우, 해당 공장의 입지를 중심으로 한 주민 의견 수렴뿐만 아니라 유조선 경유지 해안 주민들의 의견 수렴도 필요하다는 점이다. 또한 그 지역 주민들에 대한 배려도 중요하다. 또한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는 유조선 경유지로 해안 국립공원 상의 태안 바다를 넣은 것은 잘못이다.

 

이는 향후 산업입지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 뿐만 아니라 산업과 환경, 관광자원을 생각했을 때 산업정책은 지방자체단체 한 개만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상기 시켰다. 태안, 서산, 당진, 홍성, 경기도 화성까지 연결되어 있는 총체적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이번 사고는 문화관광자원과 산업 정책이 별개가 아님을 보여준 중대한 사례다. 향후 석유화학단지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추진되어야 한다. 이제라도 무리한 확장이나 개발은 재검토해야 한다. 제2, 제3의 유출사고는 언제라도 자연생태와 문화자원을 치명적으로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태그:#태안, #환경정책, #기름유출, #대산석유화학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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