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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과학 트레킹>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과학 트레킹>
ⓒ 푸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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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은 전문 지식이 없이도 누구나 언제든 쉽게 시작할 수 있으며, 가볍게 걸음으로써 건강증진 효과를 볼 수 있는 운동이다. 이처럼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트레킹에도 과학은 숨어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과학은 왠지 어렵다. 그래서 일정의 경비와 시간을 들여 해야만 하는 운동처럼 마음은 있지만 선뜻 다가갈 수 없기도 한다. 사실 우리 몸 자체(숨 쉬고, 먹고, 마시고, 잠자는 등)가 과학과 연결되어 있음에도 말이다.

이처럼 우리 생활 전반과 관련된 과학을 트레킹 하듯 가볍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과학 트레킹>(푸른길 펴냄)은 이런 취지로 쓰여 진 책이다.

책이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은 '전철에서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는 이유?'나 '요즘 애들이 IQ가 높은 까닭은?'처럼 평소 맞나 틀리나 알쏭달쏭했던 것들부터 지구온난화에 관계된 '동족을 잡아먹는 북극곰의 비극',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생물과 그 복원을 다룬 '돌아온 천하진미의 전설, 종어',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끔찍한 인육 섭취의 역사' 등 다양하다.

수많은 이야기 중 그래도 우선 소개하고 싶은 것은 '가제바위와 시네마 현'이다. 최근 더욱 민감해진 독도 분쟁 그 발단인 일본의 독도 강제 편입에 관한 글이기 때문이다.

'북위 37도 9분 30초, 동경 131도 55분에 위치한 섬을 다케시마라 칭하고 지금부터 시마네 현 소속 오키 군 소관으로 정한다.'

일본이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논리 중 가장 중요한 증거로 제시되는 '시마네 현 고시 제40호'다. 이 문건이 작성된 것은 1905년 2월 22일. 책에 의하면 이 문건을 작성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나카이라는 일본의 한 기업어업인의 지나친 욕심으로부터 시작된다.

우리에게 '강치'로 많이 알려진 바다사자는 '가제' 혹은 '가지'로도 불렸다. 우리나라의 옛 문헌에 가지도가 나오는데 이는 독도에 바다사자가 많이 살기 때문에 그리 표기한 것이다. 또, 독도 서도 북쪽에 면적 3320제곱미터의 편평한 가제바위가 있는데, 이는 가제로도 불린 독도 바다사자가 이 바위에 몰려들어 자주 쉬는데서 가제바위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바다사자의 가죽은 소가죽보다 질기고 튼튼해서 당시 가방이나 군용 배낭의 소재로는 최고급품으로 쳐주었다고 한다. 게다가 이빨로는 반지 등의 장신구를 만들었고 기름은 비누 등의 공업 원료로 사용되어 바다사자의 상업적 가치는 무척 높았다고 한다.

참고로 당시 소 한 마리 값은 15엔 정도, 바다사자 한 마리의 가격이 200~300엔 정도 했다니 상품가치가 얼마나 뛰어 났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상품가치가 높은 바다사자, 즉 독도의 강치를 '나카이 요자부로'라는 일본 어업가가 상품으로 노리기 시작한 것은 1903년 무렵. 바다사자로 이미 엄청난 이익을 챙긴 나카이는 이 엄청난 자원을 독차지할 방법을 찾는다. 이런 그가 생각해 낸 것은 일본 정부를 통해 대한제국정부에 독도의 어업권을 독점할 수 있는 임대청원서를 내는 것.

독도가 한국 땅임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어떻게든 일본 정부를 움직여 단독어업권을 따내고자 고민을 한다. 이때 나카이의 이런 고민과 욕심을 알게 된 일본 해군성 기모쓰키 가네유키 제독이 나카이에게 '독도는 주인이 없는 땅이니 어업 독점권을 얻고 싶으면 아예 독도를 일본 영토로 편입하는 청원서를 제출할 것'을 제안, 독려한다.

당시 일본은 러시아와 전쟁 중(러일전쟁, 1904~1905)이었다. 때문에 전략적 요충지인 독도에 망루 설치와 해저전선 설치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었다.

일본의 이런 상황을 알게 된 나카이는 이를 이용, 어업 독점권을 따내고자 일본 정부에 '독도 영토 편입 및 임대청원서'를 제출한다. 이에 일본 내각은 소리 소문 없이 자체적으로 독도 영토 편입을 결정, 1905년에 일방적으로 독도 편입을 발표한다. 말하자면 나카이의 청원이 일본이 독도를 삼키려는 검은 속셈을 스리슬쩍 발동케 한 구실이 되고 만 것이다.

바다사자 암컷은 1년에 한 번, 한 마리의 새끼만을 낳으므로 새끼에 대한 어미의 사랑이 각별하다. 또 호기심이 많아 사람을 잘 따르고, 매우 온순한 동물이다. 나카이의 잔인한 사냥은 바다사자의 이런 특성을 이용해 이루어졌다. 바다사자가 잘 다니는 길목에 그물을 쳐서 새끼들을 잡아들인다. 그리고 잡은 새끼들을 묶어두면 어미가 그 주변으로 몰려온다. 그때 그물을 던져 어미를 잡는다. 어미와 새끼들이 놀라 큰 소리로 울부짖으면 수컷이 오게 되는데, 총으로 쏘아 수컷까지 다 잡으면 사냥이 끝난다. 새끼부터 어미와 수컷까지 일가족을 깡그리 잡아들이는 처참한 살육전을 벌였던 것이다.-<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과학 트레킹>

일본의 이와 같은 일방적인 처사 이후 나카이의 독도에서의 바다사자 사냥은 더욱 집요해진다. 그가 1904년에 잡아들여 도살한 어른 바다사자만 무려 2760마리. 이후 1911년까지 14425마리나 잡아들였는데, 얼마나 무참하게 잡아들였는지 독도 인근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바닷물이 붉게 물들고 고기 썩는 냄새가 울릉도까지 날아올 정도였다고 한다.

이런 무참한 살육으로 독도 바다사자의 개체 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만다. 그리하여 1933년에는 나카이도 10여 마리만 잡을 정도까지 이르고, 1950년대 이후 독도에서 완전히 그 자취를 감추고 만다. 1974년에 일본 홋카이도에서 새끼 한마리가 잡힌 것이 독도 바다사자의 마지막 공식적인 보고. 이로써 독도 바다사자는 영영 사라지고 만다.

사실 일본인이 남획하는 바람에 멸종된 독도 바다사자, 즉 강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독도의 바다사자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이처럼 멸종한 독도의 바다사자를 환경부와 국토해양부가 복원할 계획을 2006년과 2008년에 각각 발표, 정부와 경상북도도 2012년까지 독도 바다사자와 가장 유사한 종의 이식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힌바 있는지라 우리의 속적인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독도의 바다사자와 가장 유사한 종으로 캘리포니아 바다사자가 검토 중이란다. 여하간 온갖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독도의 바다사자가 하루빨리 복원되었으면 좋겠다. 이 사실이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질수록 '일본의 1905년 독도 영유권 편입은 남의 땅인 줄 잘 알면서 무단 편입해 놓고 주인 없는 섬이라 편입했음이 거짓'이라는 것 또한 많이 알려지기 때문이다. 일본의 주장대로 주인 없는 섬이었다면 나카이가 일본 정부를 통해 대한제국에게 독점 어업권을 청원할 이유가 애초 없었을 것이니 말이다.

역사에 '만약'이란 가정은 어리석다. 이미 지나간 역사이니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본, 혹은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사실들을 접할 때면 나도 모르게 '만약에...'라는 가정을 하고 만다. 일본의 독도 영토편입과 관련 있는 이 글을 읽으면서도 마찬가지. '만약에 나카이 같은 잔인한 어업인이 독도에 상륙하지 않았다면 독도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과학트레킹>은 이처럼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들과 알고 있으면 생활이 훨씬 즐겁고 유쾌해질 수 있는 것들, 상식(혹은 지식)과 생각의 폭이 훨씬 넓어질 다양한 이야기들을 8부('과학이 알려주는 처세술', '첨단과학의 미스터리', '사랑에 빠진 과학', '금강산도 식후경' 등)로 나눠 들려준다.

외에 ▲연필이 컴퓨터보다 강하다? ▲놀이와 삶의 질에 관한 '흙 만지며 놀수록 똑똑해진다' ▲전자발찌의 유래를 알려주는 '스파이더맨과 전자발찌' ▲50명의 연구원 중 31명이나 굶어죽으면서까지 종자 저장 창고의 종자들을 지킨 '바빌로프의 아사'▲인류최초의 성형수술이야기 ▲혈액형별로 잘 걸리는 병이 있다? 모든 혈액을 대처할 수 있는 혈액도 가능하다?  ▲세상에 내린 수많은 눈송이, 그래도 쌍둥이는 없다? ▲나이테로 2만 년 전의 비밀까지 알아낼 수 있다? ▲여름에 태어나면 근시에 걸릴 확률이 높다? ▲태어난 일시에 따라 사망률이 달라진다? ▲눈물은 종류에 따라 함유성분이 다르다? ▲동물들이 목숨 걸고 노는 까닭은? ▲포경수술의 원래 목적은? 등을 다룬다.

저자 이성규는 기자와 카피라이터를 거쳐 인터넷 과학신문 '사이언스타임즈'에 과학 기사와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데 '어려운 과학을 쉽게 들려주는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저자의 다른 책으로는 <밥상에 오른 과학>, <UFO가 날고 트랜스젠더 닭이 울었사옵니다>, 교과서 밖으로 뛰쳐나온 과학 1, 2>,<역사인물과 함께하는 교과서 원리캠프-지구과학>등이 있다.

덧붙이는 글 |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과학 트레킹>ㅣ이성규 (지은이) | 푸른길 | 2012-08-20 ㅣ정가 14,000원



가벼운 마음으로 떠나는 과학 트레킹

이성규 지음, 푸른길(2012)


태그:#독도 바다사자, #독도 영유권, #가제(가제바위), #가지(가지도), #푸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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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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